이번에 학교에서 현장실습생을 모집하길래 학점 + 용돈 + 실무 경험을 얻어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자소서 문항도 엄청 간단했고, 현장실습을 해본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딴거 필요 없고 열정만 보여줘라 어차피 실습생이다 하길래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서합 후 면접을 보러갔다... 근데 이거 실습생이 아니라 그냥 채용전환형 인턴 모집이었다.
우리학교 지원생들 뿐만 아니라 그냥 인턴 지원공고로 지원한 사람들과 경쟁해야하는 것을 면접 도중에 알았다. 인성 질문들이 조금 빡쎄길래 '뭐 이렇게까지 물어보시나?' 했는데, 면접 도중 갑자기 "저희 기술면접은 영어로 보는거 알고 계시죠?" 하길래 그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는 아무것도 공지하지 않았고, 제대로 알아보지않은 내 잘못도 있겠지만 조금 억울하게 당한 느낌이었다.
결국 탈탈 털리고 떨어졌지만, 그래도 면접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문답과 느낀점을 기록하고자 한다. 면접은 크게 1) 자기소개, 2) 인성 질문, 3) 경험 질문, 4) 기술 면접으로 이뤄졌다. 4(면접관) : 1(나) 형식의 면접이었고, 시간은 총 30분 정도 걸렸던거 같다.
흔히들 준비하는 1분 자기 소개를 했다. 이 부분을 유일하게 사전에 준비했었는데, 당연히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 대학교 주변 인물들에게 평소에 어떤 사람으로 평가 받는가?
- 자소서에 블로그에 정리를 통해 동기부여를 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떡하나?
- 향후 목표는 어떻게 되나?
쉽게 예상 가능한 인성 문제들 + 자소서 기반 꼬리물기식 질문들이었다. 미리 준비를 하고 갔더라면 대답할 수 있었겠지만, 솔직히 쉽게 보고 갔었기 때문에 막상 그자리에서 대답하긴 어려웠다. 입으로 말하는 지 코로 말하는지 모를 정도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했다. 특히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나중에 실리콘 벨리에서 일하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그러면 그 꿈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막연한 꿈으로 아무것도 한게 없었기 때문에 '준비 시작하면 꿈이 아니다'라는 희대의 개소리까지 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쪽팔린다.
- 자소서에 기재한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어떤 역할을 맡았나 설명해달라
- Spring, JSP, JPA 경험이 없나?
- 현재 하고 있는 활동들은 무엇이 있나?
학교에서 제공한 이력서/자소서 양식에는 그 흔한 깃허브나 블로그 링크 기입하는 곳이 없어서 안했었는데, 그냥 자소서 칸에라도 억지로 넣었어야했던거 같다. 자소서에 글로만 프로젝트와 내 역할을 설명했더니 아무래도 조금의 인지부조화가 있었던거 같다. 면접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내 설명에도 부족함이 많았다. 면접관 중 한 분께서 '로깅은 어떻게 했나?'처럼 내가 해놓고도 설명하지 않은 부분들을 물어봐주셔서 대답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 경험을 스스로 축소해서 대답할 뻔했다. 경험을 정리한 파일을 작성해야겠다고 느꼈다.
- JVM에 대해 설명해달라 (영어로)
- 자바에서 interface는 왜 사용하는가? (영어로)
원래 영어를 잘하기에 영어로 대답하는거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JVM의 구성요소들이나 OOP의 다형성 같은 단어들이 순간 떠오르지 않아 돌려 설명했다;; 물론 대답 자체도 완벽하지는 않았어서 더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 열심히 공부합시다.
이번 학기에 자소서 수업을 들으면서 실제로 10개 기업에 자소서를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다. 덕분에 자소서를 많이 써볼 수 있었고, 어느정도 요령이 생긴 것 같다. 이번에 면접을 봤던 기업도 원래 흡연자를 안뽑는데 내 자소서가 맘에 들어서 면접 기회를 줬다고 했다. 아래 느낌점들은 모두 후회하는 내용들이니, 그래도 하나는 확신을 얻어서 다행이다.
면접에서 항상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면접관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하는 것은 당연하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막상 질문에 당황하니 눈을 사방으로 굴리고 마주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경험이 쌓여야 떨지 않고 모든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겠지만, 시선 처리도 중요함을 계속 떠올리자.
처음으로 보는 기업 면접이라 너무 떨었고, 찐따마냥 첫 면접이라 떨린다는 말까지 면접관들한테 해버렸다. 제발 나에게 도움되고 필요한 대답들만 하자 면접관들은 내가 첫면접인지 뭔지 관심도 없다.
첫 면접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점은 면접 = 준비 + 경험 이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열심히 작성하면서, 면접은 '적당히 순발력으로 대답하지 뭐'라고 생각했던거 같다. 서류는 통과만하면 기회가 오지만, 면접은 마지막 단계로 꼭 붙어야 최종합격한다. 앞으로는 면접 준비도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현재는 배우고 싶은게 많아서 내년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으로 인턴/취업 준비를 할거 같다. 가독성 좋은 코드를 작성하고 싶고, 여러 패턴들도 공부하고 싶고, 다양한 프론트엔드와 연계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고, 현재 알고 있는 것도 더 깊게 파보고 싶고, 그토록 우대한다는 대용량 트래픽 처리 경험이란게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이번 여름방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부트캠프에 지원하며 보내려고 한다. 부트캠프에 합격하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안되는 걸 염두해두고 다음 학기 중에는, 또 그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해야할지 고민 중이다. 일단은 프로젝트(여름) -> 프로젝트 + 알고리즘 (2학기) -> 부트캠프(겨울+2022상반기) -> 인턴+취준(2022하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