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30대 처럼 농담 하지 말라고 했다. "근데 친구야. 우리 이제 진짜 30대야."

준삼촌·2024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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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다.

취업 성공

폭풍 같은 한 해가 지났다. 하던 일 그만두고 개발자 한다던 아들은 정말 개발자로 취업했다. 엄마와 아빠는 풍악을 울렸고, 누나들은 서울에 공짜 숙소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모두가 웃는데 나는 되려 걱정이 많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 30대에 접어든 나.

바뀐건 없다

2023년 계획 : 공부하고 협업하고 개발한다.
2024년 계획 : 공부하고 협업하고 개발한다.

전년에도 신년에도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거창한 목표들에 얽매이지 말고, 매 사건에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말기. 너무 단단한 계획은 부서지기 마련, 유연하고 융통성있게 사고하기. 차분히 우직하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태도와 습관이 길을 만든다.

취업 전, 가장 나를 곤란하게 했던 질문

어떤 도메인에 가고 싶어요?

시니어 개발자님께 멘토링을 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위와 같은 질문을 주셨다.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대답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취업 혹한기다. 신입 개발자 갈 곳 없다. 들여다 보내주는 곳에는 그냥 무조건 들어가야 된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기술만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하면 카멜레온 처럼 적응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사실 울타리에 나를 가둔건 나 자신이다.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서류와 면접에서 "내가 당신이 원하는 바로 그 끝내주는 사람이다" 라고 어필한다?...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고민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믿음은 어디서 나오나?

비전공자 개발자 취준생이라면 한 번 쯤은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문제, 바로 믿음이다. 종교적 믿음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성적인, 아주 차가운 이성에서 비롯한 믿음에 관한 것이다. 지금껏 내가 왜 객관적으로 부족한지 질문해 왔다면, 이제는 왜 내가 왜 객관적으로 훌륭한지 질문해 보자. 물론 균형이 중요하다. 전자의 질문에 치중하면 비관주의자가 될 것이고, 후자의 질문에 치중하면 비대한 자아로 똘똘 뭉친 나르시스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비관주의자가 되는 것이 나르시스트가 되는 것 보다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향을 나르시즘 쪽으로 잡는게 밸런스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한국은 치열한 경쟁 사회고, 둘째로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우리를 비교 문화에 노출 시키며, 이러한 환경에 놓인 개개인이 자신을 사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기 객관화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하자. 사랑은 믿음이 되고 믿음은 자신감이 된다. 앞의 과정이 끝났다면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을 잘 드러내고 있는지 확인하자. 모든 것이 끝났다면 (물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는 완성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이제 나는 아더이고, 나의 서류는 엑스칼리버다. 그러나...

운칠기삼

운이 7할이고 기세가 3할이라는 말이다. 내가 조니 뎁이라도 상대방이 크리스 햄스워스 같은 마초 스타일을 좋아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거절 당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당신이 조니 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조니 뎁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있다. 나 같은 비전공자 배불뚝이 30대 삼촌을 좋아한 회사가 있었듯이...

디지털 트윈

마침 회사 얘기가 나왔으니, 이번에 취업 한 곳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자체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서울에 있다. 현실에서 주기적으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상 세계에 동기화 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가상에 영향을 미치고, 가상의 시뮬레이션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둘은 둘이기도 하고 하나이기도 하다.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 학과의 최재홍 교수님께서는 가상과 현실이 서로를 돕는다는 점에서 디지털 트윈(Twin)이라는 용어 보다는 디지털 페어(Pair) 라는 용어가 더 어울린다고 말씀 하셨다. 트윈은 개발자의 손에서 태어난 "쌍둥이 세계"라는 관점에서 어울리고, "협업하다" 라는 동사적인 측면에서는 페어라는 워딩도 썩 괜찮은 듯 하다. 자율주행, 건축, 버추얼 산업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고, 이 중 어떤 사업에 적용되냐에 따라 내가 프론트엔드로 수행해야하는 업무의 성격도 정해질 것 같다. 아주 흥미롭다. 다만 공부할 게 많아서 걱정이다.

공부와 절대시간

공부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많이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오래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라는 말 들어 보았을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샌드위치 1개를 만들어 본 사람과 샌드위치 100개를 만들어 본 사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과연 코딩이라고 다를까? 사실 필자의 경우 객관적으로 돌머리고,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노력해야 지식이 머리 속에 자리잡는다. 천재 타입이 아닌 나 같은 사람은 결국 노력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내세울 수 있는 거라고는 체력과 끈기, 그리고 집요함인데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다만 개발자로 오래 일하려면 건강 관리 잘 해야 한다. 장염 걸려서 새벽 온종일 토하고, 응급실 가서 링거 맞고, 오후에 프로젝트 하러 갔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끔찍하다. 건강 챙기자.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길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몸 건강, 마음 건강 챙기자. 행복한 사람이 주변도 행복하게 만든다.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협업 능력 아닌가. 자신에게 사랑을 듬뿍 주자. 사랑이 없다면 나눌 사랑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 많은 개발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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