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서울 5기 1차 라피신 후기

정재경·2021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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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무호흡 코딩

2021년 9월 6일부터 10월 1일까지 42서울 5기 1차 La Piscine에 참여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2학기를 휴학하게 되었는데, 그 시간 동안 뭘 할지 엄청나게 고민했었고, 이것저것 지원도 많이 해봤다. 결론적으로 내가 참여하게 된 것은 42서울이였다.

이 한 달 동안 무호흡 코딩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이게 정신적 그리고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이 들었다. 한 달이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 기수는 코로나 때문에 격일제로 1그룹은 월수토, 2그룹은 화목일로 나눠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바빴다.

나는 이미 전공 공부를 하다가 가는 입장으로서 과제들이 대부분 아는 범위 내에서 나왔지만, 이걸 통해서 코딩을 처음 접하는 비전공자들이 나와 같이 한달을 견뎌내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느끼기에 전공과 비전공의 비율은 전공자 3, 비전공자 혹은 노베이스 전공자 7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상대적으로 Piscine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잘하는 축(?)에 속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는데, 이게 42가 추구하는 방향이고, 이 방향이 나름 잘 맞았다.
내가 사람들을 알려주고, 그 사람이 내가 설명한 것을 이해하고 코딩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10시에 클러스터에서 퇴근을 할 때 쯤이면 진이 전부 빠져서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잘 버텨서 Piscine을 잘 끝냈고, 이제부터 생각나는 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를 써보겠다.

42서울?

부모님이나, 개발과는 거리가 먼 친구들에게 소개 할 때는 그냥 정부 지원 받으면서 다니는 코딩 학교라고 소개를 한다. 실제로도 맞는 말
다른 여타 코딩 부트캠프들이 많지만 42서울만의 특징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1.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를 42서울에서는 3무 (교재, 교수, 학비가 없다) 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과제만 툭 던져주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2. 1번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동료학습이다. 다른 부트캠프를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42서울은 과제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가르쳐준다. 실제로도 잘 모르겠으면 옆의 사람한테, 그 사람도 모르겠으면 그 옆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3. 동료평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42서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한건 밑에 쓰겠다.

동료평가

동료평가가 뭐냐면 과제를 마친 사람이 자신의 과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다.

동료평가의 기본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자신이 푼 과제 코드에 대해서 평가자에게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하고, 이해시키지 못하거나 틀린 점이 발견되면 그 동료평가는 0점이다.
물론 이 과정 자체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없을 수가 없다. 당장 나의 경우에도 100점이 아닌데 동료평가 오류로 100점을 받아버린 (..) 사례가 있다.
또한 진도가 빠른 사람을 평가하러 진도가 느린 사람이 가면, 그 과제를 풀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그 사람이 설명한 것이 맞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물론 100% FM으로 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동료평가의 재밌는 점은 내가 다음 과제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동료평가를 받기 위해 포인트를 사용해야 하고, 포인트를 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동료평가 해야 한다.
이 점 때문에 과제를 못 푸는 사람이 있어도 다른 사람의 동료평가에 들어가서 그 사람이 짠 코드와 설명을 듣고 이해하기 때문에 실력도 늘고 결국 과제도 풀 수 있게 된다.

좋은 평가 받고 기분 좋아서 올린 스토리

뭘 배우나?

우선 La Piscine 초반에는 UNIX Shell 명령어와 스크립트들을 배운다. 나도 리눅스 환경에서 작업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셸 명령어들이 매우 낯설게 다가왔다. 첫 주차때 Shell 과제들을 하면서 "이걸 왜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엄청 하긴 했지만, 과제를 모두 끝내보니 생각보다 셸 스크립트 실력이 늘은 것을 느꼈다. 실제로 La Piscine이 끝나고 원래 하고 있던 프로젝트로 돌아왔는데, 많이 쓰는 명령어를 스크립트 파일로 만들어버리는 내 모습을 보고 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Shell 과제들이 끝나면 비로소 C언어 과제들이 나온다. 사실 Piscine 과정의 메인은 C언어인데, 코딩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시작할 때 배우는 C언어랑은 꽤 많은 차이가 있다. 그 흔한 printf() scanf() 는 꿈에도 못 꾼다. 그리고 과제를 조금만 진행하면 바로 문자열, 포인터, 재귀함수, DFS 등등 비전공자라면 너무 힘들 내용들이 나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Piscine을 마친 비전공자분들 진짜 대단하다..

나의 경우에는 C언어를 2018년 이후 3~4년만에 다시 잡았다. 처음에는 문법 기억이 안 나서 헤맸는데, Piscine이 끝난 지금은 다시 Python 코드가 낯설게 느껴진다. 과제를 하다 보면 C언어로 원래 구현되어있는 코드들을 거의 밑바닥부터 구현하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할 때는 몰랐지만 끝나고 나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과제를 차례대로 진행해 가면, 앞서 내가 구현했던 코드를 재사용하게 되는데 42에서 각 과제들의 난이도나 배치를 꽤나 고심해서 구성했다는 것을 느꼈다.

정확하게 어떤 문제를 풀고 어떤 것을 구현해야 하는지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하나 확실한 점은 제로 베이스로 La Piscine에 참여할 생각은 하면 안 된다. 최소한 코딩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갖고, C언어를 깨작깨작이라도 해봐야 시작할 수 있다.

Piscine은 곱셈이다. 0은 100배를 해도 0이다

스터디

앞서 말했듯이 42서울 5기는 코로나로 인해서 클러스터 출입을 격일제로 운영했다. 나는 1그룹이였기 때문에 월수토를 클러스터에 갔고, 화목에는 합정쪽에서 스터디를 했다. 첫 주차 때 슬랙에 스터디 모집 글이 올라와서 함께하게 됐다. 그렇게 모인 인원은 나 포함 4명이였는데, 이 사람들이랑 한달 내내 친하게 지냈다. 정말 그 사람들 덕분에 Piscine 잘 끝낸 것 같다. 아마 화목에 스터디가 없었으면 나는 그냥 집에서 누워서 아무것도 안 했을 거다.

여킴 아이석 잭정 예리킴

팀플

Piscine동안 매 주말마다 팀플을 하나씩 할 수 있다. 팀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1. Rush
  2. BSQ

Rush는 랜덤으로 팀 배정이 되고 BSQ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랑 팀을 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BSQ만 통과했고, Rush는 전부 다 통과하지 못했다.

이거에 대해서는 정말 할 얘기가 많은데, 특히 두 번째 Rush에 엄청난 시간을 쏟았는데 통과하지 못해서 현타가 심각하게 왔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개인과제 진도에도 한참 떨어져 있는데, 그 시간을 할애해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팀플을 실패한 점이 컸다. 그래서 마지막 Rush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지막 Rush와 BSQ는 기간도 겹치는 마지막 주였기 때문에, 그냥 BSQ 팀원과 BSQ에 올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말 다행히도 BSQ는 통과했다.

BSQ는 정말 재밌었다. 일단 내가 원하는 사람이랑 팀을 짰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잘 통했고, 무엇보다 잘하는 전공자분이어서 같이 과제 하기가 너무 수월했다. 마지막 주 일요일을 아침 10시부터 저녁 12시까지 Live Share를 켜놓고 하루종일 페어 코딩을 했는데, 결국엔 그 코드가 너무 느려서 아예 다 갈아엎었다.

나는 그 코드가 너무 느리다는 것을 깨닫고 마감 전날에 우리 팀원에게 코드를 갈아엎자고 얘기를 꺼냈는데 너무 고맙게도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사실 그렇게 결심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흔쾌히 그러자고 얘기를 해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렇게 BSQ 마감 전날 3시간 정도만 잠을 자고 1억 번 연산이 7분 걸리던 코드를 5초대로 줄이면서 과제 마감 1시간 전에 최종 제출을 했다.

드라마틱하게 빨라진 코드를 실행했을 때 느끼던 짜릿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개포동은 밥 먹기가 힘들다

La Piscine은 개포동역에 있는 개포디지털혁신파크 새롬관에서 한다. 근데 개포동역은 밥 먹을 곳이 상당히 애매하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그냥,, 애매하다. 서초 클러스터였으면 먹을게 많았을 텐데.. 2층에 있는 곱창집을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는데, 가려고 마음먹을 때마다 영업을 안 하셨다.. 😥

마무리

그래서 지금은 La Piscine이 끝나고 본 과정 합격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 한 달 동안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힘들긴 했지만 정말 즐거웠는데 끝날 때쯤에는 좀 아쉬웠다. 2주 정도만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상은 힘들어.. 나를 포함해서 나랑 친했던 사람들 전부 다 본 과정에 합격하고 지금 5기 2차를 하고 있는 친구도 합격해서 본 과정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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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ll see what I've become.

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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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1일

짹쩡님 멋있어용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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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1일

jaek 'the biggest square' jung 선생님.. 장문의 후기글 잘 읽고 갑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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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2일

짹정님,,, 덕분에 지옥같은 노미네이트 잘 해결했습니다 ㅜㅜ 고생하셨어요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