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가 Hacker로 한 달동안 일하게 된 경험

김예진·2021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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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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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캡쳐 필기 노트 툴을 개발하고 있는 Slid에서 한 달 동안 일하게 된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5월이었던 것 같다. 슬리드 채용 공고를 보게 된 날이.

늘 그랬듯 취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이전에 면접도 봤었고 함께하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취준을 계속 이어왔다. 취준이라는 게 매일 마음이 바뀌었다. 어느순간 늪에 빠지는 기분과 함께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지는 기분을 경험했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도, 가고 싶은 회사를 찾는 것도, 개발 공부를 하는 것도.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건지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잃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큼, 아무튼간에 정말로 아무것도 시작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됐었다. 그러다가 슬리드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슬리드를 이끌고 있는 대표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글에 다 담겨있는게 신기했다.

슬리드 Hacker란?

슬리드 팀 내에서는 엔지니어 / 개발자를 'Hacker'라고 부릅니다. 이때 'Hacker'는 '기술적 능숙함을 갖추고 문제 해결 및 한계 극복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정해진 포지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모든 기술적 방법과 창의력을 활용해 결국엔 한계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사람들입니다. 최종적으로는 DevOps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분을 찾습니다.

슬리드에서는 엔지니어와 개발자를 해커라고 부르고 있다. (해커라는 말에 을매나 가슴이 뛰던지여..) 또, 회사에 각 일하는 분야마다 필독서가 있는 것도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실제 슬리드 채용 공고에 써져있는 글과 링크다.

슬리드의 'Hacker'들의 필독서 - '해커와 화가' & '제로 투 원' (회사에서 제공)

  • [Book] 해커와 화가 :: Outsider's Dev Story
    : '해커와 화가' - 똑똑한 해커의 입장에서 세상과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 제로 투 원
    : '제로 투 원' - 해커와 화가와는 정반대로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의 스타트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몇 개월동안 이렇게까지 친절하고, 자세하고, 열정적인 .. 채용 공고를 본 적이 있었나?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일할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생활하는 사람일까? 채용 공고를 읽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었다.

동영상 캡쳐 필기 노트? 그건 뭐지? 싶어서 직접 사용해보니 정말 편리했다. 특히나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매일 영상 속 내용을 필기로 옮겨적으며 개발 공부를 하고 있는 나한테 정말 유용했고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라니? 그것도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회사라니! 고객과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 너무 좋아! (아마 이래서 이전의 게임 기획 경험이 더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무조건 지원해야지!'

... 라고 생각했지만 슬리드에서는 글로벌한 팀으로 모든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영어로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영어공부를 한 적이 없다. 영어를 못하는 내가 어떻게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 ... 못 할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즐겨찾기만 해놓고서.

근데 며칠이 지나도 계속 그 회사에 지원이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번역기와 사촌 동생의 도움을 받아 영어 이력서를 만들어서 제출했다 😅.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지원해보고 싶었고, 그 글을 쓴 대표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더 나아가서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

1차로 대표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기술적인 질문이 아니라 정말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으로 가볍게 대화하는 시간이라고 설명되어있었다. 대면/비대면 면접 선택이 가능했는데 나는 대면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대면으로 선택했다.

공덕역 프론트원 라운지에서 대표님과 1시간정도 이야기도(다행히 한국어로..) 하고, 다른 팀원분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도 먹었다. 그리고 2차 면접의 기회가 잡혔는데 ... 영어로 일하는 회사인만큼 영어로 답변하는 연습을 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면접 10분전쯤인가 면접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안내를 전달받고 진짜 멘붕 그 자체였다. 영어로 소개하는 것부터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고, 영어로 답변을 제대로 못해서 거의 한국어로 대답했다. 면접이 끝난뒤 바로 '정말로 망했다'고 생각했다. 영어로 준비할 걸, 그런 예상은 했었어야했는데..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해서, 내가 내 손으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그래, 일단 도전해본게 어디야! 도전으로도 값진 경험이었어! 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결과 메일이 왔다.

정식 채용은 아닌 단기 계약으로 한 달동안 나를 더 지켜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단기 계약이지만 급여나 출근은 정식 채용 조건과 똑같이.

메일을 읽고 든 생각은..

  1. 세상에나
  2. ...일단 됐다(한 달이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3.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다!
  4. 어...영어...??
  5.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일단 지금은 너무 좋아

이렇게해서, 한 달동안 슬리드에서 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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