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5월이 지나고 6월이 찾아왔다. 아직 잘 들리진 않았지만 동기 몇 분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정말, 아주 정말 간간히 들려올 즈음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저 취업은 남 일이고, 나는 미취업 상태로 6월을 넘길 것 같은, 그 누구도 닥달하지 않았지만, 불안감이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취업을 마무리하기까지 정말 많이 원서를 넣었던 것 같다. 물론 대기업 준비하던 일반 공채 친구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지만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100개의 이력서 같은..?) 나도 내 나름대로는 많이 넣었다고 생각했다.
토탈 43개. 그 중 면접까지 다다른 것은 단 8건에 그쳤다. 그래도 20%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긴 했으니 다소 성공적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싶다가도 무수히 많이 떨어진 서류전형과 심지어 아예 접수만 되어 있는 전형도 다수여서(이게 사실 대다수) 없던 불안감마저 생겼다. 면접을 본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니 붕 뜬 기분이었다.
나는 일단 이 모든 것들을 트렐로에 정리했고, 일주일 이상 반응이 없는 회사들마저 하나 하나 티켓을 정리했다. 반응 없는 회사가 더 많아서 아쉽긴 했다. 그래도 기회라도 주지.. 아님 아니라고 탈락이라고 말해주지.. 물론 스타트업 특성상 너무 바빠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 때는 참 마음이 그랬다.
스터디는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한참 좋은 자료를 찾아서 CS 지식 뿐 아니라 OS 지식까지 공부할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배민에서 나온 영상들을 함께 보기도 하면서 효율적인 공부법을 꾸준히 찾고 노력했다. 면접을 중심적으로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더 필요해서 주 2회였던 모임을 주 3회로 늘리고 조금 더 밀도 있는 스터디를 진행했다. 여전히 스터디룸을 잡고 멘토와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일까? 두 분께서 연속으로 취직이 되셨다. 백엔드끼리 모여서 하는거였고 백엔드가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더 축하할 일이었고 마치 그 분들은 당연히 빨리 되었어도 더 빨리 되었다는 반응이었다. 두 분의 실력이 대단하기도 했고 면접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축하할 일이고 기뻤다. 같이 공부했고, 다른 분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도 자신감이 붙을 수 있는 충분한 계기였으니 말이다. 두 분이 되었으니 나도 될거야. 그 마인드가 왜 내게는 와닿지 않았는지 내 옹졸하고 불안한 속내는 몸서리쳤다.
내가 두 분을 시기했다는 의미로 쓴 말은 절대 아니다. 나도 똑같이 생각했기에(저 분들은 무조건 취업 순위로는 꼭 1,2등이 될 분이었다.) 말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내가 위축되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당시에는 "아.. 이러다 내가 마지막으로 남겠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엄살 같지만 내 유리멘탈은 참으로 이를 견디기 어려웠나보다.
사실 엄살이 맞았나 싶긴하다. 나는 주마다 1~2회의 면접의 기회가 있었고(총 7~8주가 걸렸는데 면접이 8번이었으니..) 과제까지 해서 그래도 많은 기회를 얻었다. 심지어 과제와 면접이 겹쳐 곤란했던 경험도 있었으니 말이다.
면접을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보다 보니 물론 긴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도 면접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 말도 좀 덜 더듬고, 저번에 아쉬웠던 내용이 똑같이 질문이 들어오면 다시 잘 생각해서 다음 기회에는 더 잘 대답하고 그랬다. 그리고 처음으로 면접을 보고 '아 이거 될거 같기도 한데?'라는 막연한 기대가 되는 곳도 생겼다.
물론 기회가 생긴다고 해서 공부를 놓은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스터디를 참가하며(한 번도 빼먹은 적은 없음) 같이 하기로 한 주제들을 열심히 공부해갔고(결론적으로 나온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너무 딥한 공부가 아니었나.. 뭐 나중에 쓰이겠지..) 열심히 또 블로그 정리를 했다. 그리고 면접 질문과 경험은 모두 공개했다. 복기하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공부한 것을 블로그로 공유하듯 똑같이 위코드 채널을 통해 공유했다. 아마 이상해서 제대로 면접같지 않은 면접이었던 것을 빼면 모두 공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덕분에 핀 꽂힌게 한 두개가 아니겠지..)
이렇게 경험하고 공유한 모든 결실이 한 번에 찾아왔다.
앞서 설명한 느낌이 좋았던 면접에 이어 합격 연락을 받은 날 봤던 면접도 사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대답을 잘 해보려고 노력을 잘 했고 대표분을 포함한 팀원분들이 좋게 봐주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나쁜 예감 없이 후련히 하고 나와 면접 내용을 공유하고나서 몇 시간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안녕하세요. 전에 면접보신 주식회사 00입니다. 다름아니라 제가 전화를 드린 점은 00씨가 합격을 하셨다는 뜻이겠죠? 먼저 축하드립니다. 설명 몇 가지만 드릴게요...."
아직도 이 멘트를 잊을수가 없다. 7일 안으로 연락이 없음 떨어진거랬는데 정확히 7일째가 되는 날에 온 첫 최종합격 전화. 손이 덜덜 떨리는 가운데 인사팀에서 하시는 말씀을 모두 받아 적고 엄마와 손뼉을 치며 좋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전화가 왔다. 마찬가지로 모르는 번호였다.
"안녕하세요. 아까 면접 본 00입니다. 면접 결과 합격이십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까 면접보고 온지 몇 시간 안 되었고 합격 전화를 받은지도 얼마 안 된 상황이었는데 또 합격전화라니..
죄송하게도 느낌이 좋았던 첫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묘하게 죄송한 마음도 들면서도 회사를 골라서 가게 되었다는 성과에 대한 뿌듯함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그 떄 하고 있던 회사 1차 과제도 애둘러 제출해버리고(그렇다고 대충하지 않음. README 잘썼다고 좋은 피드백이 왔다. 합불은 아직 모르지만) 그 기분을 즐기며 본격적으로 쉬게되었다. 마치 입사 전 받은 마지막 휴무처럼.
결과 : 총 43개 지원 면접 8개 합격 3개 (과제는 아직 결과 미정으로 패스)
입사 날짜를 정했기 때문에 이제 정말 휴가라고 생각이 된다. 남은 기간이 며칠 되지 않고 준비할 서류도 산더미라 정신없지만 진짜 개발자가 된다는 설렘도,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드니 감정이 되게 복합적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이런 취직이 늦기도 했고 처음이다 보니 생소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여태 배운 것만으로 잘 할 수 없기에 가서 죽었다 생각하고 배우고 익혀야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껏 힘들게 고생한 것이 자양분이 될 것이니 자신감만 가지고 다음주부터 또 잘 해내야겠다. 너무 쫄지 말자. 나를 뽑아주신 이유가 있을 것이고 나는 그에 부합하게 잘 하면 된다. 그리고 잘 해낼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두 번째로 하는 것이니 두 배로 즐겁게 하자.
멋지십니다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