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2년차) 개발자 2022 회고

Sangwoo Park·2022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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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대학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회사에서 처음으로 개발자로서 돈을 받고 일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1년 6개월째 개발자 커리어를 밟고 있는 지금, 기억나는 2022년의 일들을 회고해 본다.

첫 회사, 퇴사 결심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대학 동아리 수준이었던 첫 회사. 작년 6월, 학교 프로그래밍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대표님으로부터 제안받아 첫 실무를 시작했다. 적은 월급이었지만 학업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회사를 6개월쯤 다니다가 SI라는 단어를 처음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회사도 SI 회사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 회사였기에 아름답진 않지만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약 1년간의 실무 경험을 통해 밑바닥부터 삽질해가며 배우는 법을 터득했고, 나의 학습속도가 그렇게 느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신입 개발자로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특히, 배울수 있는 멘토같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회사에는 나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도, 환경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회사는 빠르게 망하고 있었다. 가능한 빠르게 이직을 하리라 결심했다.

졸업

마지막 학기가 올해 상반기에 끝났다. 재작년에 복학해서 코로나 특혜로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하다가, 마지막 학기에 규제가 완화되며 대면수업을 꽤 많이 했다. 덕분게 번거롭게도 학교와 직장, 집을 1시간씩 왔다갔다 하며 4개월을 보냈다. 학교 수업은 대충하지도,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다. 졸업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휴학을 오래 한 탓에 대학을 9년만에 졸업했다. 드디어 하나의 과업을 마친 기분이었고, 후련했다. 이제 내 커리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을 뿐, 대학 졸업장 자체에 대한 감흥은 전혀 없었다. 졸업할 즈음,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내며 취업 문턱을 밟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두렵고 설렜다.

이직

가고싶은 회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좋은 회사 정도? 사실 그것보단 지금 무너져가는 회사를 탈출하는 것이 더 급했다. 별 볼일 없는 이력서와 다듬어지지 않은 기술지식을 가지고 수십군데 이력서를 냈고, 몇군데의 면접&과제를 보고, 그 중 한 곳에 합격하여 이직(이자 첫 취업) 을 하게 되었다.

여유를 가지고 "좋은 회사"를 더 찾아보는 방법과, 일단 일하며 단계단계 밟아 올라가는 방법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워낙 조급했고, 지금 있는 회사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합격한 곳으로 부랴부랴 이직했다. 이제 와서 보면, 다행히도 꽤 괜찮은 곳을 다니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제대로 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야 진짜 개발자가 된 기분이었다.

입사 후에 알게 되었지만, 이 회사는 막 인원을 늘리기 시작해서 아무런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날것에 가까운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아니면 문화가 없었다고 해야할까. 덕분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고, 나름 수평적인 분위기에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직에 변화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몸소 겪게 되었다.

커피챗

입사한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나는 다른 팀의 파트장들에게 커피챗을 요청했다. 3~4년 정도 경력의 개발자들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가 궁금했다. 크게 인상깊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협업할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들과 함께 사내 스터디를 진행하게 된다.

스터디

한창 테스트코드와 TDD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테스트코드가 없는 회사 프로덕트에 불만이 많았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테스트, 소스가 수정될 때 마다 발견되는 버그.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었다. 회사에 테스트 코드 작성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문화는 나 혼자 만들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회사에 작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사내 스터디를 모집했다. 회사의 모든 소스와 커밋을 뒤져가며 테스트 코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찾았고, 그들과 테스트코드를 주제로 6주간의 스터디를 진행했다.

"단위 테스트" 라는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주로 내가 주도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열심이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읽지 않고, 과제도 해오지 않았다. 그렇게 미적지근한 태도와 반응으로 6주는 지나갔다. 나는 좋은 스터디 모임을 만드는 데에 실패했다.

다음에 스터디 모임을 하게된다면,
1. 책을 같이 읽는 방법은 하지 않겠다. 책은 내 속도대로 읽는 게 좋다.
2. 정말 스터디를 원하고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의욕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을 까 고민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

첫 시도를 실패하고 나니 다음에는 어떤 시도를 해야 할 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또 새로운 시도를 해보리라 다짐한다. 예를 들면,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스터디라던가?

면접

회사가 공격적으로 채용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신입이지만 기술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면접에 참여하며 다른 면접관들의 질문을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배울 수 있었다. 면접자들의 이력서와 인터뷰를 통해 과거 내 면접을 돌아보고, 미래에 내가 보게 될 면접을 준비할 수 있었다. 어떤 질문을 해야 짧은 면접시간동안 면접자의 가치를 알아 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험도 재밌었다.

나중에 내가 직접 면접 본 사람들과 일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내가 반대했던 사람도 있고 내가 같이 일하고 싶어했던 사람도 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들과 일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파트장

팀장님의 제의로 입사 5개월차에 파트장을 맡게 되었다. 회의에서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였고, 실무도 곧잘 하는 나의 면모를 보셨다고 했다. 적은 인원이지만 조직을 리드할 수 있는 경험은 처음이었고, 해보고싶은 경험이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처음에는 내 할 일도 척척 하면서 파트원들의 어려움도 도와주는 믿음직한 파트장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여러명을 케어하고 소통하며 내 일까지 잘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개인 업무와 더불어 파트장 역할까지 잘 해내려다 보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드리뷰

사내에 코드리뷰 문화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보고 싶었다. 파트원들과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트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업무 스타일을 내 주관대로 가져가는 시도를 했다. 깃 & 브랜치 관리 전략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Pull Request를 올리며 서로 리뷰를 해주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미숙한 탓에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리뷰를 통해 파트원들의 팀웍이 향상되고, 코드품질도 상향평준화 되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모두가 조금 더 익숙해지면 확실히 서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코드 리뷰를 숨 쉬듯 당연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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