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동안의 후기

김예진·2021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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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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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7월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도 또 한 달이 흘렀다.
프로젝트에 관련한 문서를 정리하고 몇 번이고 이 글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계속 임시 저장으로만 남겨두었다가 이제서야 글 작성을 완료하게 되었다.

명함,

출근하자마자 내 이름으로 만들어진 명함을 받았다. 너무 신기했다. 이전에 게임 기획자로 일했을 때는 근무한지 6개월이 더 지난 후에야 받았는데 첫날 받다니? 근무하기 전부터 한 달 프로젝트를 하기로 한 거라서 사실 생각도 못한 명함이었는데.. 대표인 정현님의 실행력에 감탄했다.

온보딩세션,

출근하자마자 슬리드 팀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 등을 공유한다. 지금 슬리드가 어떤 걸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필독 도서,

고등학교 졸업 후 '필독 도서'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들었다.
슬리드에는 각 분야마다 읽어야하는 필독 도서들이 나와있다. 채용 공고 페이지에서도 이미 나와있었고, 이 부분이 나한테는 제일 신선한 경험이었다. 회사가 어떤 방향을 목표하고 있는지에 대해 책을 읽게함으로써 공유한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 만일 내가 창업을 하게 된다면 나도 ... 하는 생각이 들만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sprint meeting,

대표님은 미팅 전에 노션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현재 슬리드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노션으로 페이지를 만들고 팀원들은 그걸 함께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팅이 진행된다. 2주마다 각자의 진행 상황을 이야기하고, 다음 2주동안 해야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할 일을 정리한다. 나는 한 달동안 개발하기로 한 정기 결제 서버 시스템 POC 구축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슬리드는 미팅 때 정말 많은 것들을 팀원과 공유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구내식당,

지하에 가면 매일 다르게 나오는 식사가 있다. 양배추 샐러드는 거의 항상 기본 반찬으로 나와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사실 예전에 직장다닐 때도 채소를 먹어야해! 하며 쌈밥집에 가서 팀원들과 토끼마냥 상추를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만큼 채소가 잘 챙겨진 식단이었다. 사진 찍는 재미가 있는 점심시간! 다 먹고 나서 평가?를 하는 곳이 따로 있었는데 그 때마다 의견을 나누는 일도 재미있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영어로,

슬리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영어로 진행한다. 2차 면접에 10분전에 영어로 진행된다는걸 들었고, 끝난 후에 아..망했구나, 하며 너무 가고싶었던 회사를 못 가게되었다는 생각에 울먹였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다시 한번 더 말하자면 슬리드에서는 모든 팀원들이 영어를 사용한다. (간혹가다 한국어를 사용할 때도 있긴한데 그건 아마...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때문에 그랬을지도...)



진짜 회고록.

1.걱정했던 영어에 대한 아쉬움

슬리드에서 한 달동안 일하기로 했을 때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내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일 걱정했던 건 영어였다.
예체능 계열로 속해지던 문화 기획학과를 전공하면서 관련 영단어를 제외하고 영어를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게임 기획자로 일하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 영어 회화 스터디에 참여해서 몇개월 다녔던 것이 내 마지막 영어 공부였다.

살면서 영어 듣기라고는 1시간이 전부인 나에게 7시간내내 영어를 사용하는 곳에 있다는 건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내일은 또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말해야할까?'를 걱정하게 할만큼 나한테는 큰 부담이 되었다. 부담된다고 도망치는 것보다는 노력해보자고 생각했다. 출퇴근길마다 회사에서 줬던 필독도서를 읽기도 하고, 영어 공부 앱을 둘러보며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을 익히기도 하고. 퇴근 후에 일주일에 두 번씩은 미국에서 유학하는 사촌 동생과 영어 회화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출근한 나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못했다. 말이라는게.. 전하려고 했던 그대로 왜곡없이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걸 영어로 하려니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모르는 영단어도 많았고, 긴장하다보니 아는 단어도 모르게 되는 그런 마법. 한국말로 속 시원히 하고 싶었을 때도 혹시 내가 회사 문화를 저해시키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앞선 걱정때문에 말하고 싶을 때마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아직도..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두고두고 남는다.



2.결제 모듈을 사용하게 된 경험

프로젝트나 이전 기업협업에서도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보지 않았었다. 이전에 2차 프로젝트를하면서 결제에 관한 DB설계는 했지만 결제 모듈을 사용해서 결제를 해본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실제 결제까지 해야하고, 결제 이력을 저장하는 테이블도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DB설계도 여러번 수정했었다. 고민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정신차리면 점심시간, 눈 깜빡하니 퇴근시간이었다. 고등학교때 이런 집중력이었다면... 하는 생각이...그만큼 하루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결제가 잘 되는지 테스트 하기 위해 내 카드 번호를 100번정도 입력했던 것 같다.
결제 완료, 결제 취소 문자 알림이 오는 걸 봤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이 길에 들어선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만큼.



3.마지막 프로젝트 발표
프로젝트 마감일, 그러니까 발표일 당일 오전 5시인가, 6시까지 코드를 수정하고 테스트하다가 잠들었다. 2시간자고 일어나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발표 준비를 했다. 영어가 부족하니까 어떻게 말할지 급하게 영어 대본도 써보고.. 프로젝트에 대해 사전 설명이나 이런 것들을 했어야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놓친 것이 아쉽다.


4.다음에는 아쉽지 않도록,
처음은 아쉬울 수 있다.
다음 기회에는 아쉽지않도록, 오늘의 기록을 발판삼아서 영어 공부도 꾸준히하고, 개발 공부도 역시 꾸준히 이어나가야겠다는 다짐.

처음 슬리드 소식을 들은 내 주변 사람들 중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영어, 너무 준비가 안 되었는데 괜찮겠냐고. 영어가 무서워서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얻어내지 못했을 경험들이다.

힘들어한만큼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고통을 좋아한다. 힘들어서 눈물이 나오면서도 놓고 싶지 않게 된다. 이 고통을 잘 견뎌낸 후에는 성장한 내가 있다는 걸 지금껏 몸소 겪어왔고, 이번 일로 다시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런 성장의 고통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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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end Developer 🌱 벨로그 내용을 티스토리로 이사중~!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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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9일

예진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달 동안 예진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
영어 때문에 하루 하루가 쉽지 않으셨을테지만 끝까지 단기 프로젝트 완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예진님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소식 있으시면 꼭 알려주시고, 다음에 프론트원 한번 놀러오세요~!

그리고 멋진 블로그 후기 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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