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 소스 만드는 개발자에서 소스 코드를 짜는 개발자로의 변신.

.·2020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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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일과 시작 전에 부서 차장님에게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회사 대표님의 호출로 대표님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식품회사. 소스, 즉석조리식품 등을 개발하는 식품 개발자 6년차. 대리. 1988년생. 한국나이 33살.
대표님은 소파 한 켠 자리를 내어주며 앉으라고 하신다.

앉으면서 '아 내가 이렇게 퇴사를 말하는 순간이 왔구나' 뭔가 알지 못할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내 정신과 몸을 감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표님께서는 나의 마음을 돌리려 많은 말씀과 조언을 주시는 듯 하였지만 내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 일이 잘 될거라는 보장이 있느냐, 날고 긴 사람들이 세고 센 데를 굳이 가려는 이유가 뭐냐, 비전이 없는 일을 찾아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이다, 한 우물을 파라 등등..

나는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고 걱정이 많아서 갈팡질팡 하지만 일단 결정을 지은 후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처음 결정을 끝까지 밀어 붙이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한 우물을 팔 것이 아니라 여러 우물을 신나게 삽질을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삽질과 생각의 결론이 나의 경우는 웹, 앱 개발자라는 점으로 모이게 되었다.

점심시간 마치고 연구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타 부서 차장님이 또 따로 부르셔서 그 분 나름대로 조언이라고 나에게 이것저것 이야기 해주었다.
너는 나이가 서른 세살인데 다른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홈페이지 만드는 거 경쟁력도 없고 돈도 안 되고 비전이 없는 데를 가려고 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도전하려고 한다니까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라고 하셨다.

이미 어떤 말로도 돌리기엔 난 이미 멀리 왔지만 저런 말을 들으니까 더욱 자극이 생겨서 잘 해야겠다 마음먹게 되었다.
누구나 보기에도 비전이 있어 보이고 돈을 많이 버는 것 같고, 장밋빛 인생이 펼쳐 보이는 길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고 그 길을 가기를 마다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길은 누가 내어서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지 않거나 미지의 길을 걸어서 스스로 개척하는 길도 길이다.
재미있게, 그리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내가 하는 일에 온전히 영혼을 다하면 또다른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그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
첫 시작은 미미할 지언정 나를 위한 삶, 내가 행복해져서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삶은 궁극적이고 좋은 목표라는 확신이 들었다.
새로운 배움을 찾아서 가는 곳은 사람도, 장소와 환경도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그 사이에서 배우고 경쟁하고 성장하는데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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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일정한 날짜에 밀리지 않고 내가 일한 만큼의 급여를 받는 지금의 안정된 루틴을 포기하는 결정은 분명 쉽지 않았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명함 한 장 들고 회사에서 뻥 차여서 "그때 난 과장, 차장이였는데...." 과거의 영광을 곱씹으면서 퇴직금으로 뭔가 하다가 평범하게 스러지는 국민1 이 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새로운 길을 가면서 좋은 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기업에도 나의 능력을 120% 발휘해서 많은 기여를 할 것이고 그 기여가 나중에 내가 홀로 서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때 과거보다 더 빛나는 순간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내가 선택하는 일은 과거에 이랬었지 하며 명함을 만지작 거리는 그런 시시한 미래가 아니다.
나는 그런 일을 하고자 퇴사를 결심했고 이제 그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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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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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4일

안녕하세요~ 비전공 개발힘드실텐데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