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노와 스텔리온

앤소온·2023년 4월 26일

카후우 치노는 지금은 누명을 쓰고 고문받고 있는 카후우 타카히로의 딸이다. 레빗 하우스가 망하고 팃피가 뒈진 지금 그녀는 안빈낙도의 삶을 조용히 보내고 있다.그러던 어느날 상반신은 소년이고 하반신은 도마뱀인 스텔리온(데메테르에게 저주받은 도마뱀 인간인 아스칼라보스의 후손)이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수영하고 있던 치노를 목격했고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수영하고 있는 옹달샘 근처에 와서 말을 건냈다. " 아가씨, 소원입니다. 제발 그곳에 머물러 있어 주세요."

그러나 그녀는 기겁을 하여 높은 바위 위에까지 도망쳐 갔다. 대체 어떤 것인지도 모를 것이 자기에게 말을 걸다니.... 그녀는 그것이 이름모를 초월체이거나 아니면 지상 괴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의 형상과 색깔은 그녀에게 겁만 안겨줄 뿐이었다.

스텔리온은 줄곧 바위에 기댄 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가씨, 아가씨, 나는 외형만 동물과 인간이 섞인 평범한 생명체랍니다. 나를 괴물이나 짐승으로 보지 마세요. 예전에는 저의 조상도 인간이었답니다. 그때에는 농가에서 지냈지만 지금은 도마뱀이 되었고 후손인 제게도 도마뱀의 영향이 미쳤지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모습이 왜 이렇게 된 이야기와 자신은 평범한 생물이라고 설득하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치노여, 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내가 아무리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치노는 더 이상 듣지 않고 등을 돌려 달아나 버렸다. 그는 실망했으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의 머리에 암갈색 마술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길로 그는 암갈색 마술사의 섬으로 가 사정을 말했다.

"암갈색 마술사여, 제발 나를 가엾게 봐 주세요. 나의 고통을 덜어 줄 분은 오로지 당신밖에 없습니다. 마술사이시여!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하는 그 신비한 약초를 잘 아실 것입니다. 나도 이미 그 신비함을 잘 알고 있답니다. 아아, 나는 지금 치노라고 하는 한 여인을 사랑합니다. 부끄럽습니다만 그녀에게 온갖 말로 구애하고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냉담합니다. 부탁합니다. 요술을 부리시든지 그보다 더한 신비한 약초를 쓰시든지 해주십시요. 그래서 그녀가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게끔 하여 주십시요." 이 말에 암갈색 마술사는 대답하였다. 그녀는 언제나 녹색 빛을 지닌 이 생물에게 매력을 느꼈다.

"당신을 원하고 있는 상대를 구해봄이 어떠실지요. 당신은 힘써 구애를 하지 않아도 구애를 받아야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분입니다. 그런 당신이 쓸데없이 구애는 왜 합니까? 자신을 가지세요. 치노가 당신을 소홀히 하면 당신도 냉담하게 대하세요. 나는 마술사로 약초도 잘 다루고 주문에도 능통하지만 당신이 구애하신다면 받아들이겠어요. 그러니 당신도 당신을 원하는 상대를 맞이하세요."

암갈색 마술사의 말을 들은 스텔리온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무에서 삼겹살이 열리고 풀에서 꽃등심을 맺는다 하더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암갈색 마술사는 대단히 분노했다. 그러나 그녀는 스텔리온을 벌할 수도 없었고 벌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의 사랑은 어느새 그만큼 깊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분노를 연적 치노에게 돌렸다. 암갈색 마술사는 여러가지 다른 독초를 뜯어 주문과 함께 섞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술로 동물이 된 무리 사이를 걸어 목조 건물 마을 외곽에 있는 산 속으로 갔다. 그곳에는 치노가 곧잘 바람을 쏘이기도 하고 수영을 하곤 하는 작은 옹달샘이 있었다. 암갈색 마술사는 이곳에 가져온 독물을 풀고 주문을 외웠다.

치노는 예전과 다름없이 옹달샘으로 왔다. 그리고 허리까지 물 속에 몸을 담갔다. 그러다가 그녀는 자신의 주위에 EYES가 없고 이빨이 달린 뱀처럼 생긴 것과 으르렁대는 괴물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얼마나 놀라겠는가. 그녀는 괴물로부터 달아나 괴물을 쫓아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가는 곳마다 괴물은 쫓아다녔다. 하도 이상하여 치노는 자신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그렇지만 손끝에 와닿는 것은 다리가 아니라 괴물의 벌린 입이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괴물이 자기 몸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놀라 뿌리가 내린 듯 그 자리에 붙박히고 말았다.

그러자 성격도 외모와 같이 추악해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어쩌다 재수없이 걸려든 나그네들을 잡아먹었고 이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해당 옹달샘이 있는 산속의 벌목꾼들을 해치웠고 해당 산 속에서 불장난을 시도하는 아이들의 대가리를 파괴시켰다. 그러다가 그녀는 결국에는 한 포기의 수초로 바뀌었는데 이 수초는 지금도 흉물로 남아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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