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문어는 그렇게 큰 감흥이 있는 동물은 아니었다. 문어를 식재료로써 그닥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귀여운 면이 하나도 없는 문어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문어를 보는 내 눈이 달라졌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실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문어와 한 사람의 우정을 다룬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인간과 문어의 우정에 대하여 흥미롭게 풀어낸다. 영화 중간에 감독과 문어가 손을 잡고 감독의 품에 안기는 문어를 볼때면 내가 다 짜릿했다. 마치 신비한 동물사전을 실제로 보는 느낌이랄까. 문어의 ㅡ..ㅡ 하고있는듯한 눈도 너무나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문어는 뇌 뿐만 아니라 다리에도 사고하는 능력이 있어서 헤엄치거나 포식과 같은 행동은 뇌가 직접 명령을 내리지만 다리를 뻗고 구부리는 등의 세세한 동작은 다리가 알아서 한다고 한다. 또한 문어는 수줍음, 장난기, 흥미 등 각기 확실한 성격이 있으며 한 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접근하면 물을 뿜어 맞추기도 한다고 한다. 문어는 도구 또한 사용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도 처음 감독에게 접근할 때 조개껍데기를 방패삼아 접근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또한 문어의 피부 변화 속도는 놀라울정도로 빠르고 정확한데, 이러한 변화의 작동방식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문어의 높은 지능은 본능이며, 만약 문어가 부모의 경험을 전해 받을 수 있었다면 판도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