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운 오리 새끼

생각해보니 나의 역경은 정말 축복이었다.
가난했기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기에 '미운 오리 새끼'를 쓸 수 있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

📭 여는 말

웹 개발자로 인턴 시작 후, 블로그를 오랜만에 작성해본다.
노션이라는 플랫폼을 접하고 블로그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싶지만
나의 블로그, 나의 공간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매년 회고록을 작성해 볼 계획이다.

💼 첫 직장

대학 졸업 후,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B2B 기반 전자 교육 컨텐츠(e-learning)를 제작하는 것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는 브라우저에서도 지원하지 않는 어도비 툴로 콘텐츠를 제작해서 제작물을 영상으로 변환하여 납품을 하거나, .swf 확장자의 파일을 import해서 웹 환경에서 제공하는 일을 했다.
그 당시 빠른 트렌드를 반영하는 B2B 온라인 교육 업계에서는 HTML5, CSS3와 javascript(ECMA5) 혹은 완전한 영상물로 전환을 하는 시기였으므로 내부 회사에서는 마크업을 개인적으로라도 관심을 가져라라는 분위기였다.
직원들과의 관계는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정상 근무 후에도 스터디 그룹을 가져서 과제를 내주고 돌아가면서 발표하기로 했다.

그때쯤 내가 '웹'이라는 영역 자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주말에 시간 쪼개어가며 html과 css 기초 과목을 등록했고, 웹 개발자 도구를 처음 사용하면서 관심에 극에 달했다.

이 시기에 회사가 많이 어려워져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왔고, 웹에 관심이 많아하던 나를 눈여겨본 퇴직한 직장 상사는 웹 영역에 근접하는 다른 회사를 추천해줬다.

🏋️‍ 첫 이직

첫 회사보다는 안정을 찾기를 바랬고, 원하는 분야에 더 근접하는 실무 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이직을 했다.
이직한 회사는 디지털 교과서 컨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로, 첫 회사보다는 거래하는 주 고객사가 안정적이고 나의 실무 경험도 좋게 쌓을 수 있을 듯 했다.
물론 이 회사도 CD로 납품하는 콘텐츠는 플래시였으므로 메인 장기 프로젝트는 혼자서 맡고 서브 단기 프로젝트는 웹 퍼블리싱 업무를 맡았다.

퍼블리싱 업무를 진행하는 도중, 특정 사용자의 데이터를 고객사 DB에 전달하고 API를 호출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때부터 업무 진행 중에 보여지는 화면 말고도 formdata가 어디로 전달되며, 무언가 호출해서 화면에 다시 보여지는 과정이 뭘까? 화면 뒷단에서는 어떤 요청과 응답을 주고 받는 걸까?

'왜? 왜 그렇게 될까?' 지적인 호기심이 가득차 MDN 공식 문서를 들여다 볼 때, 디지털 교과서 사업 지원금이 부족해서 고객사뿐만 아니라 회사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었고 2년간의 커리어는 막을 내렸다.

🧐 관심, 흥미에서 진로까지

내가 여태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내뱉었던 질문들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절실하지 않았을까? 정말하고 싶던게 아니였을까?

그 동안 회사에 쏟았던 에너지와 나의 지난 날을 돌아보고 답을 얻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누구는 말한다. 진로 선택에 있어서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누구는 말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쉽지 않을거라고.

물론 이 길이 기초부터 탄탄하지 않으면, 걸음마조차 내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은 목표(개발)를 선정했다.

💪 첫 번째 도전

이 역시, 전 직장에서 개발자 출신의 임원에게 자문을 구했다.
나의 첫번째 목표는 막연하게 자격증 취득으로 정했다고 말했으나(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막연함😳),
돌아오는 답은 개발 커리어로 큰 이점은 아니고 공무원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고 답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첫 번째 도전은 결코 조금이나마 진로에 도움이 되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물론 취득하면 좋긴 하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였다.

결론은 첫 걸음 도전 목표는 달성했다.

필기에 비해 실기가 많이 걱정됐지만 결과는 필기에 비해 실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격증에는 CS 기초 지식 문제도 있었기에, 교육 기관(학원) 등록 후 시험에 출제되는 언어 기초와 병행하여 공부를 했다.

🏬 교육 기관 선정

😭 아쉬움

• 커리큘럼
  • 흠... 좀 오래된 표준을 배웠다. 이미 발 빠른 기업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표준, 관례고 업무 효율성, 성능으로 따져봤을 때에도 좋지 않은 표준이였다.
• 사이드 프로젝트
  •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에 관점을 두지 않고 배운 내용을 '응용'하여 사이드 프로젝트를 뭐든 시작했다면, 자문 구할 사람도 있고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건 바로 자문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 기억보다는 기록을
  • TODO list, TIL등 전략적인 계획의 부재가 아쉬움

😮‍💨 그래도 얻은 것

• 규칙적인 학습 패턴
  • 혼자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면, 나처럼 생활패턴이 불규칙적인 사람은 마이너스인 요소지만 일정한 생활패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 무엇보다 '다 같이'
  • 혼자가 아닌 여럿이 같이 집중하고,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건 분야를 막론하고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열정적인 담당자
  • 오래된 표준을 배웠긴 했으나, 강사님이 귀찮아하는 기색없이 개인적인 질의응답에도 잘 알려주셨다. 이외에 동기부여, 자존감도 많이 push 해주셨다.

👥 첫 팀별 프로젝트

2020년 첫 해가 막 시작했을 무렵에 교육 기관내 팀을 꾸려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INFO

기간: 2주
주제: 도시락 판매 쇼핑몰
협업: github
스펙: Java, Spring framework, MyBatis, Oracle

CO-WORK

팀원 내 개개인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데드라인이 언제까지인지 시각적으로 각인시켜줬으며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타임 테이블을 만들고 매일 아침에는 Task 및 Issue 위주의 회의를 진행했다.
소스코드 형상관리 툴은 Git으로 협업했으나, 미숙한 Git 실력에 초반에는 자리돌아다니면서 setting 해주느라 바빴다. 후반에는 다른 조에 비해 Task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른 팀에서는 USB로 .war 파일을 취합하는 대환장 파티를 볼 수 있었다.
첫 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말에도 모여서 빈 강의실 찾아 각자 개발을 했고, PT 전날에는 스터디룸을 잡아서 다같이 완성도를 위해 밤샘 작업도 할 정도로 열정있게 진행했다.

아쉬움

• Github 활용 미숙지
  • git-flow를 알았다면 더 효율적으로 branch, issue 및 bug, conflict 관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보면 너무 아쉬웠다.
• 비효율적인 시간 분배
  • 내 기능은 빨리 끝났지만 조장의 역할을 맡아, 조원의 개발상 오류 및 프론트를 전부 맡다보니 정작 내 기능을 테스트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 또, 팀 구성상 1명의 부재로 남은 1명은 디버그 또는 발표용 자료 제작을 로테이션으로 진행했다면 많이 촉박하지 않았을 듯하다.
• 비현실적인 목표
  • 자료 수집, 벤치 마킹 할 때 완성도 및 난이도 높은 웹 사이트를 목표로 잡다보니 현실과 목표를 구분하지 못했다.

💀 시련

교육 기간을 끝마친 후, 생각에 잠겼다.
나는 분명히 지난 날들을 열정적으로 배움에 자세에 임했고, 강의를 열심히 따라갔으며 시험도 잘 치루고 첫 팀프로젝트도 잘 끝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선택에는 대답을 쉽게 할 수 있었지만
왜 이렇게 동작하고 왜 이렇게 사용하는가 왜 쓰이는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가 해왔던 것은 '이렇게, 저렇게 사용하면 돼, 이럴 땐 이렇게 써 저럴 땐 저렇게 써.'

진도를 따라가고 정리한 것에만 급급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How가 아니라 Why?였다.

또, 배우면서 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어떻게 해결했는지 전부 어딘가에는 기록하고 정리했어야 했다.
축적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이 '그냥 해결하면 된거지', '잘 따라가면 돼'에만 치우쳐져 있으니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억력에만 의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생각에서만 그칠게 아니라, 내가 직접 서비스를 만들고 나만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하고 생각했다.

👊 모각코, 소모임

적극적인 액션과 동기부여, 자극을 잡기 위해 모각코 모임에 참여했다.
단기적인 모각코에 그치지 않고, 집중과 몰입을 위해 '소호 사무실'도 따로 두었다.

모각코를 하면서 얻었던 이점

1. 개발과 관련된 지식과 인사이트 공유
2. 개개인의 TIL 내용 발표를 통한 자극 및 동기부여
3.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너지를 얻음
4. 방향성 및 목표 의식 함양

Do, Action

• 일주일을 쪼개서 요일 단위로 공부
• 개인 프로젝트(포트 폴리오) 진행

3~4개월의 기간동안, 방향성도 바로 잡게되고 목표 의식도 뚜렷한 시간이었다.

🤠 인턴으로서의 개발 커리어의 시작

청소년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당시, 결과와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좋은 모토를 가진 회사의 대표와 인터뷰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 약속을 주고 받았다.
회사는 오프라인으로 콘텐츠를 이미 제공하고 있었지만,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주춤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전환 및 확장하기 위해 B2C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는 상태였다.
면접 질문에서는 여태 동안 겪은 수 많은 시행착오와 얻은 것, 준비한 것, 마인드 등 많은 질문이 오갔고, 덩달아 나도 '교육'이라는 공통 분모와 관심이 많이 갔던 포인트, 전략적인 부분 이외에도 회사에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봤다.
결과는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개발분야의 커리어로써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Work in progress
모바일 환경의 어플리케이션을 목표로 예정된 두 개의 서비스 중 한 개의 서비스를 3~4주 정도 개발에 혼자 투입됬으나, 결국 한 개의 서비스에 집중을 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져서 능력 있는 사수와 함께 개발을 진행중이다.

흐름
선호하는 언어, 프레임워크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객체 중심의 개발 방식인 ORM 표준을 채택하고 API 서버를 별도로 두어 호출 응답하는 개발하는 흐름이다.

좋은 것들
또, 코드 리뷰, 환경 설정, 이슈 공유, 목표 상기, 자극, 동기 부여, 개발 지식 등 이외에도 '같이' 해결하는 협업, 인사이트 등 얻는 것이 많다.

적응
걱정과는 달리,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회사 분위기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서비스의 공동 목표를 위해 모두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나'보다는 '팀'의 개념이 인상적이었다.
비로소 '진정한 팀 플레이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껴졌다.

📫 닫는 말

회고록을 진행하니, 단순히 기억으로써 지난 날에 그치는게 아니라 아쉬웠던 점이나 준비를 하면서 느끼고 봤던 점 등 조금 더 객관적인 시야가 트이는 계기가 되었고 막연하게 기억되는 게 글로써 정리되니 가치있는 시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과 시련을 반복하니, 자존감도 많이 낮아진 상태에서 문득 나는 누군가에게는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누가 어떤 생각으로 나를 바라보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행복하다면 더 이상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다.

확고하고 탄탄한 시도를 통해 성공에 가까운 가치를 얻어가는 것.
나는 지금의 팀원들과 같이 걸어가는 길이 결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