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를 작성해보려합니다.
매번 글을 쓰려할 때 마다, 제 기준에 미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텍스트로 남을까 두려워서 망설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글을 남기는걸 어려워하는데, 최대한 가감없이 기록해보았습니다.
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앞서, 아직 블로그에서 내가 어떤 팀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언급한적이 없었다.
나는 현재 메셔와 어보브테크 팀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 부터 메셔를 시작하여 함께했고, 어보브테크는 2023년 하반기에 설립한 신규법인으로 AI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작년 24년은 우리 팀이 겪었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우리 팀의 작년을 타임라인 순으로 훑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2024 1월 ~ 4월]
- 어보브테크 AI 포토부스 솔루션 플리픽스 런칭
- 비룸스튜디오에 API 솔루션 공급
- 홍대 Ryse 호텔에 자체 포토부스 기기를 제작하여 공급
- 메셔 기존 web3 개발 사업부인 Alpha의 확장
- 기존에 이어서 맡은 프로젝트가 많아졌음
- web3 개발사업 재계약에 성공했고, 채용을 확장
[2024 4월말 ~ 5월]
- 메셔 Alpha사업부의 핵심 계약이 파기됨
- 팀의 핵심 매출원이 끊기면서 8개월 미만 런웨이 남음
- BEP 달성을 위해 신규 아이템으로의 pivot 결정
- AI 헤어컨설팅 wevemet의 프로토타입 개발
- 팀 내 희망퇴직 진행 / 잔류 팀원 급여 조정
[2024 6월]
- 5월말 wevemet 베타 첫 런칭
- wevemet 상품 판매 및 매출에 집중.
[2024 7월]
- wevemet 서비스 발전 및 매출에 집중
- 프라이머 배치 도전
[2024 8월]
- wevemet 외 새로운 아이템 탐색
- 팀원들과 여러가지 신사업 아이템을 탐색하고 폐기하기 반복함.
[2024 9월 ~10월]
- AI 컨텐츠 플랫폼, 호키 런칭
- 다양한 AI 컨텐츠로 당장 매출을 내서 BEP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 만들기
- 빠르게 만들고, 시장반응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
- 위브멧과 호키를 통합하고, AI를 통해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컨텐츠들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방향성 잡음
- _AI사주 컨텐츠_ 를 핵심으로 매출 만들기 성공
[2024 10월 ~ 12월]
- 호키를 통해 매출을 만들고, BEP를 달성하는데에 집중
- 매출규모 약 16배 성장
- Next step 고민, 제품 및 방향성 확정
24년 1분기에는 web3 개발사업인 alpha의 확장과 더불어 기존에 어보브테크에서 진행했던 jippi 의 연장선으로 AI 포토부스 솔루션 “플리픽스”를 런칭했다. 포토부스에서 찍은 사진을 AI를 사용한 필터로 변환해주는 api 솔루션을 런칭하여 고객사에 도입하고, 이걸 적용한 자체브랜드로 호텔에 직접 포토부스 기기를 만들어서 도입하기도 했다.
24년 4월 말 즈음, 팀에서 주요 매출원이었던 web3 개발사업의 매출이 끊기면서, 위기가 왔다.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 채용과 함께 팀 규모를 확대한 직후였던지라 충격은 더 컸다. 당장 비용을 줄여야했는데, 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비 밖에 없었다. 결국 팀의 생존을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전중후로 함께했던 많은 팀원들이 팀을 떠나게 되었다. 지금 돌아봤을때, 희망퇴직을 빠르게 진행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고 그 덕분에 지금 팀이 살아남아 계속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된 의사결정과 미숙했던 리스크 관리로 인해 발생했던 상황이었고, 팀을 떠나게 된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이후, 우리는 BEP를 넘기고 팀을 살릴 수 있는 당장의 매출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했다. 플리픽스로 벌어들이는 매출로는 부족했고, 포토부스 고객사에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변수가 많아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확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빠르게 시도해본 것은 LLM을 활용한 AI 헤어컨설팅, 위브멧이었다. 5월 말에 위브멧을 런칭한 후, 실제로 고객들에게 헤어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매출을 늘리는데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B2C 제품으로 유효한 매출을 만들어낸 경험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팀 차원에서도 어려운 도전이었다. 위브멧은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으며, B2C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어보브테크에서 처음으로 매출을 낸 B2C 제품으로 의미가 있다.
8월즈음 부터는 위브멧 이외에도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검토했다. 기본적으로는 AI 기술을 사용해서
- 3개월 안에 BEP를 넘기는데에 도움이 되어야한다. (**즉각적인 매출을 낼 수 있어야함**)
- 아이디어와 BM이 항상 결합되어야한다. (돈을 어떻게 벌거냐)
- 지속가능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형태의 제품/서비스
- 시장성을 검증하는 시간 + MVP 개발 기간 = 최대 2주 (MVP 개발이 최대 1주일 걸린다 → 그냥 개발 후 검증)
- 사업이 먼저, 기술은 다음에. 시작엔 AI 가 없어도 된다.
- (ex) AI 기술을 이렇게 활용하면 가치가 발생하니 이런 사업을 해야겠다. X // A 시장에 이런 문제가 있고, 이렇게 하면 해결해서 가치를 만들 수 있다 → 기술을 이렇게 쓰면 되겠다 O
- 시장 내 경쟁사 대비 명확한 차별점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
- 팀 과반수 이상을 설득할 수 있어야함.
이 요건 아래에 여러가지 아이템들을 검토했고, 몇번의 검증과정과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AI 콘텐츠를 통해서 직접적인 매출을 내자는 방향성으로 “호키” 를 시작했다. 기존 위브멧과도 통합했고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렸다. 대부분의 컨텐츠를 약 1주만에 mvp를 만들어 출시하고, 시장에서 검증하려 했다.
우리는 LLM을 기술적으로 활용해 유저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컨텐츠들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방향성을 잡고, 그에 맞는 컨텐츠들을 아주 빠르게 출시했다.
그 중에 가장 성과가 좋았던 컨텐츠는 AI 사주 컨텐츠였다. 온라인 사주 는 기존에도 꽤 큰 시장이 존재했고, LLM을 통해서 기존 사주에서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좀 더 개인화되고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줄 수 있었다. 이 사주 컨텐츠가 시장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는 메타/스레드/구글애즈와 같이 시도해볼 수 있는 여러 채널에서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여러 컨텐츠들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 컨텐츠들을 핵심으로, 10월에는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3000만원은 우리가 4월 이후 위기를 겪으면서 팀에서 대략적인 BEP로 세워둔 매출 목표값이다. 몇개월 만에 달성한 의미있는 성과였다. 12월에는 월 매출 5000만원을 달성하면서, 이 서비스로 팀의 생존과 동시에 우리가 목표로한 빠르게 매출이 나는 AI 서비스로 자리잡는 시작점이 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과정에서 우리 팀이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비전이 정리되었다는 점.
AI Companion for everyone. 우리는 AI와 인간이 “유대감” 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한다.
AI 컨텐츠 서비스를 운영하며, AI 챗봇과 유대감을 느끼고 대화를 이어가는 고객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2025년에는 AI 컴패니언과 대화하고, 같이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팀에서 24년 많은 일이 있었고, 나도 여러 고민들이 있었다.
우선 4월에 팀의 핵심 매출원이 끊기면서 희망퇴직/권고사직을 진행했다.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더 많아진 팀원들을 어떻게 하면 원 팀으로 만들고 일하고 싶은 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6월즘 부터는 팀에서 공동 대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 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내가 어떤 걸 얻을 수 있고 대표로서 자격이 있는지 등의 고민이 있었다.
제품도 여러번의 피봇을 거치면서 일주일에도 여러번 방향성을 고민하고 다듬는 루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과 팀의 위기상황과 극복을 겪으면서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대표가 되면서는 팀원들에게 내 생각들을 전하고 싶어 정리했었는데, 이런 말들을 했다.
그리고 PMF를 찾기위해, BEP를 넘기기 위해 계속 애썼다. 당장 팀의 생존이 걸려있었기에, 장기적 관점보다는 가까운 성공에 목말라 있었다. 그러다보니 팀도 지치고 나의 에너지도 떨어지는게 조금은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도 해냈으니, 된거 아닌가.
한번의 위기를 겪어내고, 팀원들과 더 많이 이야기하고 소통했다. 그리고 비전이나 나의 역할도 조금은 더 정리된 듯하다. 좀 더 명료해졌고, 빨리 실행하고 싶은 마음이다.
팀에서 여전히 개발자로서, 그리고 제품을 만들어 나가면서 여러 분야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
개발자로서는 LLM 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서비스를 여러가지 만들었다. LLM 을 기반으로, RAG, Agent 와 Memory system 등을 구축하여 실제 B2C 서비스로 런칭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했다.
AI 사주를 만들면서는 사주명리학 관련 코드들을 구현하기도 했다. 생소한 분야였고, 레퍼런스도 없어 고생도 약간 했지만 금방 만들어냈고, 팀에서 이 아이템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개발 과정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ChatGPT/Cursor 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두가지를 활용하면서 생산성이 몇배는 올라간 듯 하다. 이제는 설계에 좀더 집중하면, 실제 구현하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개발 외에도, Perplexity와 같은 툴들을 적극 활용했다.)
결국 24년에 참여한 개발 프로젝트는 대다수 빠르게 만드는데에 집중해서 개발을 진행했다. 작년에 했던 것들을 돌아보면서, 확장성을 너무 고려하기 보다는 YAGNI와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최대한 심플하게 구성하되, 도메인/역할 분리 등에 조금더 신경써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정이 필요하면, AI를 활용해서 더 빨리 바꾸면 된다. 예상되는 수정사항이 반영 불가능하지만 않으면, 당장 빠르게 할 수 있는게 더 좋다.)
개발 외적으로는 B2C 제품을 만들면서 어떤 지표와 목표를 세우고 그로스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마케팅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많이 찾아보고 배웠다. Retention이나 Churn rate 와 같은 개념에 익숙해지고 제품 업데이트시 이 지표들을 토대로 생각해보려 하고 있다.
마케팅에서는 메타와 같은 채널에서 D2C로 광고를 집행하고, 구매까지 전환시켜 매출을 내는 루프를 경험했다. 메타/구글과 같은 퍼포먼스 마케팅이 가능한 채널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방법들을 배웠고, 인스타그램 릴스/ 스레드 와 같은 채널에서 컨텐츠 마케팅도 시도해보았다.
이 외에도 대표가 되면서 하게되는 경험들이나 약간의 노무/세무 지식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운게 많다.
점점 Generalist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김에, 연말에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살았다.
자기를 돌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능력이다.
독서, 외국어 공부 등 나에게 좋은 지식이 쌓이도록 하는 것 뿐 아니라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익숙해져야한다.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더라도, 나 자신이 성장하는 습관을 들이고 내 정신과 건강을 돌보는데 힘써야한다.
결국 창업자든, 누구든 계속 일하고 싶다면 오래갈 줄 알아야한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항상 성장하는 습관을 들이고, 건강한 몸과 멘탈을 가지고 있는건 정말 큰 장점이다.
주관이 있어야한다.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의견을 더 내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나는 타고난 기질 상 의견을 아주 강하게 내는 사람은 아니다. 내 의견에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기 보다는, 항상 신중하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창업자로서, 대표로서는 좀 더 자기확신을 가진 사람이 되어 명확한 판단과 의견을 내는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는 경험과 시간들, 사고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좋은 input들을 나에게 계속 때려넣고, 사고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나는 항상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how를 고민하는데에 익숙하다. 이제는 what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
다만, 나 다운 것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타고난 것이든, 경험으로 쌓인 것이든 내가 가진 모습이 있고 여기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 내 장점을 살리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맞다는 확신이 들 만큼의 생각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족한 점은 채우되, 나를 버리지는 말자.
2025년에는 좀 더 주관과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는, 나 다움을 더 찾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