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땐 몰랐던 것들

우현민·2022년 10월 31일
116

대학교를 휴학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된지 벌써 1년 반이 넘게 지났습니다. 아직도 사회에서는 한참 햇병아리이고 여전히 모르는 것도 배울 것도 많지만, 짧은 기간 동안 회사에서 배운, 신입/취준 시절에는 몰랐던, 어쩌면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이 글이 제가 그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길 바라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누군가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개발 직군에 관계없이 해당되는 내용으로 작성하였지만, 아무래도 제가 프론트엔드 개발자이므로 - 조금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시선에 맞춰진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해서, 실리콘밸리~한국 스타트업들의 문화를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어서, 대기업들에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발자의 가치는 개발 지식이 전부가 아니다

출처: 드림코딩

취업을 준비할 때는 오로지 실력 향상 을 통한 면접 준비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모든 시험 과정들이 일정 커트라인을 통과하여 위에서부터 정해진 기준으로 줄을 세웠을 때 n등 안에 들기 위한 과정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카일 심슨의 You don't know JS 를 읽으며 자바스크립트의 hoisting 이 뭔지 공부했고, react 공식문서를 읽으며 ref 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공부했고, 여러 기술 블로그들을 돌아보며 atomic pattern 의 장점을 공부했습니다.

이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매우매우 필요한 과정이었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발판이었습니다. 당시에 공부했던 것들이 이후의 공부에 소중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다만 회사에 들어와서 본 세계에서 개발 실력은 그리 큰 영역을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동료분께 들었던 말 중 인상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지식만 있으면, 지식이야 뭐 들어와서 공부하면 되는 거죠 :)

제가 봤던 "실력 이외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서비스 전반에 걸친 관심과 애정

면접을 봤던 많은 회사들에서 "우리 회사 도메인 좀 아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저는 아무 회사나 붙여주면 스펙 맞춰서 열심히 개발하면 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스펙에 따라 기능을 구현하고, 성능을 개선하고, 코드를 짜는 게 개발자의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개발자에게 주어진 역할은 컸습니다. 개발자는 서비스를 직접 한땀한땀 빚어내며, 세상에서 제일 먼저 그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사람들입니다. 기획/디자인에 어떤 구멍이 있는지, 어떤 기능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은지 개발자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각 기능에 대한 공수도 개발자가 판단할 수 있어서, 기획이 나왔을 때 "이 기능은 별로 안 중요한 거 같은데 공수는 많이 들어요. 다음에 하면 어떨까요?" 와 같은 제안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획 내에서 해당 기능의 중요도도 스스로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기획과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 신규 기능 제안과 심지어는 필요하다면 주도하는 것까지도 개발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개발자만이 할 수 있는 아주 가치있는 일이죠.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내가 만들어내는 서비스와 이 회사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고, 우리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 능력

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겠습니다만, 생각보다도 더, 더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예전 어느 회사 최종합격 후 있었던 커피챗에서 면접관분께 "저를 왜 합격시키셨나요?" 라고 여쭤봤는데, "질문에 대해 답을 풀어가는 방식이 좋았다" 고 대답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대답의 내용 자체보다도,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하는 방식이 좋았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들과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실력은 좋은데 대답이 너무 동문서답일 때가 많다, 실력은 좋은데 말투가 우리 문화에서는 예의없게 느껴질 것 같다 등등의 탈락 사유를 들었습니다. 실력이 충분한데도, 같이 일할 때 동문서답이 많아 서로 시간낭비를 많이 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탈락 사유였던 것이었습니다.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면접관이었어도 같은 판단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모든 회사 업무는 협업을 통해 진행됩니다. AtoZ 를 혼자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모든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소통 오류는 꽤나 큰 시간 (자원) 을 낭비할 수 있으며, 이를 최대한 방지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습관 내지 능력은 면접 때의 질답 과정에서, 내가 하는 말의 말투에서 잘 드러나게 됩니다. 가령 면접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질문 중 ~~~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라고 물어보는 말투와 용기까지도, 면접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이며 면접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평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취업과 이직에는 인맥이 중요하다

IT업계가 성장하며 개발자 지원자도 스타트업도 많아졌습니다. 회사는 다들 성장하고 생존하기 바쁘고, CTO와 팀장급 분들은 모든 이력서를 꼼꼼히 읽고 회신 메일을 보내기에는 당장 할 일도 벅차 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 한 명을 채용하는 데에 회사의 주요 인력 2인 이상이 n시간의 면접과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하니, 회사 입장에서도 한 명을 채용 프로세스로 올리는 게 꽤나 큰 투자입니다. (평균적으로 1명을 채용할 때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 출처: 사람인)

이런 점에서 가장 짧은 문장으로 괜찮은 지원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학벌과 내부추천 (인맥) 입니다. 학벌의 경우, 당장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회사에 들어가 보니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그 학교들 출신 사람들이 많았고 - 선배들도, C레벨들도 그 학교들 출신이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학생분들 중 "개발자는 학벌 별로 안 중요하다, 실력 우선주의다"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면접 시간 다 합쳐봐야 길어도 8시간 남짓이고, 개발 직군에서도 그 시간 동안 지원자의 정확한 역량을 판단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사실 학벌보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인맥이었습니다. 가고 싶은 회사에 좋은 인맥이 있다면, 내부추천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어쩌면 학벌보다도 더 지원자를 일단 신뢰해볼 수 있는 수단이 되곤 합니다.

더해서 합격 이후 입사를 고민할 때에도 해당 회사에 대해 더 정확하고 생생한 정보를 알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내부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블라인드 후기를 찾아보거나 구글링해서 정확한지 아닌지 모르는 정보를 구해야 하지만, 내부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 밥 한끼 같이 먹으며 훨씬 정확하고 최신화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사소하게는 사무실에 청축 키보드를 쓰는 사람이 있는지까지도 말이죠. 이는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윈윈인데, 입사 이후 회사와 맞지 않다고 뒤늦게 판단하여 퇴사하게 되면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유의미한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인맥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 보였습니다. 개발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아는 개발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채용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충분한 근거가 있거나 면접관분께 들은 말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들은 말들과 제 경험에 빗대어 보아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계속 언급했듯 채용은 성적순 줄세우기가 아니었고, 많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함께할 "동료"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대부분 (코딩 테스트 같은 걸 제외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절차에 따른 일처리"에는 포함되지 않는, 메일의 사소한 말투 하나하나, 면접에서의 표정, 옷차림, 인상, 목소리 등 모든 것이 평가에 어떤 형태로든 반영됩니다.

가령, 면접이 끝나고 나서 면접관이 "지금은 역량이 좀 부족하긴 한데.. 뽑으면 잘 할까?" 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열심히 하겠다, 준비되어 있다" 라는 메세지를 어떤 형태로든 - 이메일을 보내든, 문자를 보내든 - 한 번 더 전달해 준다면, 면접관이 면접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합격시킬 수도 있는 거죠. 기계였다면 그런 기회가 없었겠지만, 채용은 사람 대 사람이니까요. 물론 반대로 사람 대 사람이기 때문에: 그걸 안 좋게 보는 면접관이거나 하는 등 합격할 것도 떨어트릴 수도 있겠습니다.

더해서, 면접관과 채용 담당자들도 이직 과정을 거칩니다. 오늘 본 면접관에게 어떤 형태로든 일반적인 시선에서 "나쁜" 인상을 준다면 (가령 짜증을 낸다거나..), 그게 오늘로 끝이 아니라, 좁은 개발 시장에서 계속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어떤 결말이든 항상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풀어나가는 게 언제나 필수적인 요소인 것 같습니다.



연봉은 운과 타이밍이고, 평균은 생각보다 의미 없더라

세계 경제가 얼어붙어서, 어쩌면 "예전엔 그랬다~" 에 그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잘하면 많이 받는다" 내지 "n년차면 얼마를 받는다" 이렇게 비례하는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던 건 시장 가치와 회사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시장에 나와 있는지, 나와 있다면 얼마를 줘야 데려올 수 있는지, 그 돈을 주고 데려올 가치가 있을지.

결국 내가 이직하는 시기에 나를 뽑으려는 회사가 개발자가 급하거나 자금이 많으면 연봉이 확확 오르는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력과 연봉이 무관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기본적인 실력은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다만 "어머 연봉 xxxx만원 개발자세요? 그럼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할 줄 알고 다 하시는 거예요?" 이건 아니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민감한 부분이다 보니 상세한 내용을 쓸 순 없어서 이야기가 많이 두루뭉술해진 것 같네요. 이 섹션은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한 브런치 글을 멘션하며 마무리합니다.

앞자리가 달라지는 이직 연봉 협상 전략: https://brunch.co.kr/@jcmarkpark/142


이 정도로 제가 그동안 느꼈던 것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rofile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12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7일

저는 최근 면접을 여럿 보고 이제 첫출근을 앞둔 백엔드 개발자인데, 써주신 글을 읽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네요.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들까지 폭 넓게 알게 된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글 적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7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8일

정말 좋은 생각을하게되는 글인거같아요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8일

저도 첫 출근 직전이어서 참 고민이 많은데 재밌게 읽었습니다 ㅋㅋ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8일

잘 읽었습니다 :)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10일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