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뇌

양정훈·2022년 12월 26일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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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듯하지만 대단히 나의 주관적인 글

우리 신체기관들의 가장 큰 목적은 자기보호이다. 나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고 움직인다. 무언가를 보호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위험요소가 바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인데, 때문에 미리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강한 충격을 받거나 뜨겁고 차가운물체에 닿으면 신경이 반응해 고통을 준다. 우리 신체가 어떤 충격을 받아 도 바로바로 자가 치유가 가능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가 상하기 전에 고통으로 미리 신호를 줘 피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주변이 어두워 지면 시각이 차단되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으므로 밝은 곳으로 피할 수 있도록 불안감을 느끼게 해준다. 모든 신체기관이이러하다. 이런 신 체기관들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뇌이다.

뇌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신체기관이다.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이용해 갖가지 상황들에 미리 경고를 준다. 매우 정교한 신체기관이지만 한편으 로는 굉장히 멍청하다. 현 상태가 나에게 '사회적인 기준'으로 이로운 상황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내'하며 인간의 가장 큰 무기인 '적응'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발전'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나는 매일의 생활패턴이 매우 게으르다(실제로도 그렇다) 헌데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살아보기로 한다.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고 밤늦게서 야 잠에 드는 하루를 고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에 들려한다. 사회적인 기준으로 이것은 매우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머리의 입장으로 보자면 이것은 내가 적응하고 있 던, 나에게 맞춰져 있는 패턴이 아니다. 굉장히 새로운 생활이기 때문에 머리는 이것을 '위험한 상황'이라 인지하고 '스트레스'라는 요소를 느끼게 한다. 새로운, 위험 한 환경에 처했으니 어서대처해 원래의 익숙하고 안전한 상황으로 돌아가라는 신호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이 스트레스를 견뎌내어서 머리가, 신체가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참아내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습관을 들인다고 표현한다. 습관을 들이는데 보통 3주 정도 걸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3주는 지속되어야 머리가 이 상황을 안전한 상황이라 인지하고 더 이상 스트레스를 뿜어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뭐 좋다.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는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의 선에서 벗어나는 상황의 경우 우리는 심각한 착각에 빠진다. 이게 문제다.

만약 내가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 하자. 커피와 관련된 사업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여러 가지 공부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헌데 사회적으로 커피시장이 점 점 하락세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예를 들자면) 내가 꼭 커피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누가 봐도 이건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물론 결정하지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중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현상유지 본능 이다. 커피 공부를 그만두고 다른 분야에 뛰어드는 일은 뇌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주 환장할 일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뒤집어질것은 뻔한 일이다. 바꾼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하나님이 점쳐주신 것도 아니니 결과가 잘 나올지도 알 수 없다. '새로운 도전을 할거야!'라고 생각하자마자 머리는 미친 듯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뿜어낸다. 자기보호다. 이걸 견뎌내야 하는데 쉽지 않으니 보통의사람들은 여기서 '변명'이라는 것을 만든다. 이 경우 '한 길만 우직하게 걷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정도의 변명이 나오지 않을까. '꾸준함이란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는 교훈은 지금의 주제와는 맞지 않으니 차치하고 보자면 그렇다.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것이라 생각한다(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으니 노력에비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모든 사람 들이 이런 케이스는 아니겠지만) 견문을 넓히고 꾸준한 자기성찰을 통해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며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우직하게 한 길만 걷는 것 이다. 자기성찰을 성공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노력 요소중의 하나라고 여기질 않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옆 사람이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서 페달을 굴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죽어라 뛰기만 하는 것이다.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다고 깨닫고 방향을 바꾸는 일도, 자전거를 배우는 일도 전부 머리에게는 새로운, 불안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리의 머리 꼭대기에 서야 한다'. 미친 듯이 불안감이 일어도 객관적으로 이유를 판단해야 한다. 나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고 지금의 스트레스는 신체적으로 일어나는 단순한 자기보호본능이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습관이 들기까지 참아내야 한다. 근데 이게 쉽지 않다. 요령이 있다. 불안의 정도를 점차 늘려가는 것이다. 우리는 슈퍼맨이 아니다. 심한스트레스를 받으면 참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작심삼일이 생긴다. 하루에 단어 100개를 외우겠다 마음먹었다면 오늘은 10개만 외워보자. 나의 머리가 스트레스를 뿜어내겠지만 10개 정도는 나의 인내심이 견뎌낼 수 있는 정도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일'조차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몸이다. 사람마다 머리가 견뎌낼 수 있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다르다. 내가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스트레스만 주자. 단어 10개의 스트레스가 적응되었다면 20개로 늘리자. 그럼 100개 외울 수 있다.

그리고 단어를 외우고 나면 다른 시간엔 익숙한 일을 해서 뇌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자. 보통 나에게 즐거운 일이 익숙한 일이다. 내가지금까지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봤는데, 그중에 잠자기, 게임하기, 티비 보기를 할 때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적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하고 나면 즐겁고 신체도 편안했다? 그럼 이건 이미 내 머 리 속에 '안전하고 유익한 일'이라고 인식되어있다. 이런 일들을해서 머리의 부담을 내려주자. 다음날의 단어 10개가 더 수월해진다.

인간은 결국 말하고 움직이는 신체라는 그릇에 담겨있는 존재다. 모든 일이 굉장히 신체 종속적으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의 몸을 잘 이해하고 컨트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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