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도를 적으며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돌이켜보았는데, 현재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프론트 개발자가 되기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정리해 보았어요.
고등학교 때 저는 대부분의 또래처럼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 없이 살아가고 있었어요. 이과였지만 순수 과학은 영 아니다 싶었고, 그냥 막연하게 “공대에 가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체로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중 '스타듀밸리'라는 게임을 즐겨하였어요. 이 게임은 도트 그래픽 기반의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1인 개발자가 만들어서인지 커스터마이징이 매우 자유로웠어요. 게임 공식 카페에 가보면 다양한 커스텀 모드나 리텍(그래픽, 텍스처 변경) 자료들이 많았고, 새로운 농장 기구를 추가하는 것부터 캐릭터, 주민들의 대사, 외형 등 거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었어요.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든 모드를 다운받아 사용하다 보니 '나도 이런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제게 이런 작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이것이 제가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된 첫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 원서를 쓸 때, 깊은 고민 없이 모든 지원을 컴퓨터공학과로 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이 선택이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주변 친구들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다들 이렇게 잘하는데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대로는 뒤처질 수 없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학년 동안에는 "파워 자바"라는 책을 붙잡고 이해될 때까지 코드를 치고 실행시키는, 지금 생각하면 꽤 무식한(?) 방법으로 공부했어요.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Java 언어를 공부하고 이후에는 C++과 같은 다른 언어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프로그래밍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다음 학기 수강 과목을 고민하던 중 "웹 프로그래밍" 과목이 눈에 띄었어요. 과제가 많고 힘들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다른 과목들보다는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방학 동안 선배에게 미리 정보를 받아 선행학습을 시작했는데, 어려운 거랑 별개로 예상외로 재미있었어요.
이 과목을 통해 처음으로 웹 개발을 접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A+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 경험이 제가 프론트엔드 개발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아요. 화면에 내가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이 이를 인정해 준 첫 기억이거든요.
왜 백엔드를 안 했냐고요? 글쎄요, 그냥 이쁘고 내 맘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면서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저와 잘 맞았어요. 화면에 뭔가가 나타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보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물론 백엔드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프론트엔드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 거죠.
4학년쯤 되니까 수업 듣는 게 지루해져서 인턴을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엔 그냥 학교 다니기 싫어서였는데, 결과적으로 이 경험들이 제게 정말 많은 걸 가르쳐 줬어요. 학교에서 하는 인턴십이나, 여러 외부 인턴십에 지원하였고, 운이 좋게도 여러 곳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첫 인턴은 에너지기술원이었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변에 개발자는 저 말고는 없었어요. 신소재 공학, 화학공학 하는 연구원들과 인턴들뿐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그곳의 유일한 개발자였죠.
처음엔 정말 막막했어요. 하지만 이 상황이 오히려 제게 좋은 학습 기회가 되었어요. 혼자 개발하다 보니 박사님들이나 다른 인턴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일을 진행해야 했거든요. 주로 연구 결과를 저장하고 쉽게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선하는 일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의 실제적인 의미를 깨달았어요. 다른 분야 사람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걸 기술로 구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죠. 개발자가 단순히 코드만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니즈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걸 직접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인턴 마지막쯤에 최종 발표를 했는데, 발표 전에 많이 긴장했어요. 하지만 예상외로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셨어요. 그때 느낀 안도감과 성취감은 지금도 생생해요. 나중에 박사님께서 연락해 주셔서 추가 작업을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제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지만 아쉽게도 거절하였는데, 이미 다른 인턴을 시작했기도 하였고 혼자 일하는 게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거든요.
이전에는 혼자 사이드로만 진행하던 것을 처음으로 실제 프로젝트에서 개발을 해보면서, 개발이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그게 바로 개발이더라고요. 이런 깨달음 덕분에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이후에 작은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해보았는데, 제 개발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어요.
개발자가 몇 명 없는 환경이었지만, 특히 프론트엔드 시니어 개발자분과의 교류가 가장 값진 경험이었어요. 단순히 코드를 같이 보는 것을 넘어서, 개발자로서의 성장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이 과정에서 제 코딩 스타일이 많이 다듬어졌고, 무엇보다 개발자로서의 마인드 셋을 형성할 수 있었어요.
또 하나 큰 도움이 된 건 같이 인턴을 하던 친구와의 수다였어요. 우리끼리 이런저런 기술 얘기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시니어분들께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었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려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 팀, 환경이 정말 행운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인턴십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개발자로서의 전체적인 성장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코드를 작성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팀워크의 중요성, 그리고 개발 철학까지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운 좋게 디프만이라는 IT 연합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디프만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한 학기 동안 서비스를 만드는 동아리예요. 처음엔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개발 좀 하는 편이겠지?' 하고 은근히 자신했어요. 근데 이게 웬걸, 주변에 실력자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 난 아직 한참 멀었구나.'
정말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처음엔 기가 좀 죽더라고요.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영영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아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려 노력했어요.
디자이너와 처음 협업할 때는 정말 긴장됐어요. 제가 실수해서 팀에 피해 주면 어쩌나 걱정돼서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했죠.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 안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어요.
개발자들과 기술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한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있으셨는데, 그분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문제를 말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고 수긍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이 대단했어요. 그분이 항상 강조하셨던 말이 있어요. "이유를 가지고 개발하라"고요. 이 말 한마디가 제 개발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이제는 뭔가를 할 때마다 '왜 이렇게 하지?'라고 스스로 물어보게 됐죠.
디프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내요. 서로 고민도 나누고, 힘들 때 의지도 하고... 정말 소중한 인연들이 생겼어요.
돌이켜 보면 디프만은 제 개발자 인생의 전환점인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이고, 협업의 중요성도 배웠고, 평생 갈 인연도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직 배울 게 많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이제는 더 이상 '말하는 감자'가 아니라 '꾸준히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제 방향의 실마리는 찾은 것 같아요.
디프만 동아리 활동은 제게 너무나 값진 경험이어서 한 기수가 끝나고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다른 중요한 일들이 있었지만, 이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운영진 제의를 받아 운영진과 프로젝트 활동을 동시에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인사부에서 동아리원 선발 과정을 기획하고, 이후에는 동아리 활동 중 세션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업무를 맡았어요. 게다가 프로젝트에서는 어쩌다 보니 팀장까지 맡게 되었죠. 회사도 다니면서 운영진과 프로젝트팀장을 동시에 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다행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은 아니고 개발을 즐기는 편이라, 시간 관리만 잘하면서 동아리와 회사를 병행할 수 있었어요.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어요.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거든요. 다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서로 다른 관점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정말 좋은 팀 문화라고 생각했어요. 노력의 결실로 최종 발표 때 "최우수상"도 받았죠. 그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부끄러웠지만, 팀원들이 달래주던 모습도 잊을 수 없어요.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바로 우리 팀 사람들과의 인연이에요. 힘들 때 고민을 나누고, 기쁜 일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거든요. 이 소중한 인연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이미 많은 인연을 만났고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디프만 활동은 더 이어가지는 않았지만, 이 경험은 제게 정말 특별했어요. 기술적 성장뿐만 아니라 리더십, 시간 관리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관계를 선물해 줬거든요.
요즘 새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있어요. 동아리에서 하는것처럼 주변 상황같은걸 고려하기 보다는 정말 제 흥미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그러다보니 기능을 제안하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구요.
운좋게도 사용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는데, 종종 피드백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피드백을 볼 때 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사용해주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것 같아요.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Gitanimals 예요!
그리고 잠시 쉬었던 커뮤니티 활동도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해요. 솔직히 오랜만이라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러울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명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힘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도 있어요.
사실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어요. 그냥 뭐...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고 싶어요.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는? 그런 느낌으로요. 새로운 걸 배우고 경험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 사람 대단하다!" 소리 듣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멋있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