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코딩 입문기

i_sy_code·2022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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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을 미루던 취업 준비생

본격적인 블로그를 시작하기에 앞서 나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적어보려 한다.
어쩌면 나와 같은 고민을 짊어지게 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를테니
.

나는 사실 컴퓨터공학부를 붙었었다.
하지만, 아웃풋이 좋고 형제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에
화공 쪽으로 붙은 대학에 가게 되었다.
이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사실 딱 한 가지 뿐이다.
수능이 끝나고 마냥 대학에 붙었다는 사실보다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를 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

전공 공부가 시작되는 3학년부터 난 이 공부가 재미없다고 느꼈다.
새롭게 배우는 지식은 그저 부담으로만 다가왔고, 억지로 참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다보면 좋아질 수도 있겠지,
모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진 않으니까 견디다보면 나아지겠지..
자기 암시에 빠지두록 내버려 뒀다.

취업 준비생이 되고나서야 깨달은 건
어리석게도 난, 싫어하면서 심지어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를 표현하는 일조차 서투르다는 것을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스스로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니 자소서를 쓰는 것이 너무 싫어졌다.
아니 무서워졌던 것 같다. 나를 마주봐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부모님과의 갈등도 겹치면서 상반기를 통째로 날려버린 적도 있다.

지독한 회피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버렸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자소서에 역경 극복 질문마다 쓸 재료가 없을 만큼 평탄하게 살아오던 내가
어쩌면 그 경험을 지금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이게 내 삶의 밑바닥인 거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일만 남아있지 않겠냐고.
나는 그렇게 내 진짜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전

일단 세 가지에 대한 습관을 먼저 들이기로 결심했다.
1. 독서
2. 영양제
3. 운동

무엇을 시작하든 기초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라
정신적 측면과 육체적 측면 모두에서 체력을 기르는게 필요했다.
혹시 지금 삶의 터닝 포인트에 계신 분이라면
이 세가지는 꼭 습관으로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다.

독서를 하면서 나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배웠다.
바로 '뇌의 가소성'이다.
아마 한 번쯤은 뇌의 구조가 성인이 되면 완성이 돼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알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뇌과학 관련 책을 접하게 알게된 사실은 뇌는 평생을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뇌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구조적, 기능적으로 변화하며
수없이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고, 쓰지 않는 시냅스는 퇴보시킨다.
즉,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생활하는 방식에 따라 나의 뇌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원하는대로 일이 안풀리고 하려는 것마다 실패한다고 좌절하기 시작한다면
그 좌절의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악순환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반대의 이야기다.
뇌가 내 의지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희망'에 관한 얘기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매 순간 희망이 없는 것 처럼 살 수도 있지만,
매 순간 희망 속에서 살 수도 있다
고.

그래서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똑같은 시간을 부여받아도
"아, 조금밖에 안남았네."보다
"아, 이만큼이나 시간이 있네."하는 삶 말이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방향성을 어디에 두고 나아가느냐는 천지 차이다.)

어린 시절 내 꿈은 뭐였지?

PD 그리고 드라마 작가

난 어릴 때 갖고 있던 꿈에 대해 취준하는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내가 PD의 꿈을 왜 접게 되었는지 부터 생각해나가자 나는 꿈을 타의적으로 접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방송PD가 되고 싶다고 하면 꼭 듣던 얘기가
"PD하려면 적어도 SKY는 나와야 돼."
"넌 체구도 작은데 그런 힘든 직업을 어떻게 해. 못 버텨."
"PD해서 커리어 쌓으려면 결혼은 못한다고 봐야된다~"

우리나라 사회가 참 이상하다 느꼈던 게
왜 PD가하고싶어? 어떤 걸 만들고 싶어? 같은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거는 이래서 안돼. 저거하면 돈 못 벌어. 라는 대답만 자동응답기처럼 들었을 뿐이다.
좀 씁쓸했다.
(물론 이런 소리를 들어도 의지가 강한 친구는 한다..ㅎ)

무튼 뒤늦게서야 내 어릴때 꿈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직접 한 번 도전이라도 해보고 불평하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영상 편집도 해보고, 짧게 대본도 써보면서 그 과정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단 걸 느꼈다.
편집은 재밌지만 취미로는 좋아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글 창작은 너무 힘들어서 이 세상 모든 작가들을 존경하게 되었다는 슬픈 결말..
아마 해보지 않았다면 실체 없는 미련만 아직까지 붙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련을 지워내고 나서야 다시 현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내가 뭘하고 싶지..하는 고민 끝에 내가 가장 즐거웠던 인턴 생활때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따지고 보면 QC관련 업무였는데 팀 명칭이 달라서 그게 QC업무라는 걸 잘 몰랐다.
그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 내가 왜 이쪽 길은 진지하게 고려안했었지?
결심했다. 아! 내가 가야할 길은 품질이다.

난 품질만 팔거야! 어..어라..?

역시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6시그마부터 통계적공정관리, 미니탭활용능력, ADsP, SQLD 등
단기간에 딸 수 있는 관련 자격증은 거의 땄던 것 같다.
준비하면서도 재미를 느꼈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겠다는 야무진 욕심도 생겼다.
그런데 품질을 파다보니 어느샌가 점점 코딩이랑 가까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데이터를 다룬다는 게 사실 백엔드랑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발 쪽에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루트였다.
(실제로 삼성 평분 부서도 요새 다 파이썬을 쓴다고 함.)
그렇게 노마드코더부터 코딩알려주는누나, 나도코딩 등 여러 유튜브 채널을 돌아다니며
개발에 대한 수 많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WiCuklohdY
특히 나도코딩의 파이썬 무료 강의 영상을 완강하며 코딩에 대한 흥미가 정말 커졌다.

이제와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켠으로는 "어.. 나도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피어났다.
많은 비전공자 개발자들의 커리어전환 스토리를 찾아보면서
다들 나같은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된거다.
수없이 나를 다독이며 한 번 도전해보자는 용기를 냈다.


아무런 확신 없이 이 길을 가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어떤 확신없이 이쪽 길을 택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해당 썰은 다음에 풀고자 한다.)
그렇다고 100% 확신하고 가는 것 또한 아니다.

이 글처럼 도전조차 안하면 무경력자일뿐이지만,
아주 조금의 믿음, 좀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일단 시작만 하면 결과물은 얻게 되니까.
그러니까 시작해 보는 거다.

사실 지금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있고,
너무 여기에 자세한 얘기를 풀어놓은 게 아닐까 속으로 무지무지 걱정하고 있지만
기록해두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느니 그냥 속시원히 밝히자고 마음 먹었다.
(이래놓고 글 수정할수도...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이 글을 쓰는데 몇 시간이나 걸렸지만 여러분은 5분도 안되서 다 읽을 걸 안다.


각설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같은 사람도 있다는 거다.
모두가 다 각자의 삶이 가장 힘들고, 잘 안풀리는 것 같은 마음에 조급해지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힘듦을 공유하지 못하는 순간 자신만의 어두운 내면의 방에 갇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 나의 얘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거기서 나와도 된다고.
이런 나도 해보겠다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수없이 고민하고 방황해도 괜찮으며
우린 모두 미숙한 존재일 뿐이라고.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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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끊임없이 나의 한계와 맞서는 일이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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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5일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파이팅이에요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