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의 애니메이터, 오늘의 개발자 이세원입니다.
이 글은 제가 LinkedIn에 짧게 올렸던 CIS 2026 후기를, 못다 한 이야기까지 다 풀어서 다시 쓴 긴 버전이에요.
AI를 쓰는 기업은 88%, 그런데 정작 손익에 효과를 본 기업은 한 자릿수랍니다.
McKinsey의 The State of AI 2025 통계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멍했어요.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건, 이게 '도입률'과 '성과율'을 나눠 본 숫자라는 점이에요. 쓰기 시작한 기업은 88%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도입을 실제 손익 개선까지 연결한 곳은 100곳 중 여섯 곳 남짓이라는 뜻이거든요. 'AI를 쓰긴 쓰는데 성과로 못 잇는다'는 골이 생각보다 깊었던 거죠.
여기에 하나 더 얹어볼게요. 모델은 분기도 아니고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새 버전이 쏟아집니다. Fable 5니 GPT-5.6이니, 따라가다 숨이 찰 만큼 빠른 속도예요. 그런데 이상하죠. 모델은 이렇게까지 빨리 진화하는데, 왜 그걸 도입한 기업의 성과는 그 속도를 못 따라갈까요?
저는 이 질문 하나를 품고 지난 6월 1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ZDNET Korea CIS 2026, "One AI, Elevate All" 에 다녀왔습니다. 여러 기업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고민을 펼쳐놨는데, 신기하게도 다들 비슷한 데서 병목을 느끼더라구요. 그리고 그 답들은 하나같이, 모델 바깥에 있었습니다.


여러 발표를 관통하던 장면 하나가 있어요.
PoC나 시연 단계에서는 기가 막히게 돌아가던 AI가, 막상 실제 현업에 들어가면 시름시름 앓다 무너진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혼자 연주할 땐 완벽한 솔리스트도, 오케스트라에 데려다 놓으면 박자가 어긋나잖아요. 발표들을 들으면서 제가 받은 인상은, 결국 문제는 모델 자체가 아니라 모델이 일할 '실행 구조'가 비어 있다는 쪽이었어요.
팀이 늘고 과제가 쌓이면 프롬프트는 여기저기 복제되고, 평가 기준은 제각각이 되고, 거버넌스는 늘 한 박자 늦죠. 에이전트는 우후죽순 늘어나는데 통제는 슬그머니 사라지는, 말하자면 새로운 Shadow IT가 자라나는 겁니다. 모델이 똑똑해질수록 이 그림자도 같이 커진다는 게, 이날 제가 받은 가장 큰 역설이었어요.
그러다 한 세션에서 들은 문장 하나가 머리에 콕 박혔습니다.
"코드와 프롬프트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니다."
처음엔 좀 도발적으로 들렸는데, 이유를 듣고 나니 끄덕여졌어요. 프롬프트는 부서지기 쉽고(brittle), 맥락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Context Rot), 코드는 제 환경에 묶여(환경 종속) 다른 데로 못 옮기니까요. 그렇게 죄다 휘발되고 나면, 그래서 도대체 뭐가 남느냐.
발표자가 내놓은 답은 셋이었습니다. 의도(Intention)·평가(Evaluation)·피드백(Feedback).
이 대목에서 저는 좀 소름이 돋았어요. 제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5년 넘게 콘티를 그리며 몸으로 배운 게 정확히 이거였거든요.
좋은 장면은 잘 그린 한 컷에서 나오지 않아요. '이 컷에서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의도에서 나옵니다. 작화가 아무리 화려해도 의도가 없으면 그냥 예쁜 그림일 뿐이에요. 잘 그린 프레임은 갈아 끼우면 그만이지만, 그 장면을 왜 이렇게 짰는지에 대한 의도와 수정 피드백은 차곡차곡 쌓여 다음 작품의 자산이 됩니다.
AI도 똑같더라고요. 모델은 프레임이고, 의도는 콘티예요. 갈아 끼워지는 건 모델 쪽이지,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질문. 그럼 그 '의도'는 어디서 나오느냐.
거창한 최신 모델이 아니라, 매일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의 판단이었습니다. 어느 발표에서는 "차이를 만드는 건 데이터가 아니라 판단(Judgement)"이라고까지 못 박더라고요. 80%가 암묵지로 묻혀 있는 그 현장 감각, 그게 진짜 자산이라는 거예요.
그러니 일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전사를 한 방에 뒤엎는 대신, 한 번에 하나씩 고치는 루프로 가는 거죠. 문제를 정의하고, 하나만 개선하고, 평가하고, 다시 반복. 구조화된 노트로 맥락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른바 Effective Context Engineering. 똑똑한 한 방이 아니라, 꾸준히 돌려서 굴려가는 작은 바퀴인 거죠.
여기까지 와서 제가 가장 오래 곱씹은 지점이 이거였어요.
의도·평가·피드백이 진짜 자산이라는 데까지는 동의했는데, 그게 누군가의 머릿속이나, 부서지기 쉬운 프롬프트 한 줄에만 남는다면? 그 사람이 퇴사하면 같이 사라지고, 그 프롬프트가 깨지면 같이 증발하는 거잖아요. 자산이라기엔 너무 위태롭죠.
결국 관건은, 그 의도가 버전이 매겨지고 재사용되는, 카탈로그화된 워크플로우로 남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번 잘 짠 판단의 흐름을 조직이 그 위에 계속 쌓아 올릴 수 있는, 말하자면 '자산의 서가' 같은 것. 그제야 의도가 휘발되지 않고 조직의 근육이 됩니다.
AI를 활용한 현장의 즉각적인 업무 수행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더 길게 끌고 갈 것은, 그 의도·평가·피드백을 워크플로우 자동화로 구조화해 자산으로 남기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행사의 첫 세션을 연 게 바로 워카토(Workato)였어요.
행사가 끝나고 메모를 다시 펼쳐 보니 그 첫 발표가 가리키던 자리가 정확히 이 '비어 있는 실행 구조'더라고요. 마치 질문은 마지막 세션들에서 받았는데, 답은 첫 세션에 미리 깔려 있던 느낌이랄까요.
발상 자체는 단순했어요. LLM이 판단하면, 그 판단을 실제 기업 시스템 안에서 대신 실행해주는 층(layer)을 까는 것.
똑똑한 모델이 "이건 이렇게 처리하자"고 결정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결정이 진짜 업무로 굴러가게 만드는 거죠. 앞에서 비어 있다던 바로 그 자리예요.
왜 이게 그 자리에 딱 맞는다고 봤느냐면요.
여기에 엔터프라이즈 MCP(Enterprise MCP)가 더해지면, 다양한 AI 모델이 통제된 채로 실제 업무를 호출하고 실행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결국 진짜 엔터프라이즈 AI, 그러니까 회사 시스템 안에서 책임지고 굴러가는 기업 자동화는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셈이에요. 흥미로웠던 건, 프런티어 AI를 직접 만드는 글로벌 기업들조차 자기네 비즈니스를 돌리는 데는 이런 실행·오케스트레이션 기반에 기댄다는 점이었어요. 모델을 가장 잘 아는 쪽이, 모델만으론 안 된다는 걸 가장 먼저 인정한 셈이죠.
접근법도 과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전사 도입부터 지르지 말고, 가장 복잡하고 골치 아픈 업무 하나를 골라 4주 안에 작은 검증부터. ROI가 보이면 그때 옆 부서로, 전사로 천천히 넓혀가는 식. 거대한 그림 한 장보다 작고 구체적인 한 걸음. 이것도 어쩐지 '한 번에 하나씩'이라는 이날의 결론과 닿아 있었습니다.

사실 'LLM의 판단이 실제 업무로 흘러간다'는 말, 글로만 풀면 좀 추상적이잖아요. 다행히 그 첫 세션 발표가 영상으로 녹화돼 있어요. 흐름이 어떻게 설계되는지 직접 보는 게 백 마디 설명보다 빠를 거예요. (제가 LinkedIn에도 걸어뒀던 그 영상이에요.)
👉 CIS 2026 발표 영상 보기: https://youtu.be/hXstm9RVKKA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면, 그다음은 직접 만져보는 거죠. 비개발자도 손댈 수 있게 열려 있어서, 저도 다음 글에서 이걸로 첫 자동화를 해볼 참이에요.
👉 체험(샌드박스) 신청: https://app.trial.workato.com/users/sign_up_trial?utm_source=ambassador_1gi&utm_medium=content&utm_campaign=kr_2026&utm_content=lsw
👉 데모/상담 신청: https://www.workato.com/ko-KR/request_demo?utm_source=ambassador_1gi&utm_medium=content&utm_campaign=kr_2026&utm_content=lsw
행사장을 나오면서 든 생각은 처음의 그 질문으로 돌아갔어요.
모델은 똑똑해지는데 왜 성과는 안 따라올까. 답은 모델이 아니라, 그 모델의 판단을 받아 실제 업무로 옮기고, 그 의도를 자산으로 남기는 구조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더라고요. 빠진 조각은 한 번도 모델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늘 그 뒤에 있어야 할 구조였죠.
한때 저는 '전부 AI에게 맡기자'에 호의적인 효율화 신봉자였어요. 그런데 전부 맡기는 게 효율인 줄 알았던 게 착각이었습니다. 진짜 효율은 흐름을 제대로 쥐는 것이었어요. 솔리스트는 이미 차고 넘치고, 지금 필요한 건 정확한 지휘니까요.
앞으로 워카토 코리아의 학생 앰배서더로 활동하면서, 휩쓸리기 쉬운 AI 용어와 방법론을 한 꺼풀씩 벗겨, 그 흐름을 직접 쥐도록 돕는 이야기를 현업 실무자부터 입문자까지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직접 워카토 샌드박스를 만져본 저의 첫 자동화 도전기를 들고 올게요. (잘 될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
서툰 지휘자의 첫 손짓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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