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사실 새해가 밝은지는 이틀은 더 지났다. 오늘은 25년 1월 3일이다. 매년 늘 그렇듯 새해만 되면 왜 이렇게 의욕이 넘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1일부터 시작한건 아니라서 아직 작심삼일이라고 부르기엔 이틀 남았다.
나는 건축을 전공했다. 사실 건축이 적성에 맞았다. 현장일도 힘들지만 재밌었고, 굳이 힘들다고 하면 그냥 일하는게 힘들었지 일 자체에 있어서는 스트레스 받은게 없었다. 일에 지쳐 건축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뭐 하고싶은지 찾아보겠다는 핑계를 대며 거의 1년을 놀았다. 한심했다. 모아놓은 돈은 점점 떨어져가고 나태함과 무기력함만이 남아있었다. 뭐라도 해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부트캠프를 시작해봤다. 뭐라도 해본거다. 사실 그땐 다들 개발을 하니까 나도 한번 맛좀 봐볼까 하는 마음이 컸다. 해보고 나랑 맞으면 계속 공부하고 아니면 다시 다른일을 찾아봐야하니까.
5개월 정도 부트캠프를 해보면서 느낀 결과 개발은 나랑 안맞더라. 다들 막힌 문제를 이틀 삼일씩 밤새서 해결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던데 나는 그런거 없었다. 그냥 다음에 또 이런 문제가 생겨서 몇일 밤샐 걱정만 하고 있더라. 마지막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너무 하기 싫더라. 그래서 부트캠프가 끝나고 바로 목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서 수술 끝나고 안정기를 가지는 동안 뭘 하고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내가 뭘 좋아하더라. 아 나는 요리하는걸 좋아했다. 그래서 요리를 좀 해보고 싶더라. 학원도 다니고 일자리도 찾아봤다. 근데 이게 웬걸. 요리는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보니까 급여가 그냥 바닥을 긴다. 어떻게 이 시간을 일하면서 저 급여를 받고 일을 할까. 하지만 나는 선택지가 없었다. 뭐라도 해봐야했다. 그래서 일을 시작했다. 집앞에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일을 배웠다. 처음해보는 주방일은 생각보다 더 정신없었다. 칼질이 느려 한소리먹고, 동선이 나빠 한소리먹고, 음식을 태워 한소리먹고. 아마 나는 오래 살거다. 여기서 욕이란 욕은 잔뜩 먹었으니. 한 반년 일하니까 사무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더라. 물론 힘들어서는 아니다. 재밌었다. 근데 월급도 너무 적고 인상률도 매우 낮았다. 게다가 2월에 폐점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만뒀다. 사람들도 재밌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좀 아쉽긴 하지만 더 늦기전에 다시 공부하면서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솔직히 난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잘 모르겠다. 남이 보면 이거 좀 하고 그만두고 저거 좀 하고 그만두고 줏대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라 반박은 못하겠다. 실제로 이거 저거 다 해보고 있으니까. 물론 내가 다음에 할 일을 얼마나 할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 이번에 뭘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냥 생각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사람인 뒤져보니까 오픽은 당연한거고 SQL을 다룰줄 아는 사람을 뽑는 곳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래서 그냥 시간 보낼바엔 SQL이라도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오늘부터 시작했다.
25년 새해다. 내 목표는 3월안에 어디든 취업하는 거다. 작은 회사여도 괜찮다. 경력을 쌓고 그보다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하면 되니까.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