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한 지 이제 6일차인데 벌써 한 달은 지난 것 같다.
사람이 이렇게 빨리 친해질 수 있는지 몰랐지...ㅎㅎ
첫 팀플을 정신없이 마치고 이제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5개월 후의 나.. 보고 있니?
뒤늦은 사춘기
오래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걸 제일 잘하는 덕분에 고등학교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대학도 괜찮은 곳에 갔다.
졸업할 즈음에는 취업난이었음에도 무난히 괜찮은 직장도 얻었다.
비록 쥐꼬리보다 못한 월급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좀 여유로워지니까 뒤늦은 사춘기가 터졌다.
그동안 못해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평소였다면 금세 포기했을 텐데 그게 안됐다.
당장 시작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취미생활들 :
프랑스 자수, 캘리그라피, 크로키, 젠탱글, 발레, 피아노, 게임...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게 많은지 몰랐다.
이제야 나를 마주보는 느낌이었다.
어릴 때 해야 할 고민을 뒤로 미뤘던 대가가 지금 찾아왔다.
직장생활은 나쁘지 않았지만 여기서 10년, 20년 일하고 퇴직하면 인생에 후회가 많을 것 같았다. 일하는 사람 반, 시간만 보내는 사람 반인 직장 분위기는 나까지 저 밑으로 끌어내렸고, 여기에 오래 있긴 힘들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 맘때쯤 친구가 고민만 하지 말고 같이 생산적인 활동이나 하자며 파이썬 인터넷 강의를 끊었다. 덕분에 같이 열심히 듣고 있는데 그 소식을 들은 UX/UI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 동생이, 언니 지금 고민하고 있으면 이쪽은 어떠냐, 우리 같이 일하면 참 좋겠다며 말을 전해왔다.
내 얇은 귀가 이 때도 열심히 팔락거려준 덕분에 개발자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 그리고 '탄탄한 기본 토대'
정글 입소 전에 잠 못 이루고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너무 적응을 잘 했다.
정확히는 더 이상 고민에 빠져 있을 정신이 없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첫 팀프로젝트가 진행되며 팀원들과 만났고,
머쓱하게 인사하자마자 바로 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박 3일을 하루 온 종일 시간도 잊고 코딩만 한 것 같다.
곁에 어떤 사람들이 있고, 누구를 만나느냐가 내 삶의 방향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정글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첫 팀원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어서 프로젝트를 즐겁게 배우면서 진행했다.
비록 아직 미숙한 실력 탓에 아쉬운 점도 있고 부족한 점도 많았던 프로젝트 였지만 도덕 교과서에서 꺼내온 것 같은 팀원들 덕에 많이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의견 내기에 주저하지 않고, 서로 하는 말들을 귀담아 들어주고, 남 탓 하지 않고,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말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B반의 다른 동료들도 함께 팀을 해보고 싶은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기대된다.
다들 나랑 친하게 지내요. 해치지 않아요.
이미 공부했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도 사실 겉핥기였다는걸 실감했다.
주어진 과제만 파고드는 것도 따라가기 벅차하는 내 미래의 내모습이 벌써부터 눈 앞에 그려지지만, 최대한 많이 물어보고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자.
지금 당장 이해할 순 없어도 정글 이후에 계속 쌓아나갈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일단 해보자.
정글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최대한 머릿 속을 비우려고 한다.
사람이 너무 잘 해내고 싶고, 좋은 결과만을 내고 싶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이 길이 아니라면, 혹은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따위의 고민들은 넣어두고 일단 해볼 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그러면서 열심히 해보고 실패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을 내 삶에 녹여내자.
새로운 삶의 방향과 태도
만약 1년 전의 나에게 넌 1년 후에 개발 공부를 시작한다고 말한다면 믿지 않을 것이다.
정글 수료 후에 나는 아예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게 될 테지만,
처음 결심했던 순간 만큼 두렵진 않을 것 같다.
여기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계속 공부하고,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되기 위해 블로그 글은 이만 줄이고 공부하러 가겠다.
오늘도 화이팅!
좋은사람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