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먹고살고 나서는 처음 쓰는 회고록이라 할말이 많은데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쓸걸 그랬다.
올해는 진짜 집-회사 두곳밖에 안다닌 인생이었다.
창업 3년차가 고비다
어디선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3년차가 고비라는 말은 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예전 대학생시절 어찌어찌 연락이 와서 세븐픽처스라는 스타트업에서 웹사이트 서버를 세팅해주고(워드프레스였다) 개발할 책을 받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 회사는 내가 처음 경험해본 스타트업이었다. 넓은 공유오피스에서 모니터를 보고 일하는 5명정도의 사람들이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공유오피스에서 업무를 했었다.
내가 머릿속에서 그려왔던 스타트업의 이미지는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고 도전정신이 살아있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봤던 스타트업은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서 대학생 아는 애들을 데려와서 서버를 올리고 점심시간에 짜장면을 사주던 사람들이었다.
즐거워야하는 점심시간인데 뭔가 어두운 분위기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스타트업이라는 곳도 결국 일하는 곳이고, 일하다보면 어떨 때는 지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올려주었던 그 웹사이트는 3년이 되기 전에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아마도 여기서 사이트를 손봐주던 때 3년이 고비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 때 들었던 말과 그 결과를 보고나니 이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정말 다행히도 내가 빈 화면에서 한줄 한줄 개발했던 서비스는 아직 살아 숨쉬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3년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3년간 고민하고 부딪치다 보면 어느세 창업을 같이했던 친구들은 이 분야의 비즈니스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팀도 짠내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올해는 짠내나던 학생창업자에서 벗어나 조금씩 스스로 서있는 스타트업이 된 한 해였다.
아직도 종종 앞날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함이 엄습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는 처음 개발팀이라는 것이 생겼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각자 개발하는 분야가 달라서 개발한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로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5명의 팀원이 생겼다.
관리자의 업무 비중이 늘어났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팀 모두는 실무자의 역할을 맡았어야 했다.
관리와 실무를 나누기에는 팀원이 적었고, 할일은 많았다.
하지만 회사의 구성원이 늘어나다보니 관리자의 역할이 실무의 비중 못지 않게 더 높아지게 되었다.
업무를 팀원과 나누고 팀원의 일정을 조율하고, 문제가 생기면 커버하러 가야했다.
특히 질문 세례를 자주 받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들어오게 될 것 같다.
그 때까지 나도 내 몫의 성장을 해야한다.
아직 개발팀 관리라는게 익숙하지 않고 낯설다.
그래서 2022년에는 이쪽으로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Docker와 배포 자동화를 도입했다
개발팀이 생기면서 첫번째로 경험했던 것은 세팅해야 할 개발환경이 무려 5개나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로 재택근무까지 있다보니, 관리해야할 개발환경이 10개 이상으로 느껴졌다.
지금까지 모두 주니어 개발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개발환경 세팅을 내가 직접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개발환경을 세팅할 수 없었다.
그래서 Docker를 도입하기로 했다. (물론 혼자 고민하고 내맘대로 결정했다ㅋㅋㅋ)
Docker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DevOps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인식하고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관련 분야를 알아보다보니 배포 자동화도 도입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반쪽짜리지만 Jenkins + Docker 배포 자동화를 구성했다.
배포 자동화가 원활히 돌아가게 하기 위해 bash script를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AWS EC2로 서버 마이그레이션을 수행했다.
원래 작년에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DB와 웹서비스 코드를 담은 서버 한대씩 할당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1년에 스타트업에게 제공해주던 크레딧이 끝나고,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문제가 좀 많다는 생각에 이전을 고민했었다.
그러다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AWS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다.
한 3시간동안 서비스를 멈춰놓기로 예고하고, 새벽에 서비스 코드와 DB를 옮겨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무사히 이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졸업을 하고 나니 이제는 진짜 사회인이 된 기분이다.
졸업 전에는 내가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가끔 혼란이 왔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사회인이 되었다.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가 유행하는 바람에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를 다녔었다.
그래서 상반기에는 공부와 일 두가지를 병행하는 생활을 했다.
초반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시험기간이 되면서 두가지를 모두 병행하는게 쉽지 않았다.
기말고사를 볼 때 즈음에는 번아웃이 와버려서 시험 끝나고 나서는 일벌리는걸 자제했었다.
2021년 초에 동아리 후배 3명과 같이 썼던 PostgreSQL 입문서 출판을 했다.(링크)
2019년에 "맛있는 MongoDB"라는 책을 혼자서 집필 했었는데, 그 이후로 한권정도 더 출판하고 싶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고 나서 막상 책을 써보니 그때 느꼈던 글쓰기의 고통이 다시 기억났다. 아무래도 다시 2년동안은 집필을 피하게 될 것 같다.
올해는 근래들어서 거의 강의활동을 안했던 한해였었다.
두건의 강의를 진행했는데, 둘다 엘리스에서 먼저 제안해서 했던 강의였다.
집, 회사 두곳만 종일 다녔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 학생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새로운 사람을 별로 못만났다.
맨날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나게 되는것이 좀 아쉬웠다.
책 출간과 약간의 강의를 했지만 그 이외에 활동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회사 일에 집중하다보니 그 외의 활동에 소홀해졌던 것 같다.
그 외에도 개발자로써 올해 큰 성장이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것 같다.
내년에는 더 많은 동접자를 감당할 수 있는 코드를 쓰는 백엔드 개발자가 될 수 있으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