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온 지 1년 5개월이 다 되어간다.
한국생활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자 했던 나의 결정이다.
30이 넘은 나이에 가족, 친구 남자친구도 뒤로 한 채 그렇게 벤쿠버로 왔다.
벤쿠버의 생활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여유롭다.
그리고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면 여기는 한국처럼 밤문화가 발달하지도 않았고, 직장이 중심이 되는 사회도 아니며,
그 무엇보다도 'family oriented'가 핵심인 문화를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30분동안 버스가 안와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푹설 후 제설작업이 없어도 잔뜩 쌓인 눈속에서 행복해하며,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이곳이 재미없고 답답하다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와서 생각했다.
결혼을 한 뒤 아이를 키운다면 무한경쟁과 돈, 성적만이 아이들의 가치를 뒤흔드는 한국이 아니라 이곳에서 양육하고 싶다고.. 물론 이곳에 사는 학생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올바른 세계관을 가진 그런 자녀로 키우고 싶다고.
정착하기까지 해야할 것도, 해내야 할일도, 견뎌야 할 상황도 많겠지만 여기까지 인도하신 선하신 그분의 뜻을 믿으며 한걸음 한걸음 나가가는 것. 평안과 기쁨, 감사를 잃지 않는 삶을 지키는 것. 이 또한 내가 할 일이지 않나 싶다.
지금은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취업 전엔 참 힘들었던 거 같다.
왜냐면 북미권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고 해외경력도 없었으며, 외국인의 신분으로 IT쪽에는 한 사람도 연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다가 넘어왔지만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낮았기에 심적으로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니 참 바쁘게 살았던 거 같은데, 개발도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는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되는 시점에 도달해버렸다.
25년을 3주 앞둔 지금, 자나깨나 내 걱정인 엄마, 부족한 실력이지만 잘하고 있다며 응원해주는 동료들, 여전히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팔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차만큼 내 몫을 해내고 싶은 나의 의지가 마음을 다잡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