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101> 2. 질병의 전염성을 측정하는 방법 (1)

And ever shall be·202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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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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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관련해서 데이터를 찾아보신 분들은, 이번 판데믹의 예측 모델들도 많이 보셨을거에요. 그럴 때 혼란스럽지 않으셨나요?

A 나라에서 내놓은 예측 모델은 다음 달까지 감염자 수가 10만명이 늘거라고 하는데, B 나라에서 내놓은 예측 모델에서는 같은 기간에 감염자 수가 100만명이 늘거라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도대체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이렇게 부정확할거면 모델은 왜 만드는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번 시간은 파블로 피카소가 한 아래의 말로 시작해보아요.

우리 모두는 예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예술은 우리의 이해 반경 안에 있는 진실을 깨닫도록 하는 거짓말이다"

이 말 속에 들어있는 <예술>을 오늘의 주제인 <모델>로 바꿔도 말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모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모델은 우리의 이해 반경 안에 있는 진실을 깨닫도록 하는 거짓말이다"

모델은 확률적 계산이고, 가상의 모형일 뿐임을 기억하면서,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싸한 미래를 예측해주는 모델을 올바로 해석하고, 만들기 위해 오늘의 포스팅을 읽어주세요.

COVID-19 모델 읽기


출처 : https://towardsdatascience.com/infectious-disease-modelling-beyond-the-basic-sir-model-216369c584c4

수많은 COVID-19 모델들은 위의 그림처럼 생겼을거에요. 뭔가 다른 색상의 그래프가 감소하고, 증가하는 패턴을 보면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죠?
그렇지만, 정말 이 그래프를 제대로 읽어내기엔, R0, SEIR 같은 말이 뭔지 몰라서 어려우실 거에요.

지금부터 R0가 뭔지, SEIR이 뭔지 두 편에 걸쳐 하나하나 설명해드릴게요.
어려운 개념이니, 이해되지 않더라도 너무나 당연한 거랍니다.
(조금 더 복잡한 수식은, 4. 질병의 전염성 수식 정리편 에 모아둘테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참조하세요.)
포스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이 그래프를 보면 좀 더 눈에 잘 들어올거에요.

전염력을 측정하는 방법, R0

기초감염재생산수 (Basic reproduction number), 또는 R0는 전염력의 정도를 측정하는 값이에요.
읽을 때는 <알 놋>(R naught)라고 읽더라구요. (아니 왜 알 제로가 아닌거죠...?)

R0은, 하나의 감염자 케이스를 통해 다음 감염자를 몇 명이나 만들어낼 지의 값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병의 R0값이 4라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평균적으로 4명의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는거죠. SARS의 R0 값이 4였다고 해요.

그럼 R0 값을 보면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 R0 <1 일때: 한 명의 감염자는 한 명보다 적은 수의 감염자를 만들어 낸다는 말이니 이 병은 점차 줄어들다가 사라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 R0 >= 1 일때: 한 명의 감염자로부터 하나 보다 더 많은 감염자를 만들어내면서, 사람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전염이 되고 유행병으로 번질수 있습니다.

R0를 계산할 때 중요한 점이 있어요.
R0은, 인구집단의 모두가 전부 질병에 걸릴수 있는 상태를 가정했을 때의 값이랍니다. 즉, 아래와 같이 모두가 면역력이 전혀 없고, 약이고 백신이고 하나도 없을 때를 가정한 상태에서 계산한 값이라는 거죠.

  • 아무도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
  • 아무도 전에 이 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이 없을 때
  • 질병의 확산을 막을 방법이 아무 것도 없을 때

하지만, COVID만 봐도 한번 걸렸던 사람은 항체가 생겨서 면역력이 생기기도 하고,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끼는 등 현실에서의 전염 상황은 R0값을 구할 때의 상황과 다르겠죠?
그래서 모델에서는 실제 현실을 반영해서 R0값에다 인구 집단 안에 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곱해서 사용한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R0가 시간에 따라 감소한다고 예측한 것은, 한번 걸렸다가 나은 사람들이 면역력이 생겨서, 인구 집단 안에 더 감염 시킬 사람의 수가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스크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보건조치 때문이겠죠.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면역력이 생기면, (병에 실제로 한번 걸렸던지, 아니면 백신을 맞았던지 해서) 사람과 사람간의 전파 고리가 끊어지니 R0가 감소한다(=병의 전염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네요!


출처:https://www.healthline.com/health/r-nought-reproduction-number#prevention

이 그림에서 볼거리는 R0가 10, 홍역은 R0가 18으로, 전염성이 무시무시하게 강한데, 한번 유행하면 영원히 돌지 않고 결국 사라집니다.

이것 역시 백신 덕분에 면역력이 생겼거나, 한번 이미 걸린 후로 면역력이 생긴 사람들이 많아서, R0(=전염력)이 금방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한동안 논란이 되었던, 집단면역에 대해 짚고 갑시다.

집단면역의 진실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에서 집단 면역을 통해 COVID에 대응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실험을 했다는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집단면역 (Herd immunity)는 어떤 사회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을 때, 전염의 속도가 늦어지고 결국은 전염이 멈추는 것을 활용한 것입니다.

결국 박테리아고, 바이러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를 통한 것이다보니, 누군가가 면역력이 있다면 그 전파의 흐름이 끊어져버리겠죠.

이 현상 덕분에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 혹은 백신을 맞았어도 면역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어요.

노인, 영유아, 어린이, 임산부, 면역계 질환자 같은 사람들이 그래서 백신을 맞더라도, 질병에 걸리지 않게 되는거죠.

그런데, 백신도 나오지 않고 치료제도 없는 이번 신종 전염병에 집단면역을 적용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현재 COVID의 면역력을 얻을 방법은 오로지 한번 걸렸다가 낫는 것 뿐이죠.
(걸린 사람의 혈액에서 항체를 정제해낸 주사를 맞을수도 있지만, 윤리적 문제와 비용 때문에 국가에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우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집단면역 정책의 요지는 질병 확산에 대한 별다른 조치 없이 일단 인구집단의 일부 이상이 걸릴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인데요.
그 효과는 한참 시간이 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COVID에 걸렸다 나으면서 항체가 생겼을 때야 나타나겠네요.

하지만 그러는 동안 노인들처럼 집단면역의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대상들이 이미 다 걸려있을거에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정책이랍니까...
완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이야기죠.

집단면역을 통한 해결이라는 정책은 이렇게 집단면역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 웃지못할 사건이었습니다.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안아키나, 영미권의 Anti-Vaxer 들처럼 백신이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많으니 나는 우리 아이에게 백신을 놔주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들 역시 본인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다른 백신 맞은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그림처럼요.

출처: https://redpenblackpen.tumblr.com/

(우산 안쓰고도 비 안 맞고 있는 사람이 하는 말
: 여어 난 비가 오는지 전혀 모르겠눈뒈? 왜 또 이러는거야? 다들 바보 같은 우산 좀 치워봐. 우산은 너네 팔에 나쁘다고!)

COVID-19의 R0은 얼마일까?

그럼 R0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 COVID-19의 R0값을 알아볼까요.
아직도 R0값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7월에 업데이트된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https://wwwnc.cdc.gov/eid/article/26/7/20-0282_article) 에 의하면 중앙값 5.7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아무도 COVID에 대해 면역력이 없고, 전파를 막는 방법이 없는 환경이라면 한 명의 확진자가 5-6명에게 전파를 시킬 수 있다는 뜻이죠.

R0가 5.7이라면,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선 82%의 인구가 COVID-19에 대해 백신을 맞던지 이미 걸려서 면역력을 갖춰야 해요.
(계산법은 4편을 참조해주세요.)

백신은 없고, 한국인 5천만명중에 82%인 4100만명에게 병에 걸리라는건 말이 안되니, 집단면역으론 이 병을 컨트롤 할수가 없겠네요.

그러면 어떻게 이 병을 컨트롤 할까요?
그 답도, R0 안에 있습니다.

R0 구하기, 그리고 방역에 적용하기

R0를 구하기 위해 고려할 요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 시간당 확진자와 일반인의 접촉 수
  • 전염성의 지속 기간
  • 한번의 접촉 때 전염이 될 확률

위의 세가지 값을 다 곱한 것이 R0이 된답니다.
각각의 항목을 줄이면 R0을 값이 줄어들겠죠.

시간당 (보통 1일로 잡습니다) 확진자가 일반인과 접촉하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확진자를 격리하여 접촉 기회를 줄여주면 될 것입니다.

전염성의 지속기간은 각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 예를 들면 인플루엔자의 경우 성인보다 아이의 몸에서 전염력을 띄는 기간이 더 길다고 해요.
병의 특성이 잘 알려져 있다면, 더 전염력이 좋은 집단을 우선적으로 격리하거나, 치료할 수 있겠죠.
COVID는 전파력이 워낙 빠르고, 아직까지 병의 생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감염자와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격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한번의 접촉을 통해 전염이 될 확률은, 개인이 보호장비를 사용하면 줄어들 수 있어요. 병원에 있는 의료진은 마스크, 장갑, 가운 등으로, 그리고 일반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통해서 말이죠.

이렇게, 확진자 격리, 감염경로 추적, 마스크 착용이라는 현재의 세가지 방역 전략 역시 R0을 통해 나온 개념이랍니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한 것

질병의 전염성을 판단하는 기준 R0의 뜻,
집단면역의 개념,
R0는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알아보았어요.

다음 시간에는 좀 더 모델링에 다가갈 수 있도록,
SIR, SIER, SIRS 구획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다시한번, 이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면,
여러분은 정상인입니다.
저의 부족한 내공을 탓하시면 됩니다.

다음 시간까지 보시면 좀 더 잘 이해되실 것이라는 공수표를 날리며,
또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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