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본문은 저자가 개인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옮겨적은 내용이며, 저자의 회사 및 소속 단체를 대표하는 내용이 아님을 밝힙니다.
올해 2022년, Android GDE가 된 이후로 여러 멘토링 및 개발자로서의 커리어 관련 강사로 초청되면서 다양한 질문들을 받았고, 그 질문들을 투영하여 나 스스로가 걸어왔던 길과 그간의 성과들을 다시 되돌아보곤 한다. 질문들의 본질을 따라가자면 각자의 의도와 배경들이 서려있기에 완전한 해답을 내놓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그 해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질문자와 나의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진 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많은 주니어 직장인 혹은 학생들의 공통된 질문은 대부분 그 궁금증이 무엇이 되었든 (성장이든, 커리어든, 전공이든) 미래의 불확신에 기인한 두려움인 경우가 많다. 특히 성장과 방향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여기까지 걸어온 길에서 마주한 두려움이라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해왔는가 종종 사색해 보곤 한다.
사색의 종착에 도달할 때쯤 나지막하게 내려오는 결론은, 인생을 살아가는 그 누구든 본인의 삶에 대한 성장과 방향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어느 대학교를 가게 될지, 어느 기업에 취직해서 일하게 될지, 그 기업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가게 될지, 결혼은 어떤 사람과 하게 될지. 자식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익숙하지 않기에 그 감정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약 그 불안함 속에서도 본인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과 그 행보로 인하여 스스로가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면, 나는 그 방향이 정답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삶의 정답과 성공에 대한 정의는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니어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시니어도 두려움을 느낀다. 더 좋은 환경과 장비로 중무장하여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뒤처질수 있다는 불안감, 언제나 최전선에서 맞서 싸워야 한다는 불안감, 건강에 대한 불안감,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감.
단지 시니어는 이 불안감에 익숙하고, 그 감정을 영리하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인류가 지금까지 대자연이라는 환경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한 원초적인 감정이자, 동시에 인간의 성장에 한계선을 그어주는 강력한 중재자 역할을 한다. 두려움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인류의 생존의 본능과 성장의 한계를 본인이 원하는 수준으로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 중 하나는 바로 '용기'이다. 용기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라 문자만으로 학습하기 어려운데, 나는 운이 좋아 일상에서 이미 용기를 터득한 인생 선배들로부터 다소 어렵지 않게 학습할 수 있었다.
최근에 음악을 하는 친한 친구와 형을 만나서 얼굴도 보고 담소도 나눌 겸 홍대에 있는 참치 집에 방문했다. 원래 참치가 비싸지만 그날따라 비싼 메뉴를 선택했고, 자연스레 사장님 앞에서 하나씩 받아먹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참치집 사장님께서 담아준 접시를 비우면 계속 새로운 부위를 올려주셨는데, 그때마다 특수부위 설명과 참치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고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서 셋 다 사장님 말씀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참치의 숙성도, 부위, 칼로 썰어 낼때의 각도 및 두께, 보관 온도, 소스 등 수많은 과정과 상호작용에 의해서 참치의 맛이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는 말씀을 곁들여주셨다.
그리고 참치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일본의 유명한 스시 장인을 찾아가서 허드렛일 부터 하나하나 고생하며 배웠다는 이야기, 바닷가에 나가서 직접 참치잡이 배에 올라타 참치를 잡아서 운반하는 과정까지 직접 경험한 이야기, 어떻게 하면 고객들 입맛에 완벽한 참치의 풍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 직접 연구하고 공부해 빼곡하게 적어놓은 노트를 보여주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주셨다.
이미 은퇴할 나이처럼 보이셨지만 마치 20대 신입 사원처럼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은 열정이 듣는 사람 모두에게 전달될 만큼. 누가 보아도 이분은 참치를 위해 삶의 모든 것을 바쳤고, 참치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화가 막바지에 이를 때쯤, 나는 대뜸 한 가지 질문을 드렸다.
"참치로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방법이 무엇입니까?"
분야가 어떻게 되었든 인생의 선배로서 자기 분야의 최고 정점에 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의 경험을 조금이나마 듣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참치집 사장님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셨다.
"참치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하지 않으면, 지식만 가지고는 최고가 될 수 없다네."
"부단히 새로운 각도, 새로운 두께, 새로운 방향 등으로 썰어보고,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더 새로운 방향을 연구해야하지."
"하지만 처음 참치를 배우고 연구 할 때는, 손이 정말 많이 베인다네."
"손이 베일 각오와 용기가 없다면 결코 최고가 될 수 없지."
모든 분야가 그렇듯 배움과 성장에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주니어는 보이지 않는 아득함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분야를 부단히 걸어온 사람에게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시니어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용기 있는 것이 아니다. 두려워도 한 발짝 내디딜 수 있기 때문에 용기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분야에 대해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되면서 지치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점 비법이나 cheating 같은 것은 없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누군들 고수가 되지 않겠는가. 단지 방향과 꾸준함이 중요할 뿐이다.
삶은 하이킹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누구는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반면, 누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함께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나보다 앞서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한다.
나보다 1시간, 2시간 먼저 산을 오른 사람과 나의 위치가 멀다고 스스로 자책하며 스트레스 받아야 할 일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정상만을 향해 달려가더라도, 먼저 산을 오른 사람이 멈추지 않는 이상 그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단지, 그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더 배움을 갈구하는 것만이 가장 현명한 성장법이다.
마찬가지로 1시간, 2시간 먼저 산에 올랐지만 부상으로 인해 잠시 쉬어가게 되었고, 나보다 늦게 출발한 사람이 나를 추월하고 있다고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 그들이 선두로 숲을 헤쳐 나가면서, 내가 나중에 걸어가야할 길을 미리 갈고닦아 놓고 종착지에서 나를 따스하게 마주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배움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을 매번 느낀다. 어쩌면 이 순간 어떤 분야가 되었든, 본인의 커리어, 미래, 가족, 혹은 그 무엇이 되었든 열심히 산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이 고되고 지칠 것이다. 그 선두에 서서 달리는 사람은 두 배, 세 배는 더 고될 것이다.
하지만 한발 짝 뒤에 내가 걸어온 길을 믿고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고, 내 앞에 든든한 선구자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리라. 이겨내는 것에서 성취를 느끼고, 오늘도 내일도 든든한 조력자들과 함께 다시 한 발짝 꾸준히 내딛는다면, 결국 본인이 원하는 종착지에는 자연스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경험한 배움의 자세이다.
오늘의 나를 뛰어넘되, 내 주변 사람들의 손을 함께 잡고 나아가는 것이 진짜 성장이다.
재웅님! MADC 컨퍼런스에서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만나뵈서 질문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너무 떨려 물어보지 못하고 자리로 뛰어갔습니다ㅠㅠ 벨로그를 방문해보니 좋은 글이 올라와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옳은 것, 틀린 것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돼보겠습니다. ... 자신의 성장을 매일 조금씩 느끼다 보면 틀림없이 배움의 기쁨을 알 수 있을 거예요. retro bowl college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