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스크립트 제작

snoop2head·2020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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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 고스트스테이션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라디오 방송임.
  • 신해철은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상담소를 운영했는데,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음.
  • Google Speech to Text API 를 이용해서 고스트스테이션 내용을 텍스트로서 남기려고 함.

20년 전의 mp3 파일을 스크립트로

Google speech-to-text API를 이용해서 다음과 같이 스크립트를 제작해봤다. 무려 20년 전에 녹음된 mp3 파일인데도, 정확도가 괜찮다. 스크립트 앞의 숫자는 초 단위로 기록한 timestamp이다.

16: 그룹 후는 자신들의 노래 마이제너레이션 해서 힘들기 전에 우리 세대가 가기전에 빨리 죽자 이렇게 노래를 냈습니다
27: 늙는 거 나이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 뭐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주민등록증 나오기 전에 9시 걔는 빨리 한 번이라도 더 먹어야지
41: 이거 빨리 한두 살 더 먹어서 영업소를 떳떳하게 출입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50: 그런 사람이 늙어서 허리가 부부 정해지거나 아니면은 근무 오는 3월 뭘로 못 만난다고 그런가 오늘은 주름 못 먹는다 주름 잘 생기고 뭐 이러는데
66: 주름살 생긴 사람이 예쁠 수도 있다라는 것은 코멘트 생각을 해 봤어요 사람이 주름살 생기면 추하지만 난 그렇게 되면 그냥 먼저 자살 할지 몰라 입방정 떨고
80: 근데 공원 벤치 나 이런데서 노부부가 손을 잡고서 서로 주름진 손을 쓰다듬어 주고 있는 걸 보면
92: 전화해도 되면 나도 저게 저런 느낌이 들 것인가 지금같으면 이렇게 쓱 잡았다가 탱탱한 옛날에 그 영숙이가 아니고 주름 됐잖아 뺀 다음에 모른척 모른척 이럴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111: 영화 아일랜드라는 1층 거기 보면은 여기 나오는 인간들은 무슨 소리냐면 영원히 사는 종류 죽을 수가 없는 애들인데 지들끼리 또 찾아내서 싸움을 합니다 모기 자려면 주기 때문에 총 같은 거 소용없고 칼로 사야 되는데이 주인공 아일랜드가 몇백년전 스코틀랜드에 살 때 그때 와이프가 한 명 있었어요
139: 그 여자를 위해서 산소개장 답게 살자 그리고 둘이 그 스코틀랜드의 그림같은 배경 속에서 한 평생 삽니다 문제는 요정 한평생 살았는데 남자는간에 기별도 안 간 거지 전혀 안 먹는 거죠
159: 그래서 여자가 늙어서 죽을 때가 되니까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자신의 한 평생을 같이 지낸 아내를 쳐다보는데
173: 자기 제 얼굴 주름 줘서 밉다고 보지 말라고 그래요
179: 근데 그 할머니인 겉모습에 안에 와 젊은 남편 있는 그 장면에서 왠지 모르게 뭉클뭉클 했었어요
190: 완전히 주름살 이진 파파 할머니가 된 그 자기 여자를 쳐다보는
196: 눈빛이란게 있잖아요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아직도 예쁜 그 표정으로 할머니가 되니 아니 널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208: 이승우 10대 시절에 사랑 20L짜리 사람보다 괜찮고 그리고 40대 사람이라면 우리 왠지 모르게 불륜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만
219: 50 60 모르겠네요 그쪽은 아직 안 살아 봤어
223: 10대들의 가슴은 두근 두근 하단 첫사랑 같은 느낌은 평생 다시 받을 수 없는 거 같아요 20대가 와서 정말 진짜 내 사랑을 찾으면 떨리던 느낌이 다시 나타날 것인가라고 생각해보았지만
240: 밤새도록 별로 못 친한 사이도 아닌데 미팅에서 한번 문의해보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다 그 느낌은 다시 돌아오지 않더군요
249: 근데 그 느낌이 줄어들어서 초라해진 것은 아니고 두근두근과 그 콩닥거리는 줄어든 자리에는 또 다른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쌓아 이더라고요
262: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느긋하게 편안하게
269: 아 그래도 예전보다는 실수도 좀 들으라고 상대 마음도 덜 아프게 하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만일
281: 30년 40년 50년 60년 이렇게 같이 지낸다면
287: 그렇다면 저도 그 주름진 손을 쓰다듬고 검버섯이 핀 얼굴에 뽀뽀도 하고 그럴 수 있겠죠
304: 만일 두 사람이
310: 아일랜드란 영화에서처럼 영상이라서 둘이서 앞으로 최소한 50조 면을 같이 지내야 된다라고 생각하면 지금 같이 있는 시간 다니는게 없어질 되고 그리고 긴장감도 잘 아실 테고
328: 둘이 있는 시간이 소중히 시간 겠죠 그렇다고 1년 2년 너무 슬프고
334: 한 평생 정도에 길이 어려운 거 괜찮아요 그리고 나서
342: 누가 영생을 바라겠어요
345: 오래 살아서 영원히 살아서 자기 사랑하는 사람들 다 떠나 보내고 혼자 남아서 그죠
354: 꽃이라는게 1년 사시사철 피어 있으면 진짜 매력 챙겼어요 봄에는 피고 가을에는 적어 줘야 되는데 이게 엄동설한에 눈이 오더니 떡꼬치 안녕하세요 저 아직도 피어있어요 방실방실 묻는다면 닭살이 겠죠
373: 그렇다고요 말고 그냥 주저리 주저리 떠든 거지 내용 없다고요
380: 우리나라 치마

  • 현재 고스트스테이션을 날짜 별 / 토픽 별로 정리한 것은 존재하지만, 스크립트 전문을 열람할 수는 없다. 따라서 STT를 이용해서 고스트스테이션을 스크립트로 만드는 것이 첫번째 목표이다.
  • 유튜브에서 "CC" 버튼을 누르면 한글 자막을 제공하긴 한다. 그러나 mp4 파일에서 audio 부분만 추출해서 transcript를 만드는지, 정확도가 떨어진다. Google Cloud Speech-to-text가 정확도가 그나마 높은 것 같다.

고스트스테이션 스크립트 제작의 최종목표

그 다음 단계로서,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TED의 UI를 따라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유저들도 스크립트를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Screen+Shot+2020-05-01+at+11.44.39+AM

Screen+Shot+2020-05-01+at+11.44.51+AM

사진에 등장하는 강연은 본래 영문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TED는 번역작업을 유저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열어놓는다. TED는 영문 스크립트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타임스탬프와 함께 기재된 영문 스크립트를 한국인 유저가 번역했다.

이와 유사하게 고스트스테이션 스크립트를 오디오 파일과 함께 올려놓고, 유저들이 스크립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만들 것이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지

신해철은 노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음악 쪽에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 2002년 월드컵의 테마송 "대~한민국! 짜작짝짝짝!" 응원가를 만들었다. 대학가에서는 신해철이 만든 음악을 응원가로 쓴다. 애니메이션 BGM으로 만든 노래가 상당히 비장한데, 그래서 야구장에서는 구원투수가 위기의 순간에 등판할 때 쓰이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재밌게 노는지 제일 잘 안다. 새벽에는 라디오 DJ로서 시청자들이랑 낄낄낄 거리면서 논다. SBS에서 라디오를 진행했는데, 시청자들이랑 반말로 터놓고 얘기하길래 좀 놀랐다. 가끔씩 "삼태기매들리"라는 20분짜리 노래를 틀어놓고서는 클럽으로 땡땡이를 치기도 한다.

아마 심심할 일이 절대 없었을 거다. 신해철 서재에는 만화책, SF 소설책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심지어 게임도 좋아하는데, 밤새서 게임하느라 작업하던 앨범 발매를 몇 달 늦추기도 했다. 그래놓고서는 대낮에는 서울대학교로 대중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나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신해철은 한동안 대중들 앞에서 사라졌다. 6년이 지났을 무렵, 앨범을 발표한다. 새로 발표한 앨범에는 본인 목소리만으로 아카펠라를 하는 신기한 노래도 만들었다. 더 좋은 소리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기 위해서 몸집까지 불려가며 작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신해철은 갑작스럽게 떠났다. 살아생전에 습관처럼 "나는 아이돌 가수 출신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아마도 라이브 무대에 서기 전에 체중을 줄이려고 시술을 받은 것 같다.

필자는 두 가지 질문을 신해철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인생을 즐겁게 사는가?" ,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란 무엇인가?". 신해철처럼 한 평생을 즐겁게 놀았던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자세를 그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 신해철에게서 이 또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는 우리 곁에 없다.

필자는 밥을 먹거나 설거지를 할 때 신해철이 진행한 고스트스테이션을 듣는다. 청소년들에게는 최고의 상담가였다. 헤매는 어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든 잘 들어주는 친구였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소중한 친구를 내 곁에 잡아두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어려운 점들 그리고 실현 가능성

Github에 Speech to Text 코드를 올려놓았다. 프로젝트 참여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고스트스테이션 mp3 파일들을 찾는 건 어렵다. 혹시라도 알고 계신다면, snoop2head@gmail.com로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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