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20년에도 한 번 회고록을 써보려고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퀄리티 높은 회고록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글을 써볼 수 있을까 하며 지레 겁먹으며 그냥 없었던 일 것처럼 넘어갔다. 올해는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나도 한번 회고록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무지함이 두려웠다. 나의 무지함이 두려워서 스터디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나의 무지함이 스터디를 하면서 들통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스터디를 같이 하자고 제안이 왔을때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었다. 그런 두려움에 빠져 있을 시절, 평소에 내가 활동하고있는 개발자 오픈채팅방에 계시는 어떤 한 분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스터디라는게 서로 모르는 것을 배우고 잘 아는것은 공유하며 서로 성장해가는 것이 목적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남에게 배울줄 아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잘 아는것은 남에게 공유해주는 것이 좋은 자세다. 내가 잘 알고 있는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남들 보다 먼저 해보았기 때문이다.
그 분은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일수도 있지만 당시 내 상황에 잘 맞아떨어지는 것인지 몰라도 무엇인가 가슴 깊속을 후벼파는 말이었다.
2021년은 달라져야했다. 첫 스터디는 사내 스터디로 진행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회사는 스터디 문화, 공유하는 문화가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더 사내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스터디,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까닭에 첫 스터디로 사내스터디를 진행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사내 스터디인 만큼 나와 동료들이 성장하면서도 회사내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주제가 필요했다. 주제를 정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자바8을 사용하지만 회사 소스코드를 보고있자하면 모던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더 모던(?)해질 필요가 있었기에 모던 자바 인 액션
이라는 책을 주제로 정했다. (사실 자바17이 나온 현재는 8도 모던하지 않다..)
진행방식은 한 주동안 정해진 분량까지 각자 책을 읽고 github 저장소에 자유형식으로 정리한 뒤 일주일에 한 번 모임을 가져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방했다. 함께 스터디를 진행했던 분들이 열정이 있었고 나 또한 그 열정에 힘입어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또,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않고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됐다.
선방이라고 했던 이유는 중간에 한 분이 파견으로 인해 더 이상 참여를 할 수 없어서 세 명에서 두 명으로 바뀌기도 하였고 진행방식에 대해 단점이 있었다. 세 명으로 진행하는 스터디 였는데도 불구하고 한 주마다 세 명이 모두 발표를 진행하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지체됐다. 또, 앞 사람이 발표한 내용과 뒷 사람이 발표한 내용이 중복돼 스터디가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들을 교훈으로 삼고 추후 진행했던 사내스터디는 삼색펜 공부법 이라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첫 스터디를 무사히 마무리 하고 잠깐 한 숨을 돌릴까도 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개발자 오픈채팅방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스터디 멤버를 모집했는데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왠지 그 분들과 스터디를 할 수 있는 날이 없을 것 같았다.
온라인으로 처음 진행한 스터디, 인프라의 '인'자도 모르는 내가 그냥 무지성으로 시작한 스터디다. 매 주 스터디를 진행할 때 마다 도전하는 느낌이였지만 천사같은 스터디원분 들의 보살핌과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는 스터디였다. gcp, k8s, docker, DDD 관련 지식을 공부했지만 지식 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의 기본적인 원리, 공식 문서를 통한 공부 방법 등도 깨달을 수 있는 스터디였다.
이 스터디 또한 개발자 오픈채팅방에서 시작이 됐다. 좋은 분들과 함께 지금까지 약 1년동안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스터디다. 오브젝트라는 책으로 스터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스터디원 중 한 분이 우스갯소리로 "책을 다 읽었을 때 쯤 우리가 쌩깔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해봐요." 라고 하셨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다들 열정이 넘치고 개발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을 수 있던 것 같다.
매 주 수요일마다 구글밋을 통해 스터디를 진행하는데 현재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101이라는 책으로 진행중이며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삼색펜 공부법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스터디원분들이 나보다 경험이 많으시니 사담으로 듣는 내용도 재밌고 유용했다.
최근에는 스터디장님이 1년간 스터디를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신년선물겸 스터디원분들 각각에게 책을 1권씩 선물해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서 너무 너무 기뻤다. 어쩌면 난 인복이 타고난 걸 수도..?
클린 아키텍처로 스터디를 진행할 때 경험이 없다보니 이해가 안되거나 피부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최근에 나온 만들면서 배우는 클린 아키텍처
라는 책을 통해 그 부족한 부분을 메꿀수있을 것 같아서 이 책으로 선택했다. 시간 될 때 조금씩 봐야겠다.
두번째로 진행한 사내 스터디다. (현재 진행중)
그룹웨어 시장 경쟁에서 이길려면 고객에게 그룹웨어 솔루션을 판매하여야한다. 판매하려면 영업을 해야하고 영업을 하려면 사용자가 기대하는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결국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고 무수히 쏟아지는 요구사항을 정신없이 찍어내다보면 개발을 하고 있는 내가 아니라 무지성으로 코드를 찍어내는 나를 발견하였다. 당연히 점점 유지보수 하기가 힘들어지고 조금만 복잡한 쿼리를 태우면 성능이 안 좋았다.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도 있을테지만 슬로우 쿼리를 잡아내서 개선을 시키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분들에게 스터디를 하자고 졸랐다. 다행히 다들 관심이 있었는지 재밌을 것 같다고 무려 나 포함 6명이나 스터디를 시작하게 됐다.
현재 진행중인 스터디므로 아직 회사에 적용시켜본적은 없지만 내가 여태까지 얼마나 무지성으로 SQL을 작성하고 DB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는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고 스터디가 마무리 될 때까지 쭉 그럴 것 같다. 반성하는 만큼 얻는 것도 많을거라 생각하고 얼른 마무리하고 회사에 한번 적용해보고 싶은 부푼 꿈이 있다.
NEXTSTEP에서 진행하는 TDD, Clean Code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적은 비용은 아니였지만 교육내용이 좋다고 소문이 나기도 했고 내가 성장하려면 나에게 재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박재성님이 말씀해주시는 흔한 SI의 코드들, 레거시 코드를 리팩토링 해야하는 이유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기도 했고 객체지향, TDD, Clean Code 등등 내가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객체지향은 어렵다)
NEXTSTEP은 강의뿐만 아니라 과제를 기반으로 진행을 하게 되는데 내가 제출한 코드를 보며 리뷰어분들이 코드리뷰를 해주신다. 무지성으로 작성한 부끄러운 내 코드를 누군가 본다는게 민망하기도 했고 어떤 리뷰를 해줄까 하는 설렘도 있었다.
코드리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깨닫는다고 했던가? 내가 직접 코드리뷰를 당해보니 너무 좋았다. 내가 코드를 어떻게 작성해야되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잡혔고 무엇보다 내 똥같은 질문을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리뷰를 해주는게 좋았다...
결과적으로 수료를 하진 못했다. 핑계지만 NEXTSTEP 과정을 진행하면서 중간쯤 회사일도 너무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미루다미루다 보니 4-1까지 통과 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박재성님이 NEXTSTEP 기간이 끝나도 리뷰만 요청하면 대신 리뷰를 해줄테니 꼭 포기하지말고 수료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으니 2022년에는 수료를 도전해보고 싶다.
평소와 다름없이 구글에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검색 결과 화면은 평소의 내가 보던 화면이 아니었다.
Curios develops are known to seek interesting problems. Solve one from Google?
순간 "이게 뭐지?" 라는 생각과 함께 무심코 화면을 꺼버리면 안될 것 같았다. 곧 바로 새로운 크롬창을 키고 검은화면에 있는 문구로 검색을 해보았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Google Foobar Challenge
이름은 Google Foo Bar Challenge
구글에서 이스터에그(?)로 심어 놓은 비밀 채용 프로세스다. 구글에 프로그래밍 관련 검색을 하다보면 정말 우연히 구글 검색화면이 갈라지면서 위와 같은 화면이 보여지게 된다고 한다. 알고리즘 문제들이 단계별로 구성되어있는데
위와 같은 구성으로 문제가 준비되어있다. LEVEL3까지 풀게 되면 인터뷰를 위한 개인정보를 제출하라는 메세지가 나오고 제출을 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구글측에서 인터뷰 제안이 온다고 한다.
1단계는 생각보다 쉬웠다.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토끼가 나와서 양옆으로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1단계를 통과하니 한 마리의 토끼가 뛰어다녔다. 순간 머릿속에서 행복회로를 수만번 돌리기 시작했다. 2단계로 건너뛰니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가기 시작했다. 결국 2-2단계까지 풀고 2-3단계에서 끝내 제출하지 못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는다.
여태까지 살면서 수 많은 기회가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준비되지 않았던 사람이라 그 기회가 기회인지도 몰랐을 수도 있고 Foo Bar Challenge처럼 알면서도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기회가 와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번 기회는 잡지 못한게 아쉽지만 다른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때는 꼭 기회를 잡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자기 반성 시간을 가지게 됐다. 어쩌면 구글신이 자기반성을 한번 해보라는 선물이 아니였을까.... 재미있는 추억이 생긴 것 같아서 마냥 아쉽지만은 아니었던 에피소드였다.
처음으로 회고록을 써봤는데 뒤돌아보니 나름 2021년을 나쁘지 않게 보낸 것 같다. 글로 정리하니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또 그 때를 되새기게 되면서 내가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2021년은 이론적으로 스터디의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개발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책을 통해서 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좋았으나 특히 아키텍처쪽을 공부할 때는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하니 피부에 와닿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다. 올해는 꼭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보며 이론적으로 배웠던 것 들을 적용시키고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것이 하나의 목표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벌써 20대의 마지막을 바라보게 됐고 경력은 3년차를 눈 앞에 두고있다. 가끔은 경력이 쌓이는게 두렵기도 하다. 경력이 쌓이면 경력만큼의 기대치를 충족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같은 년차 또는 나보다 경력이 낮으신 분들 이지만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나시는 분들도 많다. 결론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 ㅠㅠ
나이를 먹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게 느껴진다. 불규칙적인 식습관이 원인인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항상 야식을 좋아했고 식습관은 바뀌지 않았는데 나이가 바뀌어서 그런가보다. 체력도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고 최근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위염을 진단 받았다. 이제 나도 건강식품 먹고 몸 관리를 해야할 것 같다.
글을 잘 못써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될지 모르겠다. 2022년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모두 잘 됐으면 좋겠고 나도 잘 됐으면 좋겠다!!!!!!!!
멋져요~~! 저도 스터디 마구마구 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