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은 바뀌지 않는다고 글쓰고 정리하는게 익숙하지 않는 나는 열심히 TIL을 거르고 사는 것 같다.
막상 TIL을 쓴다고 해도 인터넷에 잘 정리된 다들 아는 내용을 가져다가 정리하면서도 남에 결과물을 그냥 가져다 쓴다는 부끄러움에 막상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다른 세상에 글들과 차별을 두고 나만의 글을 쓰고 싶어도, 깊이있게 들어가지를 못하는 것은 아마 선택과 집중의 문제일 것이다.
필요한 것은 한번의 끝까지 가는 도전일 테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을 골라잡아 깊에 한번 들어가봐야겠다.
한번이 어려울 뿐이지, 두번부터는 조금 쉬워질테니깐...
실전 프로젝트의 1주차를 돌아봤을때, 코드나 기능보다는 소통이 가장 많이 투자한 것 같다.
1주차는 기획 기간이라고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와이어프레임을 작성하고, API나 구조를 정리하는 기간이다.
그래서 코드 외적인 요소를 챙기며 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좀더 개발적인 요소에 투자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다.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진행되지 않는 기획을 두려워 하면서도 막상 나온 결과물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어쩌면 이도저도 아니게 고민만 하고 방황하다 결국 둘다 못챙긴 것일수도 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한주가 지나가며 제대로된 진행이 없다고 생각하며 잠시 절망에 빠졌다.
과감하게 결단내리지 못한 내 유유부단함이 오히려 방해되는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조들은 저마다의 특색으로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하루종일 디자이너와 슈퍼팀원이 들어와서 멈출새 없이 작업을 진행하고,
누군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많은 양의 작업량이 나오고....
그런 희극을 멀리서 구경하며 부러움에 빠졌었다.
다만 1주차가 지나며 다른 조의 사정을 듣기 시작하면서, 그들 나름만의 비극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생각해보자.
'게임은 질병이 아니지만 롤은 질병이다'라는 자랑스러운 k-타이틀을 거머쥔 5인 협동(명목상)게임이다.
새벽에 랭겜을 돌려보면 서로 협동을 하라고 5명을 붙여놨더니 서로 협박을 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마주할 수 있다.
만약 알파고에게 바둑 대신 롤을 가르쳤더라면 그날이 바로 인공지능의 반란의 시초가 됬을 것이다.
나는 내 장교들을 영리하고, 게으르고, 근면하고, 멍청한 네 부류로 나눈다. 대부분은 이 중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영리하고 근면한 이들은 고급 참모 역할에 적합하다.
멍청하고 게으른 놈들은 전 세계 군대의 90%를 차지하는데, 이런 놈들은 정해진 일이나 시키면 된다.
영리하고 게으른 녀석들은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으므로 최고 지휘관으로 좋다.
하지만 멍청하고 근면한 놈들은 위험하므로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지휘교범-
어디든 조직적으로 굴러가는 곳은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다양한 능력으로 오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멍청하고 근면한 놈들이 제일 위험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마 이런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이런건 옛날에 교육 수준이 낮았을 때 이야기 아닌가?'
멍청함이라는 개념은 의외로 제법 넓은 개념이다.
어디에나 평균치가 존재하듯이, 상향 평준화가 되어 높은 기준을 가지게 되어도 평균치는 존재하고, 평균치의 기준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
만약 멍청함이 와닿지 않는다면 우린 대가리 깨진이라는 수식어를 쓸 수 있다.
건물에 불이 났을때, 소방관이 입구에서 물을 뿌려대며 빠르게 불을 진압하고 있을때 어디선가 건축학자가 와서 "아, 이거는 기둥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안되요 중요한 기둥을 중심으로 불을 꺼나갑시다!"라고 한다면 아마 '대가리 깨졌나?' 이 생각이 들 것이다.
이처럼 대가리 깨진이라는 수식어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5인에 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본인의 상황과 조건에서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대가리가 깨지는 것은 무지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무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또다른 타겟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학생들이다.
고대 그리스에선 신입 철학자들을 현자라고 불렀고, 철학 교수들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불렀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관통하는 이 진리의 법칙을 따르자면, 이제 갓 학사 과정을 이수하며 세상에 진리를 깨달은 대학생은 팀 활동에서 높은 확률로 아가리 파이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과정이고 우리는 특효약을 잘 알고있다.
바로 사회의 빠따질이다. 깨진 대가리는 한번 터지고 나면 스스로 아문다.
쓰고 나니 마치 꼰대 같지만, 원래 나이먹고 뒤돌아 보면 한숨나오는건 고대나 지금이나 똑같으니, 자연스러운거 아닐까
변화에 흐름에 순응하더라도 억지로 흐름을 바꾸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분명 실전 프로젝트 회고로 시작했는데, 2시간동안 정신 놓고 흐름대로 글을 쓰다보니 이상한게 나온거 같다.
어쨋든 중요한건 프로젝트니 글은 대충 마무리하고 내일 일어나서 코드나 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