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개발캠프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한 달 이상 과제 걱정이나 취업 걱정 없이 코딩에만 몰입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대단한 것을 우수수 배워서 캠프가 끝나면 갑자기 내가 슈퍼 개발자가 되어 있는건가? 싶었는데 한 달쯤 되니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신에 팀원들과 매일매일 고민을 나누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강제적인 목적에 의한 코딩이 아니라 하고싶은 개발을 하고싶은 만큼 하다보니 흥미를 되찾은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는걸 죽어도 싫어하는 나인데 심지어 공부를 하러 오는건데도 출근길이 마냥 괴롭지 않았다.
겨우겨우 Spring 조금 공부해본 내가 캠프에 와서 부랴부랴 Spring boot를 공부하고 Spring security와 Spring cloud gateway까지 다뤄게 될 줄은 몰랐지만 처음 프레임워크 선택할 때 큰맘먹고 강행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보니 좀 더 나은 프레임 워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알게 된 이상 적용해야겠고.. 욕심을 부리기도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마음껏 욕심을 부려 새로운 걸 하루종일 붙잡고 공부하면서 동시에 적용시켜볼 수 있을까 싶다. 출퇴근이라는 최소한의 강제성과 팀원들에게 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부담감, 그리고 하고 싶은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자유가 있어서 혼자 집에서 했다면 기약이 없었을 공부를 한 달 동안 밀도있게 할 수 있었다.
이외의 가장 큰 소득으로는 정리하는 습관을 꼽고 싶다. 한 달전까지만 해도 손에 잡히는대로 일을 처리하고, 새로 습득한 지식도 한 번 이해하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었다. 정리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고 팀원들끼리 공유를 위해 필수적으로 정리가 필요하기도 해서 자신은 없어도 나름대로 정리를 시작해보았는데, 일단 해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재미를 발견했다. 자아성찰스러운 정리도 다 해보고..캠프에서는 오글거려서 숨겨두었던 내면을 자꾸 끄집어내려고 하는데 그걸 스무명이 다 같이 해야하니 자연스레 꺼내서 서로 얘기까지도 나눌 수 있었다. 아무튼 티스토리, 노션, 깃헙, 트렐로, 잔디 등 정리를 위해 사용하는 툴도 어느새 많아졌다. 물론 아직은 코딩을 하는 도중에 생긴 문제와 해결방식, 내가 쓴 코드 설명 등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정리를 먼저 하고 개발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당장 한 주의 할 일을 정하고 나면 마음이 급해 일단 이것부터 해치우자!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첫 목표로 잡았던 다른사람의 정리보다 공식문서 직접 보고 코딩하기. 는 반정도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정리가 한 개 읽는 데에 1만큼 걸리고 완전히 이해하려면 그걸 5개 봐야 한다면, 공식 문서는 한 개만 읽으면 되지만 5만큼 걸리는 느낌이다 ㅎㅎ.. 특히 스프링 클라우드 게이트웨이가 한국 문서가 별로 없어서 공식 문서를 많이 보게 되었다. 서칭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 것 같아 아깝기도 하지만 되돌아보면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달은 그리는 동시에 채색까지 하려고 했다면 이번 달은 좀 더 큰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채워나가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 같다.
4주 뒤라고 지금보다 월등히 뛰어난 코딩 실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서버개발캠프가 끝날 때 쯤에는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며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캠프를 다니기 전에 느껴왔던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른다는 두려움'은 덜할 것 같다. 개발에 대한 흥미가 너무 빨리 불타고 식어버릴까 걱정도 했는데 캠프를 통해 적절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꾸준히 개발할 줄 아는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4주 뒤에는 슈퍼 개발자는 아니여도 구를 정신부터 다져진 성숙한 개발자(...)가 되어 있기를.. 사소한 문제로 5시간 삽질해도 억울함보다는 가치를 느끼는 성숙한 내가 되기를(.....,). 우리 팀원들에게 듬직한 팀원으로 기억 될 수 있기를(..........)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