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101> 0. 전염병 역학 101을 시작하며

And ever shall be·2020년 9월 25일
5

역학 101

목록 보기
1/3

이번 코로나바이러스-19 판데믹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공개된 데이터가 많다보니,
이 데이터를 이용해 인사이트를 얻으려는 시도 역시 많이 보입니다.

참고) 캐글에서 COVID 19을 검색했을 때.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kaggle.com/allen-institute-for-ai/CORD-19-research-challenge/notebooks

이 시리즈는 전염병의 초기 패턴과 예측을 위해 필요한 역학적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분석가들이 질병 분석의 맥락을 좀 더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약사로서 대학병원과 약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에서
공중보건학 (보건경제학) 석사를 했습니다.

데린이 입장에서 그간 수많은 선배 데이터 분석가 분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저도 제가 나눌 수 있는 지식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어,
대학원 수업 중 가장 재미 있게 들었던, <전염병 역학> 수업의 내용을 8회에 걸쳐서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역학자는 뭘 하는 사람일까요?

질병관리청의 역학조사관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케이트 윈슬렛 같은 첩보요원 같은 모습이 떠오르더라구요.

저도 인디아나 존스같이 현장을 다니는 모습이라던지 (특히 그 모자랑 조끼), 백신을 개발, 접종하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사실 역학 프로그램 안에는 아래와 같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고, 세분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질병 예측 모델 만들기
-현장 파악하기
-현장 인터뷰 설문지 만들기 + 결과 정리
-실험실 내 병원체 연구
-새로운 병일 경우, 병원체나 증상 분석을 통해 유사한 종류의 병의 치료 프로토콜 도입하기

이렇게 역학자는 개인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팀 단위로 일을 하게 됩니다.
이 팀 안에서 예측 모델을 만들거나, 현장의 raw data를 통계처리하여 인사이트를 얻고 병의 종류,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 기여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질병관리청 인사담당자님, 보고 계신가요? 제가 여기 있습니다!)

역학자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직 감이 잘 안오시겠지만,
앞으로 남은 7회 동안 진행될 이 시리즈를 다 읽고 나면 좀 더 잘 이해되실 거에요.

앞으로 무엇을 이야기 할지 살펴볼까요?

  1. (현재글) 전염병 역학 101을 시작하며
  2. 이 병이 정말 전염병일까?
  3. 질병의 전염성을 측정하는 방법
  4. 전염성 측정방법 - 수식 위주의 설명 (개념만 보고 싶은 분은 스킵하세요)
  5. 전염병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까?
  6. 백신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1)
  7. 백신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2)
  8. 전염병 발발 상황 시뮬레이션 해보기

이 글에서는 전염병의 원인, 감염의 매커니즘, 감염의 과정, 왜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지에 대해 살짝 다룰테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전염병의 원인


그림과 같이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원생생물, 다세포생물이 전염병의 원인이 될수 있어요.

COVID-19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 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가 만들어 낸 병의 이름이에요.
한국어로 쓸 때는 병명을 코로나라고 보통 부르다 보니, 병과, 원인 물질인 바이러스의 이름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짚고 넘어갑니다.
(용어의 명확함을 위해 이 블로그에서는 앞으로 코로나 대신 COVID 19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겠습니다.)

이러한 원인물질들은 병의 발발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원인물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랍니다.
결핵과 같이 감염자의 15%만 증상이 나타나는 병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감염의 매커니즘

병원체에 감염이 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볼게요.
그러면 다음 단계는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나타나거나 (병에 걸림) 둘 중 하나일 거에요. COVID 19이나 결핵과 같이 무증상과 증상 사이를 왔다갔다 할 수도 있죠.

증상이 없는 사람은 그대로 완벽히 낫던지, 병에 따라서는 만성적인 감염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을거에요 (HIV를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거에요)

증상이 나타나서 병을 앓게 된 사람의 미래는 세가지에요.
완전히 낫는다 / 후유증이 남는다 / 죽는다 (무시무시하네요)

그래서 이렇게 감염이 되었으면
바로 병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양상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병의 '케이스'를 정의할 때 신중하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해요.

그냥 감염만 되어도 확진자로 판단하는 경우 (현재 COVID),
증상이 발현되었을때만 케이스로 판단하는 경우,
만성적 감염상태가 된 사람을 케이스로 판단하는 경우 등등 병의 특성마다 판단이 달라진딥니다.

COVID 초기 분석 데이터에서 혹시 CFR이라는 말을 보신 눈썰미 좋은 분이 계신가요?

CFR (Case-Fatality Ratio)는 이렇게 계산한답니다.

CFR = 사망자수 / 알려진 임상 결과가 있는 모든 케이스

이때 역시 케이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좋겠죠.
앞으로 저 말을 보시면 병의 치명률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감염의 과정

인플루엔자(플루, 유행성독감 등이라고도 하죠. 그냥 몸살감기랑 달라요)에 걸렸을 때 그 과정을 살펴볼까요?

참고로, 신종플루와 같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COVID 같은 RNA 바이러스가 맞지만, 바이러스의 모양이 다른, 그냥 다른 종류랍니다!
약국에서 본인이 코로나 걸린 것 같다고 타미플루 달라고 하신 분을 본 적 있었는데... 바로 보건소 가시라고 말씀드리면서도 사실이 아닌 루머 때문에 제때 맞는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어서 걱정되었답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COVID 19와 관련된 병리학적, 사회적 이슈의 팩트 체크 결과를 업데이트 하고 있으니, 헷갈리는 것이 있으면 확인해주세요.
http://ncov.mohw.go.kr/factBoardList.do?brdId=3&brdGubun=33


인큐베이션 피리어드(Incubation period)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순간부터 발열, 인후통 등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로, 한국어로는 ‘잠복기’라고 해요.
감염된 이후 전염력이 생길 때까지레이턴트 피리어드(Latent period)는 ‘잠재기’라고 부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전염력이 생겼다고 해서 임상적인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염력이 생긴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를 ‘서브클리니컬 인펙셔스 피리어드(Subclinical infectious period)’, 즉 무증상 감염기라고 합니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COVID 19 초기에 이 잠복기, 잠재기, 무증상 감염기라는 말이 혼용되어 사용되면서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었죠.

정리하면,

잠복기 - 병원체에 감염된 개인의 몸에서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재기 - 병원체 감염 이후 다른 사람에게 전염력이 생기기까지 (증상과는 상관 없이)
무증상 감염기 - 전염력이 생기고 나서 개인 몸에서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감염의 원인과 병은 다양합니다. 예시를 볼까요?

비말을 통한 감염 - 많은 호흡기 바이러스
Faecal-oral (분변이 입으로 들어간다는 뜻인데.. 직접 똥을 먹는다는게 아니라 분변에 든 병원체가 물 등을 오염시키고, 그 물을 섭취한 사람이 병에 걸린다는 말이에요) - 에볼라, 디프테리아 같은 병
중간 전달자에 의한 간접적 감염 (어려운 말로 벡터라고 합니다) - 모기를 통해 걸리는 말라리아 같은 병

왜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을까?

모든 전염성 병원체는 보유저장소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보유저장소 (Reservoir)란,
물과 같은 자연환경일수도 있고, 쥐 같이 동물일수도 있고,
사람일수도 있어요.

병원체가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존재를 숙주 (Host)라고도 합니다.

이상으로, 전염병 역학에 필요한 기본 개념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글에 나온 잠복기, 잠재기, 무증상 감염기, 치명률 등의 개념을 활용해서 새로 등장한 질병의 특성과, 감염 현상의 성질에 대해 알아볼거에요!

다음 글이 정말 중요하니,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 )
다음에 만나요! (제발!!)

As it was in the beginning,
is now,
and ever shall be

profile
숫자로 세상을 건강하고 다정하게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