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웹 12기에 이어 스위프 앱 4기(https://swyp.im)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우리 팀 ‘피케(PICKé)’가 대상을 수상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사실 지난 기수에는 백엔드 개발자로 참여하여, 직군 간 커뮤니케이션 미흡과 기획 흔들림으로 인해 팀 전체가 미수료하는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당시 밤낮없이 코드를 짜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음에도 프로세스의 한계로 프로덕트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 실패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완전히 다른 포지션인 ‘PM’으로 참여해 얻은 성과이기에 나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경험이 된것 같다.
웹 12기 후기 :
https://velog.io/@yjinmo/%EC%95%84%EC%95%84
지난 시즌의 실패를 복기했을 때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직군 간의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과 '명확한 리드의 부재'였다. 그리고 이 흐름을 조율하고 방향을 잡는 것은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아닌, 기획자(PM)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보았다.
이번 앱 4기 참여는 지난 경험을 살려 제대로 된 프로덕트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개발자로 참여했을 때는 이미 정해진 기획 문서의 스펙을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 강했다. 개발 도중 논리적인 의문이 생겨도 유기적으로 수정하는데 힘이 들었던 부분이 있었고, 프로덕트에 대한 애정이 식으며 개발 동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직접 PM을 맡았다. 당시 내가 세운 목표는 딱 두 가지였다.
모두가 몰입할 수 있는 진짜 '할맛나는 제품'을 만들 것
단단한 '팀워크'를 유지할 것
내가 미리 구상해 간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팀원들의 온전한 싱크를 맞추기 위해 첫 단계부터 모두의 아이디에이션을 완전히 새로 받으며 빌드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으로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주제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체화 단계에서 방향성이 모호해지는 지점이 생겨 중간에 한 차례 피봇을 거쳐야 했다. 이전에 기획이 흔들려 백엔드의 노력이 통째로 부정당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주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신경이 많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 세운 목표인 '모두가 몰입할 수 있고 개발할 맛이 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의 명확성이 최우선이었다.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보다 확실한 싱크를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 판단했고, 팀원 한 명 한 명의 의견이 겉돌지 않고 프로덕트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도록 소통과 조율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다. 치열한 논의 끝에 방향성을 단단하게 고쳐 잡았고, 비로소 팀 전체가 기꺼이 몰입할 수 있는 스펙이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팀이 최종적으로 주목한 핵심 문제는 현대인들의 '콘텐츠 휘발 문제'였다.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지지만, 대부분 단발성 소비에 그치고 머릿속에 온전히 남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유저가 다소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지식이나 시사 논쟁을 가볍게 접하되 최종적으로는 콘텐츠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 새로운 플로우를 구상했다.
이를 위해 과거 '피키캐스트(Pikicast)'의 스낵 컬처 문법을 현대적으로 차용하여 다음과 같은 핵심 기능을 설계했다.
한 장씩 넘겨보는 카드 UI: 긴 줄글을 걷어내고 모바일에 최적화된 슬라이드 형태로 핵심만 전달 (최종 완주율 94% 달성)
인포테인먼트 배틀: 양립하는 주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을 대화 형식(TTS)으로 가볍게 제공하여 지식 습득을 하나의 놀이처럼 체감
사전/사후 투표 및 성향 리포트: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인식 변화를 추적하고, 5개의 카드 참여 시 성향 리포트를 발행하여 유저 스스로 생각을 복기하고 지식을 내재화하도록 유도
체류율 부스팅 디테일: 공유 루프(Viral Loop), 유저 간 의견 교환을 위한 댓글 공간, 슬라이드 배틀 탭 구현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로우였기에, 어떤 기능을 넣고 뺄지에 대한 논리적인 조율 과정이 매일같이 이어졌다.


안드로이드 앱 다운받기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picke.app
개발자 출신이라 기획도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면 착각이었다. 기획자와 개발자의 관점을 모두 챙기며 사소한 로직 하나까지 수많은 예외 처리를 결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AI로 초안을 잡더라도 이를 우리 서비스에 맞게 정교하게 깎아내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웹과 달리 실제 마켓 출시를 목표로 하는 앱 프로젝트라 인프라 고민도 깊었다. 다행히 스위프에서 Apple·Google 개발자 계정 지원과 출시 가이드를 제공해 준 덕분에 복잡한 세팅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프로덕트 퀄리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앱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마켓에 등록되어 언제든 다운로드 가능한 형태로 '결과물을 영구 보존'해 주는 혜택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내 작업물이 시장에 아카이빙되어 강력한 포트폴리오로 남는다는 확신이 있으니, 기획 한 줄을 짤 때도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게 되었다.
진짜 무거운 짐은 프로덕트 설계 그 자체보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 생각과 다름을 인정하며 빠르게 세부 피봇팅을 가져가는 과정'에 있었다. 내가 이번에 깊게 체감한 PM은 프로덕트를 짜는 역할뿐만 아니라, 감정적 리소스를 가장 전방에서 소모하는 직군이었다.
지난 웹 12기 때의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통을 포기하지 않으려다 보니,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피드백과 부딪릴 때마다 PM이라는 책임감으로 중심을 잡아야 했다.
[상대의 관점에서 다시 재고하기 -> 서비스에 반영하기 -> 판단이 흐려질 땐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율하기 -> 최종 의견 전달하기]
이 매 단계마다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했다. 9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모인 팀에서, 데이터라는 객관적인 지표와 함께 각자의 주관과 성향, 감정선이 얽힌 상황을 조율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는 일은 생각만큼 명쾌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모두의 상황과 조율을 케어하는 포지션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주라는 짧은 데드라인 속에서 이 프로덕트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건, 팀원들의 높은 참여도 덕분이었던거 같다. 직군에 관계없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주셨고, 특히 내가 잘 모르는 도메인으로 방향이 잡혔을 때 디자이너분들이 콘텐츠 수급부터 기획적인 살을 붙이는 것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팀에 계셨던 고년차 현업 개발자 한 분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백엔드 파트 출신인 나조차 미처 짚지 못한 기술적 싱크와 엣지 케이스들을 초반에 날카롭게 잡아내 주셨고, 전체적인 개발 리딩을 해나가시는 모습에서 현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엔 개발팀이 관리자 페이지까지 완성도 있게 구현해 주셨다. 지난 웹 12기 때 우리 백엔드 팀이 짰던 전체 스웨거(Swagger) 문서 길이와 비교해보니 무려 3배나 차이가 날 정도로 방대한 스펙이었다. 이 구현량을 묵묵히 소화해 준 개발팀의 노고가 있었기에 프로덕트가 완성될 수 있었다.
데모데이 행사 진행은 웹 12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웹 12기 후기글 참고바람.)
최종 발표 당일, 발표에 대한 아쉬움과 시연 시간의 질문 세례 때문에 완전히 진이 빠져 있었는데 대상 수상자로 '피케'가 호명되는 순간 놀라서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6주간 팀원들과 밤을 새우며 몰입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스위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얻은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완벽한 기획보다 중요한 건 '빠른 실행과 데이터 기반의 검증'이라는 점
타 직군과의 협업 프로세스, 특히 디자인 시스템 경험과 유기적인 소통 방식을 체득했다는 점
'결국은 사람'이라는 점
왜 수많은 창업가들이 "초기 팀은 핏이 잘 맞고 잘 아는 사람들과 시작하라"고 조언하는지 이번에 깊이 깨달았다. 사소한 감정의 앙금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채 방치하면 프로덕트 빌드 전체가 흔들린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외부적 리소스를 컨트롤하려면, 리더 한 명의 고군분투를 넘어 팀 내에 단단한 '문화'와 '객관적인 데이터 기준'을 잘 설정하는것이 생각보다 많이 중요한거 같다. 그것이 부재할 때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리더십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더불어, 진짜 트래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프로덕트 자체에 대한 확신과 이를 유저에게 도달시키는 마케팅의 영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아무리 내부에서 논리적으로 플로우를 깎아내도, 메이커들 스스로 제품에 대한 단단한 확신이 없고 이를 퍼트릴 마케팅 전략이 부재하다면 트래픽을 유입시키는 단계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상'이라는 감사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메이커로서 또 다른 새로운 갈증도 생겼다. 6주라는 정해진 해커톤 기간 내에 아이디어를 빌드업하고 프로덕트를 완성도 있게 런칭하는 '출발선'까지는 팀원들과 밀도 높게 달성해 냈다. 다만, 타이트한 대회 일정 특성상 서비스 런칭 이후 장기적으로 대규모 트래픽을 유입시키거나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을 마주하는 단계까지 경험하기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을 깊게 경험한 만큼, 이제는 다음 스텝을 고민하게 된다. 각자의 주관적인 의견과 가설로 프로덕트를 정교하게 깎아내는 단계를 넘어, 실제 시장에서 수많은 유저가 유입되고 실시간으로 트래픽이 치솟는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다. 내 기획과 가설이 맞았는지를 주관이 아닌 '실제 유저의 데이터 지표'와 시장의 반응으 증명해내는 경험이 앞으로 내가 메이커로서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다.
지난 16주 동안 두 번의 시즌을 거치며 스위프 덕분에 많이 배우고 울고 웃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치열하게 판을 깔아준 스위프와, 부족한 리더를 믿고 끝까지 함께 밤새우며 고생해 준 피케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