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느낀다면

김주형·2022년 3월 27일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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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공부를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간신히 버텨왔던 나의 돈도 떨어졌고,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부담드리기 싫어
공사장에 출근하여 육체노동을 시작한지 1달이 되었다.

많은 시간과 돈을 썼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의 학습속도는 느린 것 같아 불안하다.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집중하려고 했던 모습조차 육체적인 피로 때문에 많이 줄어들어서
위기감을 느낀다.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처음엔 열심히 불타올라 닥치는 대로 했지만
여러 삽질과 시행착오가 많은 시간을 소모했고
그 이후 사소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기대한 것과 달리 끝없이 방대한 학습량에
의지가 흔들리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이렇게까지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진지하고 빈도 높게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대체 어째서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가?"
오전 4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다가 버스를 타고 공사장으로 출근해서 육체 노동을 하고
집에 와서 다시 잠들 때까지 지친 몸을 이끌고 고통을 견디며
이해가 안 되어도 온라인 강의와 책을 계속 시청하거나 읽어가며 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
"대체 이렇게까지 집요할 이유가 무엇인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내가 처음 소프트웨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건 우연한 계기로 뉴스를 통해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발견해서였다.
당시 음식점 창업을 꿈꾸며 식당에서 일하던 나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큰 사건이었다.
2개월만에 매출 감소를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상황을 변화시켜보려 노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던 일 중 하나가
조금씩 뉴스를 보는 것이었고,
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짤 때
훨씬 큰 규모로 사회적 기여를 실현하는 사람들을 뉴스에서 보며 처음으로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그 이후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 서비스 시장 규모의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는 나에게 너무 멋지고 매력적인 기술이었다.
식당을 그만둔 이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아까웠던 생각에,
곧바로 국비지원 교육을 신청해서 집과 가까운 곳에 등록했지만 쉽지 않았다.
첫번째 강사님은 자바의 문법만을 소개하고 나서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며 떠나갔고,
두번째 강사님은 파이썬과 오라클을 가르치시다 여러 이유로 수업을 못 따라가는 수강생들을 지도하다가 진도 조절 실패하시고
세번째 강사님은 JSP를 가르치시다 환경설정을 못 해주어서 수강생들이 많이 떠나가더니,
전에 다니던 회사의 이야기를 내내 하다가 프린트를 주고 외우면 시험에 합격시켜주겠다고 했다.

인내에 한계를 느낀 나는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다른 경로를 계속 찾게 되었고
대표적으로 책, 인프런을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은 Nextstep의 클린코드, TDD 과정, 오브젝트, 클린코드, TDD를 흥미롭게 읽어가면서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기반들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진보적인 아키텍처
  • 클린 코드, 디자인 패턴, 도메인 주도 설계
  • 린(Lean) 개발 원칙들
  • 장애 극복 패턴
  • 지속적인 배포
  • Web, Http, REST...

인프런에서 기존의 유명한 스프링, JPA 로드맵을 완강하지 못하던 중이라서 많이 혼란스럽다.
결제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전체 강의 중 1/3 정도밖에 이해 못 했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것보다 빨리 전체 로드맵 싸이클을 돌리려던 욕심이
이런 결과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2가지 선택지가 남아있다.
1. 코딩은 나에게 적성에 맞지 않다. 다시 육체노동 or 다른 적성을 찾으러..
2. 하면 된다. 내가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유는 아주 확고하다.
지금 포기한다면 어떤 일도 못할 것이다. 이 암흑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다.

나의 가슴은 2를 선택하고 싶지만, 나의 머리는 의심을 한다.
내가 정말 객관적인건가? 어리석음으로 스스로를 깊은 늪에 몰아넣는건가? 변화가 필요한 신호는 아닌걸까? 라는 의심이 들고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간 뒤에 공사장에 다녀와야하고 조금 잤다가 2를 선택해서 다시 이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겐 2를 통해 원하는 모습이 되어야하는 이유가 아주 확실하다.

  • 나는 어릴 적 적성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공부할 기회를 놓쳤었다. 이후 생계를 위해 단순히 육체 노동을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품고 지냈었다.

    • 육체 노동과 저축만이 나의 남은 인생동안 해야할 일인건가?
    • 더 높은 목표로 나의 역량과 잠재성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순 없을까?
  •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전부 전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있는 명확한 목표를 찾고 있었다.

    • 되도록 사회적으로 쓸모있고 유능한 사람이 되어 기여하고, 가능하다면 기술 혁신을 이뤄내는 엔지니어가 되는 것
    • 꼭 엄청난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충분히 좋다는 것
    • 이미 존재하는 것과 비교하여 얼마나 유용한지 검증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것
  • 이 모든 것의 동작 이유는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 미래에 나의 아이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희망을 주는 것.
    •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거나.. 자신이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에도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면 결국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인식하도록 해주는 것
    • 나처럼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며 버티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희망을 제공한다면 영향을 끼치는만큼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 그것을 위해 나의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헌신하는 것
    • 심지어 소프트웨어는 멋진 기술이다!

    혼자 백엔드 ERD를 설계해서 구현하고 서버를 배포하고 서비스를 런칭하는
    다른 뛰어난 인재들에 비해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나에게는 아주 근본적인 강점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을 하는 이유. 노력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
    몸과 정신이 극단적으로 피로한 상황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가 있다.
    당연할수록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하다면 두려움을 느끼더라도 해야만 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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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스러움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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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6일

우공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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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9일

멋있어보이니까 시작했다니 어휴 못살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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