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34. 위코드 3개월 수료 후기

solarrrrr·2022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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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 Lea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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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순식간에 지나갔다.
충분히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빨리 지나갔고
마치 꿈을 꾼 듯한 기분마저 든다.

더 희미해지기 전에 3개월 간의 꿈 같았던 시간들을 기록해 보려 한다.


개발자, 정말 해 보고 싶다.

오랜 기간 다녔던 회사의 폐업과 야심하게 준비했던 장사마저
코로나가 터지면서 닫게 되었고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장사를 시작해 봐야 할지
전동 탈 것들의 시대가 도래해 가는데
자작 전기자전거 수리와 수제작 사업을 해 볼 것인지
여러 생각에 어지러웠지만 최종 선택은 '개발자'였다.


개발자에 눈 뜬 계기

어릴 때부터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개발은 천재들만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 엄두도 내지 않았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반복적인 사무가 자동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오토핫키'라는 스크립트 기반 언어를 발견하게 되고
기초 문법을 학습한 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여러 소스들을
이리저리 짜깁기하고 수정해가면서 내게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변모시켜보았다.

텍스트 처리할 일이 많았던 작업 특성상 정규표현식은 한 줄기 빛과 같았고
완성된 (짜깁기된) 프로그램은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개발에 흥미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실제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심장이 터질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조악하지만 소중했던 프로그램들

나는 속기사로 일했었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
지방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가 즐겁게 공부를 했으면 했다.
그래서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5분 낭독-실시간 채점이라는 국가시험 룰을 바탕으로
서로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게 채점 결과를 서버로 업로드할 수 있게 하고
업로드된 개인별 점수를 비교해서 랭킹 페이지를 만들었다.

카트라이더, 포트리스처럼 무지개, 금은동 개념을 적용해서 등급을 만들었고
직접 아이콘을 그림판으로 그려서 만들었다.
등급 페이지의 배경도 직접 무늬를 그리고 SQL도 소스를 보고
하나하나 값을 바꿔가며 어떻게 동작하는지 파악해 내 웹서버와 연동까지 성공했다.

다만 어떻게 보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채점하는 로직은
그 당시 지식으로는 도저히 해결을 할 수 없어서 지인의 도움을 받았었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이디어 기획, 구상, 디자인부터 배포 및 서비스와 운영까지
전부 다 혼자서 해낸 값진 결과여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물론 소스는 짜깁기에 누덕누덕하고 통신은 아주 비효율적이고 엉망이었지만
오류 없이 계획대로 잘 돌아갔던, 하루에 잠을 1시간만 자면서
2주 동안 생명과 바꿔 만들었던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이용자들도 너무 너무 좋아했는데,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 있었고 내가 개발을 사랑한다는 걸 이때 강하게 느꼈다.

이후로도 재미를 위해, 또 이용자들에게 필요할 만한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만들면서
개발에 큰 즐거움을 느껴갔는데,

제대로 된 학습 없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기능들을
하나씩 뜯어보고 이해한 후 내가 원하는 형태로 변경하고 짜깁기하는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방식에 많은 한계를 느꼈다.

뭘 알아야 검색을 할 텐데 검색을 뭘로 해야 할지 몰라서
검색하는 데만 며칠씩 걸리기도 하고,
소스의 특정 부분들이 이해가 안 가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기도 했다.

이때 C언어든 파이썬이든 제대로 된 개발 언어를 선택해서
혹은 오토핫키 그대로도 좋으니 제대로 학습했으면 좋았을 텐데

취미에 국한시켰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때 당시가 2011년경이었으니 그때부터 쭉 열심히 공부했다면
지금은 내공이 많이 쌓였을 텐데 하고 말이다.


개발자의 길로..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개발자를 선택했다.
과거 취미로 했던 개발이 너무 적성에 맞았고
노트북 하나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상을 뒤흔들 만한
뭔가가 창조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엄청나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이 거대한 물결의 바깥에 내가 서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세상은 점점 이전부터 그리고 앞으로 더더욱 IT화되어 갈 텐데
누군가 제공해 주는 서비스만 받으며 살아가기보다
내가 그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되고 싶었다.
시대의 물결 안에 있고 싶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처럼
세상을 직접 변화시키고 선도해 나가는 그들처럼 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 물결 속에서 직접 작은 일렁임이라도 만들어내고 싶었다.
개발이라는 건 그만한 파급력과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위코드

가장이다 보니 생계를 등지고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밀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곳이 위코드였다.

윈도우 기반 어플리케이션을 짜깁기로 만들던 경험은
당연히 위코드에서는 불필요했다.

굳이 말하자면 파이썬과 자바스크립트 공부할 때
반복문이랄지 정규표현식을 사용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도움이 되었다는 것 정도랄까.

오히려 코딩을 통해 뭔가를 바닥부터 만들어가기보다는
라이브러리 등 필요한 기능만 적재적소에 가져다 쓰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또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나 자료구조,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가 더 중요했고
깃과 깃허브, AWS, 도커 등 각종 인프라 관련해서 공부할 것이 엄청 더 많았다.

첫 한 달은 실무에 필요한 핵심 기술 스택 위주로 학습하고
두 번째 달은 배운 내용을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
그리고 마지막 달은 기업에 인턴십으로 참여해
개발에 대해 그리고 개발 외적인 부분까지도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위코드 동기들을 보면
미리 공부를 많이 해 온 사람들도 있었고
실무에서 일하다 온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각자의 출발선이 달랐기에 실력차는 제각각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느린가, 나만 못하나 싶었지만
그런 조급한 마음은 개발 공부를 해 나가는 데 있어
1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금방 떨쳐버리고
마이드셋을 새롭게 정비해 잘 해 나갔다고 생각한다.

위코드 생활에 대한 자세한 회고는
1, 2차 프로젝트와 기업협업(인턴십) 후기를 적었기에
해당 글로 갈음한다.

1차 프로젝트 후기

2차 프로젝트 후기

기업협업 후기


마무리하며..

지난 3개월의 위코드를 돌아보자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개발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공부를 같은 마음을 가진 동기들과 하는 게 너무 행복했다.

밥먹으면서도 휴식하면서도 양치하면서도
동기들과 개발 얘기를 하는 게 즐거웠다.

힘들게 살아오던 세월에 이 위코드 3개월이 나에게는
매일 매일 선물 같고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수료한 지금,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열심히 해 왔지만, 그래도 더 불살랐어야 하지 않았나,
더 많이 실력을 쌓았어야 하지 않았나 그런 후회가 좀 든다.
아마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하지만 위코드 수료는 끝이 아닌 시작이니까,
이제 막 개발자 인생 출발선에 선 것이니까

지금부터 꾸준히 공부하면서 달려나가면
좋은 개발자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좋은 곳에 취업해서 나도 회사도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 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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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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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일

3개월 동안 너무 고생많으셨습니다. 같은 팀을 해보진 못했지만 이따금씩 멀리서 보면서 열정적으로 몰입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으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앞으로 꽃길만 걸으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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