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바깥바람을 쐬며 : 부트캠프 수료 회고

윤슬기·2020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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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시브 코스가 끝났다. 시작할 땐 마지막 날이 짐작도 안 갔는데, 이렇게 금방 왔다.

코스의 마지막은 어쩌면 취업이라,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지금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느낌이다. 같은 기수 친구들과 정보를 나누고, 서로 일과를 공유하면서 느슨하게 응원을 나누고 있다.

코드 스테이츠에서 기초 코스인 프리코스를 끝내고 다음 루트를 찾을 땐 여러 선택지를 고려했다. 국내 부트캠프 목록, 온라인 강좌들, 영어권 온라인 부트캠프와 코스들을 검색해서 목록으로 만들고 장단점을 정리했다. 적어 내려가다 보니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공부할 사람, 조언이나 코드리뷰를 해 줄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는데 혼자 하는 공부로는 조건들을 충족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우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독학은 제외했다.

공부 방법을 선택하는 것 외에는, 비용이 걱정이었다. 이 정도는 투자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크면 클수록 내 의지를 시험하는 강도도 커졌다. 이만큼 내면서도 개발자 할 거야? 라는 질문에 지금보다 훨씬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여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었으므로 방법을 조합해보면서 운을 바랬다.

한 가지 큰 기회가 있었다. 코드 스테이츠에서 여성 장학생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들 중 한 명을 선발해서, 이머시브 코스를 무료로 수강할 기회를 주기로 약속되어있었다.

장학생 선발 과정을 신청하고 사흘 정도 면접 예상 질문들을 정리해 답을 적어봤는데,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내가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과정이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면접 당일에는 너무 긴장되어서 데스크탑 배경화면에 강아지 사진을 깔고 화상 면접을 봤다. 그리고 놀랍게도 장학생이 되었다. 그날 배경화면으로 사용한 닥스훈트 강아지 사진은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이머시브 코스 수강생은 25명 정도였고 각자 살아온 배경이 다양했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는 거의 없었다. 과정은 크게 수업과 프로젝트로 나눌 수 있다. 수업은 이전 코스 복습, 자료구조, 알고리즘, 서버 구성, 리액트, 클라이언트와 서버 연결, 데이터베이스, 인증(클라이언트 - 서버 - 데이터베이스 연결)과 배포를 한 바퀴 돌며 경험한다. 뼈대 코드와 테스트 케이스가 주어질 때도, 아닐 때도 있다. 대부분의 과정을 나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페어 프로그래밍으로, 드라이버-네비게이터 역할을 바꿔가며 진행한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둘 다 잘 모르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함께 정보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코스 뒷부분으로 갈수록 철저하게 역할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혼자 하는 것보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서로 아는 부분을 보충해 줄 수 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한 번의 페어 프로그래밍이 끝나면 서로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게 된다.

프로젝트는 두 개이다. 기간은 각 2주, 4주이고 팀 편성과 기획 기간이 포함되어 있어서 코드를 작성하는 기간은 더 짧다. 2주 때는 대개 지금까지 공부한 기술들을 복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4주 때는 비교적 자유롭게 새로 사용해보고 싶은 도구들을 도입한다. 이번에는 4주 프로젝트 때 타입스크립트와, 리액트 네이티브에 도전한 팀이 많았다.

공부하는 주제에 대해 블로그 적기, 아침마다 알고리즘 문제 풀기 등 어느 정도 강제된 룰이 존재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점, 담당 엔지니어와 수강생들이 토론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깃헙 사용에 익숙해지도록 짠 코스 구성이 세심했다고 느낀다. 내가 16기였으니 16번 정도 코스를 개편해왔다는 이야기라 구성면에서는 믿음이 갔다. 담당 엔지니어분들도 성실하고 열정적이다.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한 기당 수강생이 대략 30명이고 코스 기간이 이전 기수 후반, 다음 기수 초반과 겹치기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서인지 코드 리뷰를 받을 수 있는 정식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Q&A 게시판에 따로 문의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따로 코드 리뷰에 할당된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코스는 끝났지만, 취업 서포트는 계속되고 있다. 부트캠프와 제휴된 기업에는 수료 시 이력서가 제출된다. 궁금한 점이나 보고할 일이 있으면 담당 직원과 이야기 할 수 있다. 가고 싶은 회사를 알아보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서 자신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데, 들여다볼수록 내 실력이 솜사탕 뭉치듯 작아 보인다. 그래서 다시 살을 붙이려고 휘휘 막대기를 돌리고 있다. 성실함 밖엔 답이 없다.

  • 포트폴리오 사이트는 여기 : 포트폴리오 | 윤슬기
  • 마지막 프로젝트로 만든 식물 관리 앱 '초록'은 좋은 기회를 얻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절찬 후원자를 모집 중! : 나의 반려식물 성장 기록 어플 <초록草錄-ChoLog>
  • 글 제목은 코스 수료가 끝났을 때 올린 트윗의 일부이다. 여유롭게 공원에서 꼭 유유하게 산책하려고 했는데 시간도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아직 물러나지 않아서 못했다. 봄에는 꼭 산책해야지.
  • 부트캠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트위터 @sgyoon_info DM을 보내주시거나 댓글로 달아주세요.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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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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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7일

나의 반려식물 성장 기록 어플 <초록草錄-ChoLog> 이건 클라우드 펀딩에 실패해서 프로젝트를 그만두게 되었나요?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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