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의 회고

김은혁·2022년 10월 8일
0

입사를 하고 6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여러 상황 속에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6개월 동안의 경험과 기억이 앞으로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게 6개월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회고록을 작성한다.

첫 인상

반년도 더 전, 취준 시기의 끝 무렵에 합격 통보를 받았던 회사들 중에서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면접에서의 분위기였다. 회사에서도 인터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실제로 면접보다는 인터뷰에 가깝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었다. 개발 인력을 뽑기 위해 개발팀이 모두 들어온 자리. 규모가 작은 회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전공을 시작할 때부터 부트캠프를 수료할 때까지 여기저기서 강조했었던 '소통'이 잘 이루어질 것 같은 회사였다. 당시 회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어떤 서비스를 하느냐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회사의 서비스가 수익구조가 분명하거나 비전이 있어보이지는 않았었다. 그럼에도 그 분위기에 배팅하여 회사를 갔었다. 여기까지가 입사를 결정하기까지의 첫 인상이었다. 입사 후의 첫 인상은 한 줄로 요약할 수가 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는 이사, 2주 동안 연락두절 정말 첫 출근을 하자마자 벌어진 일이었기에 많이 충격적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이른 퇴사는 이때부터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좋았던 점

배팅은 성공하였다.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어떠한 지를 떠나 정말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그런 점이 정말 좋았었다. 20년도에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2년 동안을 스스로 혹사시키며 공부했었기에 지친 마음의 휴식과 같은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다.

좋은 점이었지만 내가 잘 살리지 못하여 아쉬웠던 점은 자유로움이다. 첫 회사였고 잘 알지 못했기에 내가 더 공격적으로 도입하고 싶은 것들을 도입하려 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최근 빅쿼리를 도입하면서 스터디에 발표 주제를 로그 기록으로 잡고 여러가지를 공부했었는데, 회고 시간에 내가 공부했던 것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었다. 그것에 대한 반응이 그럼 그걸 한번 도입해볼까요? 라고 나와 조금은 놀랐다. (정산 개편과 UMF 일정이 몰려와 도입은 하지 못하였다.)

아쉬웠던 점

  • 개발 문화의 부재

퇴사를 앞둔 회고이니 아쉬웠던 점이 부각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첫 번째 아쉬웠던 점은 앞서 6개월 전 회사를 고를 때 기준으로 얘기했던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불충족이었다. 시니어 개발자가 CTO로 있었지만, 개발에 관여를 하기에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투자자를 만나러 다니고 회사의 구멍난 재정을 채우기 위해 외주를 받아 작업하는 일을 주로 하셨다. 신입 개발자의 입장에서 내가 작성하는 것들이 좋은 코드인지에 대한 불안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스터디를 통해 그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으나, 바로 회사에 시니어 개발자를 두고도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주 서글픈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사내 스터디를 진행하려는 노력을 했었는데 이런 것도 마냥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참 좋았지만 근무 이외의 시간에 회사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었기에 매번 시도가 불발되었다. 또한 코드리뷰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내 pr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머지되었단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이러한 개발 문화의 부재가 성장에 대한 고민의 결정타로 작용을 했다.

  • 재정적 고충

스타트업이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퇴사한 사람들의 빈자리들이 그대로 남아 인원이 계속 줄어만 갔다. 콘텐츠 에디터가 경영지원의 업무를 맡아 하고 있음에도 올해는 경영지원 후임자를 뽑지 않겠다는 회사. 자체 서비스를 운영함에도 디자이너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 회사가 망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직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망할 날짜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라는 답을 내렸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회사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서는 6개월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다른 기준에 의해 배팅을 하는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 확신을 한다.

  •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

회사가 학교가 학원은 아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코드리뷰나 스터디 같은 개발 문화가 잘 구축되어 회사에 더 이바지할 수 있는 배움을 계속할 수 있는 회사를 희망한다.

  • 어떤 서비스를 하느냐

스타트업이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비전(vision)이라고 생각한다. 수익구조가 분명하고 확장할 수 있는 그런 비전. 월급 꼬박꼬박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닌 회사의 비전에 내 노력과 가진 것들을 투자할 수 있는 그런 회사.

그런 회사들이 나를 선택할 수 있게 발전을 멈추지 않는 오늘을 만들자 ! 아자아자 김은혁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