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를 블로깅해야 했지만 너무 길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미루고 미루던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심호흡 크게 하고 시작해보자...
우리 동아리에서는 재학생의 절반 가량이 사용중인 교내 커뮤니티 서비스 코인을 운영하고 있다.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만큼 서비스에는 버스, 시간표, 주변상점, 식단, 복덕방, 커뮤니티 등 다양한 도메인이 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하는 재학생들은 계속 바뀌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원들은 도메인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아리 회장님께서는 이벤트스토밍을 열어주셨다. 모든 부원이 한 데 모여 각 도메인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었다.

이벤트스토밍(Event-Storming)이란?
복잡한 비즈니스 도메인을 빠르게 탐색하고 학습할 수 있는 워크숍이다. 도메인 전문가와 개발자를 도메인 학습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한 빠른 설계 기법으로, 코드를 없애고 모든 사람을 동일한 수준으로 만드는 시각적 접근 방법이다.쉬운 내용이니 비슷한 고민이 있다면 부담없이 진행해보자

위 사진은 식단 도메인의 이벤트스토밍 결과다. 잘 보면 영양사님의 도움이 필요한 기능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코인 서비스 중에는 주변상점 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사장님 페이지가 존재한다. 이 방식을 차용해서 영양사님만 사용하실 수 있는 페이지를 별도로 구축하는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실제로 구현이 가능해 보였고, 재밌어보이고 꼭 있으면 좋겠다는 기능이 많아서 신나게 이야기했었다.

이후에는 도메인들을 묶어 비즈니스팀, 캠퍼스팀, 유저팀으로 팀이 분류되었다. 각자 관심있는 도메인이 있는 팀으로 자원하여 팀이 구성되었고, 나는 곧장 식단 도메인이 포함된 캠퍼스팀으로 들어갔다.
이제 팀장을 정해야 했는데, 캠퍼스팀 팀장은 내가 꼭 하고 싶었다. 이벤트스토밍에서 재밌는 기획이 많이 나왔고 특히 내가 제안한 영양사페이지는 꼭 내 손으로 완성하고 싶었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팀을 매니징해야 한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4학년 선배님께서 팀장에 관심있어 하셨지만 나도 꼭 하고싶었기에 강하게 어필했다. 결국 선배님께서 양보해주셔서 캠퍼스팀 팀장을 맡을 수 있었다.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팀 체제로 변경된 이유
이전까지는 FrontEnd, BackEnd, Android, iOS, UI/UX 트랙이 구분되어 개발이 진행되었다. 트랙 체제로 인해 다른 트랙원과의 소통이 힘들어 다양한 문제가 생겼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특정 도메인을 담당하는 모든 트랙원이 모이는 팀 체제로의 개편이 진행되었다.
팀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학교 학생처장님으로부터 동아리로 연락이 왔다. 학생처장님께서는 교내에서 활발하게 개발 활동을 하는 우리 동아리에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자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처장님은 교내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서 운영중인 카페의 배달을 학생들에게 중계해볼 생각이 없는지 질문주셨다. 여러 논의를 거쳐 해당 서비스는 배달 기사의 보험 처리 등을 고려했을 때 실현이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는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영양사페이지에 대한 기획을 말씀드렸다. 처장님께서는 긍정적이셨고, 학식당과 이야기해보겠다는 답변을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물론 이런 기회가 없었더라도 우리 유능한 PM님께서 기회를 만들어오셨을 것이다. 😁
이 때까지는 앞으로 그렇게 큰 일이 벌어질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대학생활협동조합(COOP)이란?
대학 구성원의 복리증진을 위해 영업구역을 학내로 정하고 학생과 교직원이 출자하여 설립하는 생활협동조합. 대학생협이라고 보통 줄여서 쓴다. 우리 대학의 경우 교내 카페와 식당, 편의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엄청난 추진력의 처장님께서는 바로 이틀 후 교내 생협 및 식당 관계자 분들을 모아와 미팅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생협 측에서는 우리가 제안한 식단 이미지 업로드와 식단 품절 정보 제공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다. 해당 정보들은 다른 서비스(에브리타임, 학교 공식 페이지(재학생용 포털, 이하 아우누리))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의 사용자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학교 관계자분들은 아우누리에도 해당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으나 아우누리에서 코인의 식단 페이지로 리다이렉트하는 버튼을 제공하여 해결하기로 했다. 이로써 우리는 서비스를 학교 공식 서비스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모두의 영양사페이지 도메인에 대한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기획에 대한 방향성을 잡기 위해 팀 내에서 추가로 이벤트스토밍을 열었다. 이번에도 오프라인으로 모이기는 했지만 지난 이벤트스토밍에서 결과가 사진으로밖에 남지 않는 것이 아쉬워서 이번에는 Figam을 사용해봤다.
간단하게 1~2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진행하다보니 4시간이나 걸렸다. 다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외부와의 협업과 타 분야 개발자와의 직접적인 협업이었던 만큼 신나게 논의했다. 이 활동은 앞으로 영양사페이지 개발을 어떤 방향으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감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벤트스토밍이 끝난 이후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5월 초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여 4월 중순까지 한 달동안 MVP 제품을 완성하여 미팅에서 시연 후 학교 측의 피드백을 받고자 했다.
동아리에서는 팀장들을 대상으로 스크럼 방법론을 도입해볼 것을 권장했다. 이와 함께 애자일 관련 서적을 제공해주었는데 그 중 제목이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다.

스크럼의 '스' 자도 모르던 나는 스크럼 마스터가 스크럼에 통달한 사람 뭐 이런건 줄 알았다. 그래서 애자일을 도입해 팀원들의 원활한 개발을 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해주고 싶었던 나는 팀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

스크럼마스터가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역할 이름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뒤늦게 알았다. (아 부끄러워... 🙈)

팀 작업 진척도 매니징은 Github Projects 기능을 사용했다. 깃허브 레포지토리의 이슈나 PR과 연결할 수 있었고 칸반도 사용할 수 있는 등 유용한 기능이 많았다.
한 달 안에 시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확한 데드라인이 있었기에 정말 스프린트답게 모두가 힘을 합쳐 달려나갔다. 부가적인 기능들은 덜어내고 기한 내에 구현 가능한 기능들만 모으다 보니 품절 알림 기능은 나중으로 미뤄지고 식단 이미지 업로드를 주요 목표로 개발했다.

한 달이 지나고 우리는 완성된 시제품을 들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 2차 미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여기서 상상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기존에 학교는 교내에서 운영중인 자체 생협 홈페이지에 식단을 게시하고 있었고, 아우누리에는 해당 홈페이지 페이지를 직접 보여주는 형태로 게시하고 있었다. 우리 서비스는 공개되어 있던 생협 홈페이지에서 일주일 치 식단 정보를 주기적으로 크롤링해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말 갑작스럽게 학교 생협 홈페이지를 폐쇄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엄연한 고용노동부 산하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제시하는 보안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고 한다. 기존 생협 홈페이지는 로그인 없이 일반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 정보를 아우누리에서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 덜미를 잡힌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생협 홈페이지는 폐쇄되는 것이 확정되었고 우리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했다. 학교 측에 식단 정보 제공을 요청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서비스도 정부의 보안 기준이 적용되어 심사가 필요해진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절되었다. 처장님께서는 영양사님께서 식단이 바뀔 때마다 아우누리와 코인에 엑셀 파일을 각각 업로드하는 방향을 제안하셨고, 별다른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던 우리는 해당 제안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이 제안은 식사 시간에 아주 바쁜 영양사님께 있어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우리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를 도와주고자 하시는 학생처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코인 서비스에서 새로운 식단 불러오기 로직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생협 홈페이지를 유지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생협 홈페이지 폐지 통보를 받았지만 서비스 준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대로는 서비스 시작에 무리가 없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매번 영양사님께 엑셀 파일 업로드를 맡기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첫 번째 방법으로는 아우누리 크롤링이 나왔다. 생협 홈페이지가 폐지되면서 식단은 아우누리에만 게시되도록 변경되는데, 아우누리 로그인을 자동화하여 아우누리 자체를 크롤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로그인 자동화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가능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고, 교외인증까지 고려해야 했다. 여기에 더해 아우누리에 바뀐 식단 정보가 어떻게 게시될지 우리는 알 수 없었다. 미팅에서 기존 ui와 동일하게 가져간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기존 ui 상으로는 당일 식단 정보만 제공되었기에 일주일 치 식단을 크롤링해야 하는 우리 서비스와는 맞지 않았기도 했다. 결국 기각!
두 번째 방법은 그냥 이대로 영양사님께 엑셀 파일 업로드를 맡기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지만 안그래도 식사시간에 매우 바쁜 영양사님께서 품절로 인해 메뉴가 바뀔 때마다 노트북을 켜고 엑셀을 수정해서 아우누리에 올리고 코인에도 올리는 건 너무 부담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부담뿐만 아니라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영양사님께서 아우누리에만 식단 정보를 수정하는 휴먼 에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이 때 우리 서비스는 아우누리 식단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정합성 이슈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이 방안도 되도록 보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방법은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식단 게시를 요청하는 것이다. 미팅 당시 학교 측에서는 국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식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우리 학교와 같이 다른 국가 산하의 대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면 식단 정보를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공식 홈페이지에 식단 공개를 학교에 요청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네 번째 방법은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 API로 식단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식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 오히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정보 제공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기관은 정당한 요구라면 이 요청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면서 크롤링이나 엑셀 파일을 활용하는 것보다 정보 획득도 훨씬 간편해진다. 하지만 학교와 공식적으로 협업하는 관계에서 이런 외부 압력을 넣는 것은 대의적으로 옳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측이 원한다면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논의 결과, 최종적으로 세 번째 방안인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식단 게시 요청"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네 번째 방안은 이와 함께 가능성 정도만 제시드리기로 했다.
위 논의는 미팅 당일 빠르게 이루어졌으며, 그 날 저녁 6시에 처장님께 바로 문의 메일을 보냈다.

위 글은 문의 메일 내용이다.
메일을 보내자 저녁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3시간 후에 답장을 주셨다. 🥹
처장님께서도 휴먼 에러나 담당자의 변경 등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못한 방법으로 보인다며 우리 의견에 동의해주셨다. 이와 함께 학교 홈페이지에 식단을 게시하는 방향에 대해 문의해보겠다는 답변을 남겨주셨다. 그저 빛... ✨✨
이후 우리는 새로운 식단 크롤링 방안을 찾았기에 이어서 개발을 진행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식단이 게시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우리 서비스의 식단 크롤링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생협 홈페이지를 내리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었기 때문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까지는 식단 이미지 업로드를 목표로 개발해왔다면 이제는 품절 알림 기능과 서비스의 완성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5월 초 서비스 배포를 목표로 2주간 다시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팀 개편 이후 처음으로 작업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팀 간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팀 간의 작업 브랜치를 분리하지 않아 안드로이드는 프로덕션에 우선 배포가 되어버렸고, 프론트엔드도 배포를 위해서는 타 팀의 미완성 기능이 함께 배포당하는 하는 이슈가 생겨버려 배포가 계속 지연되었다.
5월 10일, 많이 늦은 만큼 하루빨리 배포하고자 학교 축제날 밤인데도 쓸쓸하게 동아리방에 가서 배포를 눌렀던 슬픈 기억이 있다... 🥲

배포 전 PM님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처장님께 "공식 홈페이지 식단 게시 건"에 관한 메일을 보냈고, 5월 9일 회신이 왔다. 교내 인프라 팀에서도 긍정적으로 답변이 왔으나 홍보팀과의 추가 논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기다리면 공식 홈페이지에 식단이 올라올 것이고, 만약 안올라와도 생협 홈페이지는 유지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었으니 이제 서비스 시작까지 우려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예정보다 늦어진 만큼 배포가 되자마자 빠른 서비스 시작을 위해 바로 영양사님과의 미팅을 진행했다. 서비스는 당장이라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이번에는 별다른 이슈없이 영양사님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영양사님의 니즈를 직접 파악할 수 있었기에 이후 영양사페이지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교내 생협 측에서도 우리 동아리와 함께 서비스 홍보물을 게시하기로 했다. 포스터나 카드뉴스는 이미 동아리 디자이너분께 부탁하여 완성되어있었기에 이를 전달드렸다. 홍보 관련 이야기를 할 때는 드디어 우리 서비스가 시작하는건가..!! 하며 뿌듯하기도 했다.
미팅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양사님께 문자가 왔다.

정말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분명 생협 홈페이지는 코인의 크롤링 안정화 전까지 폐쇄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었는데... 당장 얼마 후에 홈페이지를 내린다니... 🤯🤯🤯
식단 크롤링에서 이슈가 생기면 이번 서비스 시작은 물론 코인의 식단 서비스 자체가 먹통이 되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음 주부터 홍보하고 2주 후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게 이미 많이 늦춰진 일정인데... 더 미뤄지면 종강해서 식당에 손님도 뚝 끊길텐데... 여기서 갑자기 무기한 연기라니... 억장 와르르..
이에 PM님은 처장님과 문의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처장님께서도 이에 대해 모르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번 일에 묶인 관계자가 동아리, 학생처장님, 생협관계자님, 영양사님, 인프라팀, 홍보팀 등 너무 많은 탓으로 보인다.
이걸 팀에 공유하긴 해야 하는데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착잡해서 공유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음날 저녁까지 정신을 다잡고 이슈를 정리해서 글을 올렸다.

공지를 올리자 동아리 선배님께 답글이 달렸다.

아우누리에는 학식이 올라오니 그걸 크롤링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의견이었다. 당시로서는 로그인을 자동화해본 경험도 없었고, 공식 홈페이지에 식단이 게시되거나 생협 홈페이지가 다시 올라오는 것이 길어도 몇 주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아우누리에는 당일 식단만 제공되고 있었는데 될 지 안될 지도 모르는 것을 위해 백엔드에서 이에 대응하는 것은 과한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문장을 보고 아차 싶었다.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지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고 안 될거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학교의 대응을 기다리는 외부에 의존적인 모습은 절대 적절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다. 긴급한 상황이라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기다림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이에 더해 매우 유익한 말씀도 해주셨다. 정말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서 물어보니 애자일 선언문에 나와있는 문구였다. 팀에 애자일을 도입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나는 애자일스럽지 못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며 아우누리 로그인과 교외인증 자동화를 시작했다. 동아리방에서 조언주셨던 선배님과 모각코를 하며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보고 유익한 답변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종일 매달린 결과 로그인과 교외인증 자동화를 성공할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포스팅해두었으니 해당 게시글을 참고하자.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전부 끝났다. 아우누리에 당일 식단만 올라온다면 기존에 일주일치 식단을 보여주던 우리 서비스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당일 식단은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아우누리에 일주일 치 식단이 제대로 올라온다면 로그인 자동화는 끝내뒀으니 바로 식단 크롤링만 진행하면 된다. 학교에 재차 문의해봐도 일정에 대한 답변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말 기다릴 일만 남았다.

학교의 별도 연락없이, 생협 홈페이지는 갑자기 내려갔다. 하지만 예상 외로 아우누리에서도 식단은 사라진 상태였다. 학교 인프라팀은 급하게 생협 홈페이지를 내리면서도 아우누리에는 식단 정보를 올릴 준비를 마치지 못했거나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였다. 생협 홈페이지에서 식단 정보를 가져와 보여주던 아우누리, 에브리타임, 페이코 전부 고장났다.
다만 코인은 시한부(?)이긴 하지만 아직 식단 정보가 살아있었다. 일주일 치 식단을 미리 크롤링해두고 내부 DB에 별도로 적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일주일치 식단 정보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일주일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학교 측에서도 식단 정보를 누락한 일은 치명적일 것이기에 반드시 해결책은 빠르게 나올 것이었다.
바로 다음 날 5월 29일, 학교에서는 결국 임시로 공지사항 게시글로 식단 정보를 올려주었다. 백엔드 팀원들끼리 공지사항 게시글을 보고 수기로 DB에 정보를 기입해줘야 하나 고민하던 도중..

드디어 아우누리에 식단이 돌아왔다. 확인하자마자 바로 식단 크롤링 작업에 들어갔다. 사전에 아우누리 로그인 자동화를 완성해두었기에 식단 크롤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구현한 로직을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식단 정보 조회 요청에는 헤더에 로그인 토큰을 담아줘야 한다. 따라서 로그인 후 토큰을 캐싱해두고 식단 정보를 하나하나 조회해서 DB에 저장한다. 식단 정보는 1회 요청마다 위 이미지에 담긴 정보만을 반환했기에 일주일치 식단 조회를 위해서는 총 105(코너수(5) x 아,점,저(3) x 7일)회의 요청이 필요했다(다행히 요청 횟수 제한 등은 없었다). 식단 정보 요청 시 로그인 토큰이 만료되는 경우 새로 로그인 후 캐시를 갱신하여 해결했다.

열심히 뚝딱뚝딱 만든 결과, 3일 뒤 일요일 오후에 프로덕션까지 식단 정보 최신화를 완전히 끝낼 수 있었다. 미리 가지고 있던 일주일치 식단 정보가 정확히 일요일 저녁식단까지였기에 식단 정보가 누락되기 바로 직전에 해결한 것이다..!!
식단 크롤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우리는 영양사님께 연락을 드려 빠른 시일 내에 2차 미팅 일정을 잡았다.
2차 미팅에서는 영양사님께 사용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고 필요한 기능이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영양사님께서 흔쾌히 OK! 해주셔서 바로 홍보를 시작하고 당장 다음 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위 그림은 디자이너님이 만들어주신 홍보 포스터다. 완전 멋있다~~ 🤩
개발 시작부터 약 3달이 지난 6월 10일, 드디어 식단 서비스가 배포되었다!
이제 코인 식단 페이지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학식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인기 메뉴가 품절되면 알림도 온다.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를 통해 영양사님께서 매일 식단 사진을 올려주시고, 그 서비스를 수많은 재학생들이 사용한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다.

(위 그래프에서 24, 25주차가 식단 서비스 배포 이후의 데이터이다.)
식단 서비스의 효과는 굉장했다. 서비스 시작 직후 이전에 비해 식단 조회수는 1.83배로 늘었고, 코인 서비스 사용자 수도 1.6배로 증가했다. 재학생들의 코인 사용률 증가에 큰 기여를 한 것 같아서 또 뿌듯했다..! 서비스 시작 전에도 재학생의 절반 가량은 사용하던 코인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대부분의 재학생이 사용하게 된 것 같다.
교내 신문이나 블로그, 인스타 등부터 여러 인터넷 기사에도 실렸다..!
한기대 IT동아리 재능기부 '코인앱' 학생식당 만족도 향상 기여 - 충청일보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스타그램 게시글
돌이켜보면 이번 서비스 개발 과정은 참 다사다난했다. 하지만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그 결과도 아주 만족스럽다. 이게 다 함께 열심히 참여해준 PM,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팀원 분들 덕분이다. 팀장으로서 첫 프로젝트였던만큼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런 나를 믿고 따라와준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특히 중간에 생협 홈페이지가 내려간다는 통보를 받아 좌절했을 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 한수 선배한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조언을 듣기 전까지는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시도조차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 애자일 프로세스를 도입하고자 했으면서 나 스스로는 변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가끔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 상황에서 미리 로그인 자동화를 해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 때도 "로그인 자동화는 구현 못할거야.. 공식 홈페이지 게시를 기다리자..." 라며 마냥 기다렸을까? 만약 그랬다면 이번 서비스는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코인 식단은 고장나고 시간이 흘러 열심히 개발한 서비스는 빛이 바랬을 것이다. 결국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은 우리 동아리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서비스는 개발하는 동안 너무 재밌었고 지금까지도 다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재밌고 유용한 서비스를 많이 개발하고 싶다.
캠퍼스팀 짱~ BCSD Lab 동아리 최고~
다들 화이팅!!
팀장으로서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 게 보여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캠퍼스팀 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