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의 본질, 증서(證書) (Part 1/4)

taeheeyoon·2022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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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chain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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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안녕하세요.

2002년 방영되었던 "야인시대"는 몽골에서 시청률이 80%까지 나올 정도로 큰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김두한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모는 몽골 대통령으로부터 5,000평이나 되는 땅을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재모는 토지 문서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 현재 토지의 소유권 증명을 할 수 없어졌고, 이를 엄청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선물한 것인데도 종이로 된 문서가 없어 소유권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건 얼마나 슬픈일일까요? 지금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NFT라는 것이 등장했는데요. NFT를 이해하기 앞서 토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토큰을 이해하기 앞서 증서(證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증서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간단히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문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 또는, 권리·의무 관계를 증명한 문서. 권서(券書). 권장(券狀). 증권(證券). 증문(證文). 증장(證狀). 순화어는 `증거 문서'.

역사 속의 증서

1. 금과 금보관증

앞서 작성한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화폐인가? 의 신용화폐 부분에서 잠깐 이 내용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 글에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현재 흔히 사용되고 있는 지폐의 기원은 흔히 알려진 바로는 중세 영국의 금세공업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 금은 화폐와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상에서 매우 귀중한 요소였기 때문에, 금세공업자들은 수많은 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크고 튼튼한 금고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상인과 부자는 본인이 직접 금을 보관 및 관리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안전한 금고가 있는 금세공업자에게 보관료를 지불하고 금을 보관했습니다. 금을 금세공업자에게 맡기면 금세공업자는 '보관증'이라는 증서를 발행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금보관증을 제시하면 언제든지 보관하고 있던 금을 되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상인들은 무역 거래에서 물품의 거래 댓가로 금과 물품을 교환했는데, 이 방식은 상당히 불편하고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금을 직접 대금으로 지불하는 대신 금 보관증 자체를 대금 지불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금 보관증을 제시하면 언제든지 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을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방식 대신 거래가 편한 금 보관증으로 거래를 하는 방식이 점점 보편화 되었습니다.


1761년 12월 15일자 William Thompson의 계좌, Francis Child Esqr & Co에 금 20파운드의 예금에 대한 영수증

이렇게되자 금은 더 이상 유통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금세공업자의 금고에 보관되고, 대신 금 보관증이 화폐처럼 통용되었습니다. 이 금보관증에 나중에 지폐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금보관증은 처음에는 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확약해 주는 순수한 보관증 용도였지만, 제시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유가증권처럼 간주되었습니다.

거래 대금으로 사용됐던 금이 금 보관증을 거쳐 현재의 지폐로 발전된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금 직접거래금 보관증금본위제신용화폐
금을 거래 대금으로 직접 활용금 대신 금 보관증을 화폐처럼 사용금을 기초 자산으로 하여 화폐 발행중앙정부라는 강력한 신뢰 기관을 기반으로 지폐 발행

2. 동인도 회사와 주식

중세 유럽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로부터 들여온 향신료는 유럽을 열광시켰습니다. 음식의 맛과 풍미를 높여주는 향신료는 매우 귀한 음식 재료이자 사치품이였습니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향신료를 들려오던 실크로드가 막히게 되었습니다. 이 계기로 향신료를 얻기 위해 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가 발견되었고 본격적인 대항해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당시 나무로 만든 범선을 타고 대서양과 인도양을 건너 아시아로부터 향신료를 수입해온다는 것은 엄청난 돈과 시간이 소요됬으며 심지어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신료를 들여올 경우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아이디어가 생겨났습니다.

너무나 많은 재정 투입과 큰 위험 부담으로 초기에는 왕실이 주도하거나 일부 부유 귀족을 통해서만 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막대한 재정을 충당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책임이나 추궁으로부터 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왕실의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한 선제적 신항로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
- 왕실과 소수 귀족 자본
- 투자자에 리스크 집중
- 소액투자자의 투자 장벽
- 다수의 민간 자본
- 투자자의 리스크 분산
- 소액투자자 투자 장벽 해소

반면, 당시 네덜란드는 중앙 집권 국가가 아닌 연방제 국가 형태였고 스페인과의 독립전쟁으로 재정이 거의 바닥 난 상황이였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처럼 중앙정부 단위 대규모 선단을 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였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경쟁에서도 크게 뒤쳐진 상황이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것이였습니다. 민간 개개인이 출자하는 자본 규모는 별 볼 일 없지만, 수많은 민간인이 투자하자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이에 네덜란드 정부도 민간에게 다양한 특혜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민간 자본의 참여를 독려하였습니다.

주식회사의 탄생

네덜란드에서는 민간인과 여러 개의 회사를 하나로 통합한 동인도회사가 설립됐고, 본격적으로 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민간자본을 끌어 모은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민간인 각자가 출자한 자금에 따라 나중에 받을 수익을 어떻게 보장하고, 어떻게 수익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인도 회사에서는 종이에 출자한 자금과 소유권을 글자로 기입하고 하단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라는 직인을 찍어 증서를 발행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주식과 주식회사의 시작입니다.


1606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주권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출항한 선단이 돌아오기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항해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었습니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 중에는 급전이 필요하여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사람도 있었고, 조만간 후추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정보를 취득하여 웃돈을 주고서라도 다른 사람의 주식을 매입하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식을 거래한다는 개념이 생겨났고, 이를 제도화하여 역사상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네덜란드에 세워졌습니다.

주식을 거래한다는 것은 주식 증서에 담긴 권리를 이전한다는 의미입니다. 주식은 처음에는 투자 지분을 증명하고 투자 수익을 보장받기 위한 증서 정도의 용도였지만, 나중에 주식을 서로 사고팔게 되면서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도 얻게 되었습니다. 훗날 영국은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를 벤치마킹하여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대규모 재정이 필요하고 큰 위험 부담이 있는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다양한 민간자본을 유치했다고 가정했을 때 해결해야 될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회사를 지분에 따라 어떻게 쪼갤 수 있을까?
  • 투자자의 지분과 권리를 어떻게 증명하고 표현할까?
  • 투자자가 그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총 자본금이 100만원인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고자 할 때, 한 사람이 충당하기에는 너무 큰 규모이기 때문에 A,B,C로부터 각각 40만원, 40만원, 20만원을 투자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먼저 A,B,C는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회사의 주인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A,B,C가 투자한 것을 어떻게 증명하고 투자한 지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문제가 생깁니다. 중앙기관에서 장부를 작성해서 기록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장부의 위변조 가능성과 장부를 누가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럴 경우 권리를 마음대로 사고 파는 데도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먼저 A,B,C가 투자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는지 살펴보면, 문서상에 금액과 주주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내용을 기록하여 주권(株券)이라는 증서를 만들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A,B,C가 각각 어느 정도의 지분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고 표현할까요? 액면가를 10만원으로 하는 주권을 10장 발행해서 A,B,C에게 각각 4장, 4장, 2장을 발급해 주면 해결 될 것입니다.

3. 토지와 전답문서

고려 후기의 가장 큰 폐해이자 문제점은 권문세족이 대부분의 알짜배기 땅을 사유지로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였습니다. 위화도 화군을 통해 정권을 잡은 신진사대부들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몰수하여 이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몰수할 수 있었을까요? 보통 '몰수'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점유한 물건을 빼앗아 들고 가버리면됩니다. 하지만 토지는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빼앗아 들고 갈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신진사대부들은 권문세족의 토지 문서를 모두 모아서 개경 시내 한복판에서 모두 불태워버렸습니다. 토지는 물리적으로 직접 몰수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그 소유 권리가 기입된 토지 문서를 모두 불태워버리는 것이 토지를 몰수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나라 안의 모든 토지문서가 불태워졌다. <드라마 정도전 35화 중>

일반적으로 휴대와 이동이 가능한 물건은 점유를 통해서 소유권을 보장받습니다. 그런데 토지는 크기도 크고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토지를 들고 가서 건네는 방식으로는 거래나 매매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토지의 소유와 매매는 오래 전부터 그 소유권리를 문서에 기입하고 그 증서로 대신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토지에 대한 소유 문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땅을 소유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권문세족의 사유지 문서를 모두 불태웠다는 것은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사라졌다는 것이며 이는 더 이상 해당 사유지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조선시대 토기 매매 계약서

이렇게 예전부터 땅에 대한 소유 권리는 문서 형태를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소유 권리를 지닌 문서가 사라지거나 빼앗기면 바로 땅에 대한 소유 권리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3가지 사례 요약

앞서 증서를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 속에서 증서와 관련된 3가지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3가지 사례를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문서(증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 기초 자산이나 기반이 되는 무엇이 존재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발행됩니다.
  2. 기초(기반)가 되는 무언가를 현실에서 그대로 활용하기 불편하거나 무언가의 권리를 표현하기 어려울 때 증서를 만듭니다.
    • 금 보관증(지폐) : 금을 거래 대금으로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불편하고 위험해서 대신 금 보관증을 거래에 사용
    • 주식 : 동인도 회사 자본금을 한 개인이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를 논리적인 형태인 주식으로 쪼갬
    • 전답 문서 : 물건과 달리 토지는 이전과 점유가 불가능하여 소유권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대신 문서를 이용하여 소유 권리를 주장

금은 거래에 직접 활용하기 어려워 금 보관증이라는 것을 화폐처럼 사용했고, 대규모 동인도 회사는 물리적으로 쪼개기 어려워 대신 주식이라는 단위로 쪼갰으며, 주주의 존재 증명 및 권리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 주식으로 발행하여 교부하였습니다. 또한, 토지는 이동이 불가능하여 소유권을 이전하기 어려울 때 토지 문서를 통해 소유권을 쉽게 이전하였습니다.

금, 동인도 회사, 토지 등의 기초 자산은 그대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거래를 처리하는 방안으로 바로 이런 증서가 활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앞서 증서 관련 3가지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다음 글에서는 증서가 무엇인지 개념적으로 정리해보고, 왜 증서를 사용하는지, 그 증서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증서가 형태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조선시대는 토지를 어떻게 매매했을까?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정도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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