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생활을 끝마치고, 되돌아보면서

LeeTaeHwa·2022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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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 Blah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간다던가. 군복무 할 당시에 하루 하루가 정말 싫었지만, 저 말만 생각하면서 보냈다. 그렇게 꾸역꾸역 참다보니까 정말로 전역하는 날이 오기는 했다. 대학원 생활도 이와 비슷하게 끝이 오기는 했다.

그렇다면 군생활 하듯 하루하루를 버티기만 하면 그 끝이 올것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졸업하기 위한 요건들이 있고, 2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처럼 그 끝이 오는 날을 고대하지만서도, 그 끝이 빨리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는 이 순간도 내가 석사인지 모르겠다. 뭔가, 시간차서 억지로 기어나온 기분이 더 강하다. 하기는 무언가 하기는 했지만,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내 감상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석사는 다들 그렇다고 한다. 이 진짜인지, 가식인지 위로를 떠나서도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현재 나 자신에 대해 만족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본 포스팅을 통해 쓰고 싶은 것은 대학원 생활에 대한 후회와 으레 알고 가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쌓여온 감정들을 풀어내고,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훌훌 털어내고 새 출발을 하고 싶다.

진학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더 어려운 던전에 입장하는 것인데, 너무 덜컥 들어와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냥 대학원에 가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될 거야' 하는 막연한 기대로 말이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기만 한다고 해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학원이란 과정은 지식을 얻어가기 보다는 어떻게 지식을 생산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대학원을 안가고 그냥 취직을 했을 것 같다. 난 지식 생산에 딱히 자신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무지를 안고 진학을 해버렸으니, 그 생활이 순탄 할 리가 없다. 첫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으니 말이다. 연구실 컨택을 하는 것 부터 쩔쩔맸다. 결론적으로는 여기저기 찌르다가 여차저차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무모한 진학을 했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학부 때 연구실 생활을 1년 정도 해본 경험때문에 무작정 시도하게 된 것 같다. 때문에 연구실은 논문이라는 존재보다는 과제 사업을 받아서 개발하는 곳, 그런 이미지가 강했다. 개발 업무에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넘치고, 여기서 하는 일에 대한 오해가 서로 시너지를 이룬 것이 아닌가 싶다.

준비 할 것

나갈 때까지 대학원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적어도 진학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겠다. 사전준비 없이 바로 대학원에 들어가는 건 제일 어리석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명한 대학원 진학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어떻게, 뭘 하라는 것인가? 여기서 이 질문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논문

기본적으로 대학원은 지식을 생산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최신 이론은 논문으로 출간이 되며, 이를 통하여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시중에 출간되는 책들은 앞서 출간 된 논문들의 정리라고 볼 수 있다(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논문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정말 좋다.

여러 논문을 읽어봐서 논문 독해에 딱히 부담이 없다면 좋고, 해당 연구실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더 좋다. 그리고 해당 주제와 관련하여 논문 작성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좋다. 거기에다 SCI급 논문을 써보기까지 해보았다면 완벽하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는 모두가 이런 사전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쓰고있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진학하기 전에 읽어본 논문은 딱 1편으로, Playing Atari with Deep Reinforcement Learning 으로 DQN에 대한 내용이다. 이 논문을 1회독 하는데에만 일주일이 걸릴정도로 피를 보았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연구실에 들어가서 처음 맞닥드린 난관은 논문 읽기였다. 기본적으로 영어인데, 낯선 영문 표현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분량이 매우 방대하여서 읽는 것도 매우 지쳤다. 수업에서도 논문을 다루기 때문에, 논문을 읽을 줄 모르면 수업을 따라 갈 수도 없었다.

연구를 함에 있어서도 논문이 중요한데, 연구를 잘 할려면 search가 매우 중요하다. 자기 연구 분야에 필요한 논문을 찾고, 좋은 논문과 나쁜 논문을 구분하는 능력은 정말 중요하다. 지금와서 되돌아 보면 쓸잘데기 없는 논문에 시간 버린 경험이 적지않은 듯 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강적인 내용을 훝고,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여 자기에 대한 필요성을 판별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결국에는 스스로 논문을 작성하게 될 것인데, 처음 이 과정을 시행하게 되면 상당히 난감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되며, 어떤 것이 잘 쓰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사실 이 부분은 대학원을 진학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이라고 본다. 때문에 대학원에 오기 전까지는 모르는게 어찌 보면 당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문 작성 경험이 있다면 좋다.

결론은 대학원에서 논문을 찾고, 읽고, 작성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능력이 미리 훈련되어 있다면, 적어도 필자보다는 대학원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적어도 이 중요성은 잘 알고가는 것이 좋다.

연구

대학원은 기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서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 몰랐던 것들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연구분야는 매우 무궁무진하며, 지금 상용화 된 것들은 과거 수없이 많은 연구끝에 세워진 것들이다. 그리고 그 밑을 살펴보면 무수히 많은 시도와 실패들이 놓여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연구란 무엇인가와 연구 주제의 중요성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고생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연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뭔가 연구를 한다고 하면 특별한 것들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기술, 그런 것을 고안 할 수 있다면 정말 최고다. 하지만 그건 정말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그리고 꼭 복잡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말 어린아이도 떠올릴 정도로 간단한 방법이라도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쓰는 것은 논문이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접근하는 논리가 있다면 논문이 된다. 정말 사소한 것도 연구가 되며, 어떤식으로든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연구가 된다. 작은 시도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구 주제를 확실하게 잡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는 여러가지와 연관되는 문제로, 어쩌면 대학원 생활에 가장 근본적인 내용일지도 모른다. 대학원 생활동안 쓰게 되는 논문은 특정 도메인을 기반으로 하게 되며, 제안 기법도 이와 관련하여 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주제와 대학원 생활은 도저히 떼어 놓을 수가 없다. 그런 만큼, 연구 주제에 대한 개인의 흥미를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너무 흥미와 무관한 주제를 선택하면, 연구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실

대학원 생활을 하면 대부분은 연구실에 소속된다. 연구실에 소속되지 않고 따로 생활하는 별개의 경우도 존재하긴 하는데, 이는 그냥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대학원 생활을 보낼 연구실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에 대해 고려 할 몇가지 사항들이 있다.

첫 번째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그냥 교수님의 평판이 좋고, Alumni를 보니 그 실적이 좋아서 간다고 하면 좀 곤란하다. 그러한 내용들이 좋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같이하게 될 것은 연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학원 생활을 결정지을 요소이면서, 그 생활 동안 열정을 태울 연료다. 그래서 연구실의 평판과는 별개로 연구 주제가 어떤가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때문에 연구실에서 낸 논문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두 번째는 인건비에 관한 것이다. 연구실에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인건비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서 석사는 프로젝트에서 배제하거나 늦게 참여시키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에 대해 어떻게 되는지 논의를 충분히 해보아야한다. 그래서 연구비에 의존하여 연구실 생활을 할 계획이라면 잘 알아보아야 한다. 물론, 연구비를 많이 준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듯이, 연구비가 많이 나온다면 그 만큼은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이니까.

세 번째는 연구실에 대한 조사다. 교수님에 대한 평판을 그냥 조사해서는 알기 힘들다. 제일 좋은 것은 해당 연구실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의 증언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알기 힘든 사실이다. 그나마 현실적인 연구실에 대한 평가 척도는 구성원의 비율이다. 자대생의 비율이 높거나, 외국인의 비율이 낮다면 긍정적으로 평가 할 만한 요소다. 아니면 홈페이지의 업데이트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연구실에 대한 모습은 들어가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음을 유의하자.

되돌아 보면서

끝에 다달아서 되돌아 보면 참으로 아쉬운 점들이 많다. 준비도 없이 무작정 덤볐던 점이나, 뭔가 소홀했던 대학원 생활과 코로나로 인한 제한들. 하지만 지나간 일들에 대해 매달려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과거에 대한 후회가 남기는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얻었는가를 떠올려보면 대략 다음 정도로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 연구란 무엇인가?

  • 논문 읽기 및 작성

  • DEVS 시뮬레이션

  • 최적화(Optimization)

  • 정보 이론

사실 내가 다루었던 도메인은 무선 센서 네트워크(Wireless Sensor Network)지만, 본 도메인을 바탕으로 다른 주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그 연구들을 다루면서 컴퓨터 공학과 구분되는 컴퓨터 과학의 특징은 어떤 것인가를 어렴풋하게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밑바탕이 그려졌을 뿐 상세한 묘사는 아직까지 부족한 기분이다.

End is forever

Ataris 라는 밴드의 앨범 제목이다. 사실 난 Fallout Boys를 Ataris보다 훨신 좋아하기도 하고, 딱히 Ataris를 막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저 앨범 제목만큼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End is forever, 끝은 영원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 할 수 있겠지만, 지나간 순간은 그대로 영원하게 남을 것이다. 난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의 석사 생활은 내 지난 과거 속의 영원히 그대로 남아 있을거다.

본 글에서 지난 세월에 대회 후회를 계속 한들 영원히 남은 것을 두고 바꿀려 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얻은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얻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이전의 일들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더 나은 end를 맞이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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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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