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1일 1커밋을 365 + 1일을 하고나서

이호석·2023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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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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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방황했던 해였다.
개발자가 되고 싶어 소프트웨어 학과로 전과했으나, 학교 공부 말고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백엔드? 프론트엔드? 어렴풋이나마 이름만 알고 있었고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나마 아는 거라곤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프로그래밍언어였는데 이마저도 해당 언어의 특성을 잘 알지도 못했고, 문법만 맞춰가며 쓰는 수준이었다.

동욱(향로)님을 유튜브 EO 채널에서 처음 보게 됐고, 향로 님의 개발자 인생썰과 1일 1커밋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공부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들은 천재들이 상주하는 곳이라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약간의 안심도 할 수 있었다.

1일 1커밋을 이때부터 알게 됐지만 해야 할 학교 공부가 많았다. 전과한 과목들은 전부 재미있었으나 전공만 21학점을 들으니 아무리 비대면이라도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급급했다. 12월 종강, 열심히 한 덕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고 전과생이라지만 그래도 전공생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 혹은 약간의 오만함을 갖게 됐다.

그리고 다시, 어쩌면 우연히 동욱님의 영상을 다시 보게 됐다. 처음과 같은 신선한 충격은 없었지만 그때와 다른 메시지가 보였다. "우리는 평생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지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1일 1커밋은 그런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사이에 내공이 쌓인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똑같은 영상이었지만 느끼는 바는 달랐다.

2022 신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기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쯤부터 1일 1커밋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1월 15일부터 시작했지만 중간에 이틀 정도를 빼먹는 바람에 2022년 2월 13일부터 현재까지 1일 1커밋을 이어오고 있다.

잔디가 채워져 가는 과정은 성장하고 있는 증표라는 생각이 있었고, 채워져 가는 잔디들을 보며 내심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같은 개발자의 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깃허브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분들의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게 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조금 건방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내 커밋을 보고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니 나 또한 다른 사람(타 개발자)을 볼 때 잔디부터 보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루의 목적이 1일 1커밋이 되어갔다.

이때부터 이렇게 하다간 이도 저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고, 직격타로 한재엽님의 그때 성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글이 작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말이 좋아 터닝 포인트지 사실은 많이 뜨끔했었다. 해당 글에서는 독자에게 묻는다. 하루에 하나씩 하는 그 커밋은 어떤 의미의 커밋인가?
그래서 생각해봤다. 어떤 커밋이었을까? 자정이 되기 전 커밋을 하기 위해 부랴부랴 백준 브론즈를 풀고 업데이트하고, 기존 코드들의 인덴트를 변경하고 커밋하고(물론 맨날 이러진 않았다.) 이런 과정들이 과연 내가 성장하는 데 눈곱만치라도 도움이 될까? 아니다.

어쩌면 이런 사실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나는 사람마다 대단하다 치켜세워주니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

이때부터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정리도 해보고, 강의를 사서 보기도 했으며 온라인 스터디에 참여해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때로는 타인이 이룬 것을 질투하기도 하고, 부러워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꾸준하게 달려왔고, 1일 1커밋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어째 글의 모양새가 1일 1커밋의 회고가 아닌 지난 시간의 스스로를 돌아보는 글이 된 것 같지만 ㅎㅎ..

사실 지금은 1일 1커밋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잔디를 심고 있는데 연연하지 않을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공부는 커밋을 위한 공부는 아니다. 어쨌든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고 노력하고 있다. 커밋은 단지 내 목표를 위해 달려가다가 조금 지쳤을 때 바라보며 열심히 해왔구나하고 다시금 노력할 수 있는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꾸준함이 주는 변화를 믿기에 앞으로도 꾸준하게 그리고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개발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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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이 주는 변화를 믿습니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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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3일

정말 멋지십니다! 감탄하고 갑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