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과제] 교수님 저는요

shinychan95·2020년 4월 8일
2
post-thumbnail

( 과제 설명 )

“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 “나는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자신을 삶을 성찰하는 한 편의 에세이를 작성한다.

유의사항 : '규율권력', '자유', '주체', '악의 평범성', '권위에 대한 복종' 등 수업의 주요 용어들 중 자신의 에세이 맥락에 필요한 것을 적절히 선택하여 활용한다.

(수업 중에 교수님께서)

이 수업을 듣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우리의 자아는 감시 아래 형성되어 온 걸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는 보이지 않은 권력으로부터 항상 감시당하고 있지요.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건 감시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감시하는 권력을 가진다는 것에 가까워요. (중략)”

 

다행이고 좋은 일이다. 현대 사회는 어떤 철학적 배경으로 등장하게 되었으며, 자유란 무엇이며, 권력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자유는 사실 어떤 결과인지 그리고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의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알게 된 것 말이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하지만 마음이 자유롭거나 시원하지 않은 기분은 왜일까?

 

한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그저 나 자신만 살펴보았다. 현재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과거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미래에 어떻게 되고 싶은지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경쟁 이데올로기 속에서 그 이념이 주가 되는 대한민국 교육 체계 아래서, 나는 경쟁할 때 남다른 두각을 보였어. 그래서 POSTECH에 왔고,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앞으로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요소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야.”라 답을 해야 할까?

 

언젠가 사회에서 중요시되는 이념들을 이데올로기적 요소로써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뒤로 한동안 머릿속에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담은 채 지냈다. 하지만 또 관련된 모든 것을 잊은 채 그저 삶을 지내왔었다. 왜 그랬을까? 그냥 잊어버린 것인가? 아니면 경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바라본다고 이 사회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포기했던 것일까?

 

나를 성찰할 요소는 정말 무수히 많다. 내가 저지른 그동안의 위법, 부도덕 그리고 게으름 등 앞으로 하지 말아야 좋았을 것들을 나열하기에는 이 두 장의 글은 부족할 것이다. 어찌 이리 성찰할 것이 많은지 놀라울 따름이다. 혹시나 내 안의 본질 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나는 정말 평범하다. 자유로워지길 바라고, 어느 정도 규율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권력 앞에 작아져도 그것을 바라고, 하루하루 해야 할 일과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잘 정리하여 이뤄낸다. 그러다 가끔은 맘 놓고 웃으며 하루를 지내고 지나버린 시간에 불안해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저 평범한 ‘김찬영’이다.

 

내 삶은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면 과거의 나에게 있었다면 좋을 것들이 눈에 선할 때가 잦다. 뒤늦게 시대를 알고 자유를 알고 권력을 알면서 스스로 돌아볼 것이 많아진다면 이후에 나는 정말 얼마나 많은 것을 성찰해야 할까?

 

내가 가장 성찰하고 싶은 부분은 나 자신을 둘 틈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그 틈은 게으름을 피울 시간적 여유 같은 것이 아니라 내 모습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는 틈을 말한다. 배우면 배울수록 나의 시야가 커질수록 지난 시간 동안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나의 모습을 하나하나 분류하여 판단하지 않고 싶다. 그저 웃으면서 과거의 나를 바라보고 싶다. 그런 부족한 매력이 있는 당시의 나는 작은 틈에 넣어두고 마치 오랜 추억처럼 바라보고 싶다. 내 안에 버리고 싶은 부분이 하나도 없도록 말이다. 과거의 내가 잘못이 있다면 과거이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위법적인, 부도덕한 그리고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안 할 것이고 했다면 반성할 것이다. 잘못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판단 및 평가를 받는다면 기꺼이 숙고할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 저는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고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신을, 삶을 성찰하고 싶지 않습니다. 성찰한다면 자신과 삶이 아니라 어제의 혹은 과거의 내가 했던 일 중에 잘못된 일이 명백하거나 비판 듣게 된 일이 있다면 성찰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성찰하고 싶은 부분은 어제의 나를 보며 웃지 못하는 현재의 나 자신입니다. 과거의 내가 어떤 모습이었든지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틈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쩌면 항상 당하고 있는 감시 사회 속에서 스스로가 내면을 바라보는 것도 감시이기에 그것은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profile
개발자로 일하는 김찬영입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