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합격한 지 1주일 째,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생활에 한 주가 정말 느리면서도 빠르게 흘러갔다. 더이상 학교 공부는 의미없다 생각하고 실무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자 인턴으로 방향을 비틀었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은 듯 하다.
1주일 밖에 안됐지만, 거진 한 달 분량의 학교에서의 학습량을 습득한 듯 하다. 하나의 Problem에 대해 팀원들과 함께 한 시간 넘게 토의하며 Trouble shooting을 하고, 다른 부서의 팀원들과 1:1 미팅을 하며 협의를 하고, Slack에 공지를 하고 다른 부서 팀원들과 소통하는 등... 개발 외적으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비교도 안 될 만큼 바쁘지만, 아직도 꿈만 같다. 1순위로 원했던 기업에서, 가장 원했던 직군으로 일하고 있으니,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행운을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2주차 출근을 앞두고 있는 만큼, 1월 극초반 부터 2월 말까지, 너무나도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정말 힘들었던, 인턴 합격으로서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우리 학교의 졸업요건은 특이하게도 인턴이 있다. 즉, 인턴을 안하면 졸업을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폐지된 듯 하다.) 취지는 이해가 가나, 솔직히 지금 같은 취업 빙하기에 학생들이 인턴을 구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난 11월 말 부터 인턴 자리를 계속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에서 주로 내가 맡은 역할은 Backend Engineer이 었으니, 이 직군에 대한 공고를 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지원한 인턴은 LG CNS, 카카오, 당근이었다. 처음부터 거의 헬 난이도 급의 인턴이라, 솔직히 기대는 아예 안했다. 다만, LG CNS는 우리 학교와도 연계하는 산학 인턴십을 하고 있어, LG CNS는 조금 기대할만 하지 않을까 싶었다.당근과 카카오는 솔직히 기대를 아예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막상 불합격 메일을 받았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솔직히 LG CNS는 정말 충격이었다. 내가 넣은 직군도 Cloud 관련 직군이었고, 당시 Kubernetes로 홈서버를 만들거나, AWS EKS를 구축하는 등, 그러한 점에 있어서는 나의 역량이 어필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1차 서류 불합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더 힘들게 만든 점은, 학교 동기들 주변에 LG CNS를 지원한 동기들은 모두 합격했다는 점이었다. 동기들 역시 실력이 출중하지만, 그래도 난 Cloud에 관련된 경험이 있었는데, 남들 모두 붙고 나만 떨어졌다는 사실은 날 좌절감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한 이틀 간 굉장히 큰 상실감에 빠졌었다. 모두가 떨어지면 모를까, 나만 떨어졌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었고, 그동안 내가 잘못 살고 있었나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그렇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다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번 지원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큰 문제점을 찾았는데, 나의 태도와 관련된 사항이었다.
"저 또한 제가 운영중인 서버들의 장애를 막기 위해 Self Health Check나 Argo CD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경험이 있는 만큼, LG CNS가 요구하는 역량을 충족합니다."
거만함 그 자체의 문구였다. 아직 실무를 경험하지도 않았고, LG CNS가 진정으로 요구한 역량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난 너희들이 원하는 인재야" 라고 선언해버리는, 매우 경솔하고 자만한 문구였던 것 같다.
자신감과 자만감은 한 끗 차이다. "잘할 자신 있다!" 와 "난 당연히 잘한다!"는 억양이 다르듯,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상태에서 나를 어필해야 더 나를 뽑을 이유가 되는 것이다.
위의 경험을 하고 더 이상 불합격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나는 닥치는대로 공고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장점과 역량이 드러나게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공고를 자세히 보면서 내가 돋보이는 지원자가 될 수 있는 공고에 지원을 했다.
그렇게 첫번째 생각지도 못한 합격 메일이 다가왔다.
자고 일어났는데, 당연히 불합격 메일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갑자기 코딩스트를 보라는 문자가 와서 굉장히 놀랐다. 부랴부랴 코딩 테스트를 준비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보았지만...
긴장한 탓인지 코딩테스트 문제를 그렇게 잘 풀진 못했고, 불합격이라는 쓴 맛을 보았다. 솔직히 많이 기대했지만, 모처럼 온 기회가 날아갔으니 기분이 안좋았던 건 맞다. 허나, 예전에 CNS를 떨어진 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실패에 담담해져서 그런지, 더 좋은 곳이 있겠지 하며 계속해서 도전을 했다.
행운은 예상치 못한 때에 온다라고 했던가, 뜻밖의 행운이 내게 찾아왔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기업에서 Backend Engineer가 아닌, Platform Engineer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제안이 왔다. 아직도 생각해보면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사실 원래 나는 Backend Engineer보다는 DevOps Engineer가 되고 싶었다. 서버 개발 보다는, 개발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관련 인프라나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그런 역할이 더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프로젝트에서도 Kubernetes 기반 CI/CD 파이프라인을 홀로 구축하고, 여러 방면으로 테스트했던 경험이 인상깊게 다가왔는지, 나에게 이런 제안을 주었다.
냉큼 수락하고 바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시 보면서, 내게 주는 사전 과제를 정말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간절한 적이 있었을까? 1월과 2월은 정말 나의 영혼을 바칠 정도로 면접 준비에 전념했던 것 같다. 사전과제가 꽤 많았고, 면접이 한 번이 아닌 세 번에 걸쳐 치루어졌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정말로 원했던 1순위 기업이었기 때문에, 점심에 일어나고 운동을 갔다 온 후, 저녁부터 새벽 3시까지 매일매일 공부를 했다. Kubernetes 관련 실험을 하며, 사전 과제들을 하나씩 해치우면서도, 혹시나 내가 빠뜨린 것은 없는지 차근차근 다시 짚기 시작했다.
거의 10페이지~15페이지 정도의 분량 x 6개 정도의 학습 기록을 남기면저 면접을 준비해기 시작했다.
1차 면접은 Platform Engineering 부서의 Lead 분과의 면접이었다. 이력서와 사전 과제 기반 면접이었는데, 다행히도 왜 이렇게 했느냐에 대한 나의 충분한 근거가 있어서 대답을 수월하게 했다. Lead 분에게 칭찬을 받으면서 성황리에 마쳤고, 다음날 바로 합격 메일이 왔다.!
더 까다로운 사전과제들과 함께 2차 인터뷰 메일이 왔다. 당시 기간이 1월 중순이어서, 3주 후에 본다면 학교 협약이 안 될 위험이 있어, 과감하게 2주 후에 본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1차 면접 준비보다 더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더욱 많은 걸 배웠던 것 같다.
이쯤 되니 마음 속에서 서서히 불안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만일 여길 떨어지면 어떡하지?", "여기까지 왔는데, 떨어지면 진짜 허탈할 것 같은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침착해졌다. 그동안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맛보았어도, 끝내 나만의 길을 찾은 것 처럼, 설령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건 분명히 있었고, 이를 토대로 다시 일어서면 되는 것이었다. 떨어진다면, 관련 자격증 (AWS, CKA, Hashicorp)을 취득하고 코테에 올인 하여 공채에 도전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냉정함을 되찾고 다시 2차 면접을 보았다. 정말로 긴장되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 말자라는 식으로 보았다. 다행히도 Lead 분께서도 이번에도 칭찬을 해주셨고, 정말 힘든 기간에 대한 보상을 얻었던 것 같다.
정신도 피폐해지고, 건강도 나빠진 것이 느껴져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통영으로 2박3일 간 갔다오니, 정신이 맑아진 느낌이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달래는 와중에, 마지막 면접 메일이 왔다.
메일을 받자마자 심장이 두근두근대며, 진짜 마지막 관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또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진짜 마지막까지 왔는데, 제발...제발..." 하며 또 힘들어했다. 정말 긴 여정이었고, 힘들었기에 이젠 정말 합격만을 원했다.
이전에는 떨어져도 "그래, 배운 게 있으니 괜찮아." 했지만, 마지막 걸음만이 남아있다는 그런 상황이 와서 그럴까, "마지막 온 힘을 쥐어짜내서 이번 만큼은 반드시 통과하리라."라는 그런 결의가 왔다.
이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의 LinkedIn을 조사하고, 기업 홈페이지의 블로그와 인재상을 세세하게 파헤쳐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유추해보았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다만 채용 공고에서 그들이 강조한 단어를 보며 어느정도는 예상을 했다. 허나, 이번에는 좀 생각을 다르게 해서, 기업의 홈페이지 보다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해보았다.
결국 컬쳐핏이란, 지원자의 가치관과 회사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통하는 지 파악하기 위한 단계이다. 따라서, 그 회사의 가치관에 나를 억지로 우겨넣기 보다는, 나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가치관과 방향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시 재정립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단계를 거쳐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회사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인터뷰. 회사 사무실에 일찍이 도착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직원 분의 안내에 따라 마지막 인터뷰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숨 막히는 5분의 시간 뒤, 마침내 CTO분께서 오셨고 면접을 시작했다.
면접의 질문을 되새겨보면, 주로 내가 프로젝트를 할 때의 나의 방향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약 30~40분의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끝났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빠짐없이 했고, 확실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대답을 해서, 망했다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CTO 분도 중간에 멋진 답변이라고 하셨던 만큼, 이번에는 그래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면까몰이기 때문에 정말 불안했다. 하루하루 초조해가며 지옥같은 주말을 보내고,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며 가던 중.
갑자기 알림창에서 위의 제목과 같은 이메일이 보였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손발이 벌벌 떨리고,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올라가며 이게 진짠가 싶을 정도로 덜덜 떨었다.
그동안 거의 2개월가량의 노력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정말 원했던 기업에서, 정말 원했던 직군을 가게 되어, 꿈만 같았다.
사실, 난 이때 초강수를 두었었다. 여기에 올인하자라는 마인드로, 캡스톤도 신청하지 않고, ICT 인턴도 모조리 상향 지원을 했다. 당연히 ICT는 떨어지고, 한 곳은 붙었지만 면접을 포기한 상황이었다. 즉, 만일 떨어지면 난 꼼짝없이 추가학기를 해야 하는, 거의 일생일대의 도박이었던 셈이었다.
다만, 이렇게 도박을 했기 때문에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열심히 준비하여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나 싶다. 만일 보험이 있었으면, 안일함 때문에 망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나의 도박은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학교와의 협약도 마친 상태에서 기쁜 마음으로 출근을 기다렸다.
현재 난 1주차긴 하지만 정말 만족스러운 인턴 생활을 보내고 있다. 원래 부터 관심 많았던 Kubernetes 관련 업무와 더불어 나날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고, 무엇보다도 팀원들과 Lead가 정말 멋진 분들이라서 많이 탄력 받고 있다. 사무실도 활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라 언제 어디서든 다들 토론하고 화이트보드에 그려가며 기획하고 있다.
아직도 꿈만 같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이 회사에 정말 크게 기여를 해서 회사의 성장을 이루어내고 싶다. 개인이 가장 성장하는 방법은, 회사의 성장에 올라타 함께 성장하는 것이기에, 큰 활약을 펼치고 싶다.
합격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