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테코에서 찾은 나만의 효과적인 공부법

슬기로운 오프라인 학습기 - 함께 자라려면?

단수와 만난 단수는 복수가 된다
단수와 헤어진 단수는 여전히 단수다
그러니 아무것도 잃은 것은 없다
구름과 어제가 지나갔을 뿐

김선재, 여기가 아닌 어딘가

페어를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페어를 했다.
지우고 싶은 페어가 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코드가 최고다

완벽하진 않아도 우리 코드가 최고라는 믿음을 가지자. 어려움이 찾아올 때, 자신감이 없어질 때면 이렇게 말하자. 우리 코드가 최고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훨씬 더 좋아지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거야.
다른 페어의 코드를 들이밀며 우리 코드를 바꾸려는 제안은 하지 말자. 어디서 본 코드가 더 좋아 보인다고 손때 묻은 구수한 코드를 던지지는 말자. 생각을 빌리면 조금 빠르게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순 있다. 하지만 페어와 고민하며 성장할 시간을 빼앗길 것이며,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신뢰 또한 줄어들 것이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잘 끝내는 것은 단순히 빠르게 미션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다. 고민하며 성장했을 때, 계속 일하고 싶은 믿음직한 동료로 남았을 때 비로소 미션을 잘 마무리한 것이라 생각한다.

완벽히 맞는 페어는 절대 없다

만약 페어가 정말 잘 맞고 내 의견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느낀 적 있는가? 그렇다면 그 페어 프로그래밍은 병들고 마른 채 썩어가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람이 누군가와 온전히 일치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페어가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고 내 의견만을 수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내 의견만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두 경우 모두 서로의 성장을 막을 것이다.

페어가 의견을 내지 못할 때

성격상 의견을 내기를 꺼리거나, 상대의 의견에 최대한 맞추려는 페어가 있다. 함께 하면(내가 적극적이라면) 빠르게 미션이 진행된다. 별다른 이견 없이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에게 실패다. 페어에겐 수동적인 미션 진행으로 남는 게 없을 것이고, 나에겐 다른 의견을 고려해볼 경험과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경험이 빼앗긴 것이다. 같이 자라기를 원한다면, 의식적으로 페어의 의견을 끌어내자. private한 의견은 있어도 null인 의견은 없다.

내 의견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일 때

나도 모르게(혹은 아는 채로) 내 생각에 빠져들어 너무 강하게 밀어붙일 때가 있다. 이때 페어는 절대로 내 생각에 감탄한 것이 아니다. 이미 나와의 논쟁을 포기하여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옆 좌석에 페어를 태우고 달린 미션의 결과는 어떨까? 고스란히 내 의견이 반영된 코드와 함께 성장하지 못한 채로 미션을 마무리할 것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많아도, 홀로 끓었다 식지는 말자. 달달한 초콜릿은 중탕으로 녹이고 굳어 완성된다. 온도를 낮추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양보해보자. 내 뜨거운 생각에 섞여 느끼지 못했던 따스한 페어의 기똥찬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밥은 먹고 합시다

내 5년 된 노트 8은 충전을 오래 안 시켜주면 절전모드로 들어가서 삼성페이를 켜는데도 빌빌거린다. 적어도 25년 먹은 우테코인들도(더 젊은 크루는 부럽 ㅋ) 비슷하다. 문제는 양측의 충전 시간이 다를 때 생기는데, 방전된 페어의 영혼 없는 아... 네... 좋네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식적으로 휴식 시간을 동기화시킬 필요가 있다. 40분 코딩, 20분 휴식처럼 룰을 정해도 좋고, 급격히 말수가 적어진 크루를 보며 오늘 저녁 뭐 드세요?라고 묻고 함께 주변 맛집을 찾아도 좋다.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코딩하는 사람도 많다(나도 그렇다). 기깔나게 찍은 음식 사진을 보며 행복하게 고민하는 페어를 보면 이 사람이 조금 전까지 영혼 없이 빌빌대던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음식은 영혼이다. 음식 없는 페어에게 어찌 영혼이 담기리, 영혼 없는 리액션과 코드를 견딜 수 없다면 밥은 먹고 합시다.

커피만 쪽쪽 빨며 묻어가지는 말자

잔뜩 기울인 목, 화면을 뚫을 듯한 눈빛으로 달리는 성난 황소 같은 페어를 옆에서 지켜볼 때가 있다. 손에 커피를 쥐고 있다면 빨대를 쪽쪽 빨며 일단 방해하지 말고 오... 기똥차네요 하면서 지켜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페어가 지금 코드를 나보다 더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흐름을 계속 이어 가는 게 효과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그래선 안 된다. 경주마처럼 달리던 페어의 시선을 잠시 돌리고, 적극적으로 관여하자. 백문이불여일타(百聞不如一打)다. 커피 쪽쪽 빨며 지켜본 코드가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될까. 혼자서 달린 코드엔 버그도 많고, 이후 수정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결국 팀에도 손해가 된다. 같이 산 커피인데 내 잔만 비었다면 진지하게 손이 너무 놀고 있지는 않은지, 내 관여가 너무 적지는 않은지 고민하자. 집에 가는 길에 나 오늘 뭐 했지?라고 자신에게 실망하기 싫다면.

그리하여 박수 치고 떠나자

나쓰메 소세키의 쿠사마쿠라(풀베게)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치를 따지면 모가 나고, 정에 치우치면 휩쓸리고, 고집을 피우면 옹색해진다. 이래저래, 사람의 세상은 살기 어렵다."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어쩌면 긴, 대부분 짧은 여정. 대대만족(大大滿足) 을 외칠 수도, 영 마음에 안 들어 혼자 혁명적 개혁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며 박수치고 떠나자. 원한다면 정말 기똥찬 페어였습니다. 최고의 페어였어요 라고 띄워줘도 좋다. 코드 뒤에 사람 있다. 내가 찾은 나만의 학습법이 있다면, 결국 코드는 잊어도 말은, 사람은 안 잊는다. 그리하여 박수 치고 떠나자.

Phildz does always love the Lala land, the precioues field of Rome.
부족한 페어를 만나 고생하신 분들께 사과드리며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