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체지향'을 설명하는 방법
흔히 객체지향을 설명할 때, '객체지향이라는 것은 실세계의 투영이며, 객체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추상화'라고 표현한다.
작가는 이 표현에 있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객체지향의 목표는 실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체지향을 설명하는데 있어 '실세계의 모방'이라는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오는 이유는 객체지향의 '캡슐화', '자율성', '메시지', '연결완전성'과 같은 개념을 설명하기에 용이하며 객체지향에 대한 기본사상을 이해하고 학습하는데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객체들의 협력
책은 손님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과정을 통해 객체지향의 주요개념을 설명한다. 손님은 카페에 와서 커피를 주문하고, 캐시어는 손님의 주문을 받아서 바리스타에게 전달하고, 바리스타는 캐시어의 요청을 받아 커피를 제조한다. 이 과정 속에는 역할, 책임과 협력이라는 세 가지 개념이 조화를 이룬다.
손님은 커피를 주문하고, 캐시어는 주문을 받고, 바리스타는 커피를 제조하는 각자의 '역할'이 존재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며 '협력'한다. 이 과정은 실세계의 타인과 접촉하는 모든 곳에서 존재하지만, 이는 객체지향의 가장 중요한 개념 세 가지이다.
'역할'이라는 단어는 '책임'을 내포한다. 특정한 역할은 특정한 책임을 암시한다. 손님에게는 커피를 주문할 책임이 있고, 캐시어에게는 주문 내용을 바리스타에게 전달할 책임과 커피가 준비됐다는 사실을 손님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제조할 책임이 있다. 이처럼 역할과 책임은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구성요소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개념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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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 가능하다.
손님은 어떤 캐시어가 주문을 받는지 신경쓰지 않으며, 캐시어는 어떤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그 책임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역할이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바리스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커피를 제조할 수 있다. 커피 거품의 모양이나 커피의 향을 살리는 법 등 바리스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커피 제조의 요청을 처리한다. 이처럼 동일한 요청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을 다형성(polymorphism)이라고 한다. -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굳이 캐시어와 바리스타의 역할을 각각의 사람이 수행할 필요는 없다. 한 사람이 이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을 수 있다.
역할, 책임, 협력
앞에서 말한 설명에서 사람을 객체로, 요청을 메시지로, 요청을 처리하는 방법을 메소드로 바꾸면 정확히 객체지향이라는 문맥으로 대치 가능하다. 이것이 객체지향을 설명하는데 있어 실세계를 접목시키는 이유다.
실세계여서 협력의 목적이 공통의 목표 달성이라면 객체들의 협력의 목적은 애플리케이션의 기능 구현이다. 애플리케이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시스템을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로 분할되고, 시스템의 기능은 객체간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의 흐름으로 구성된 협력으로 구현된다.
그렇기에 객체지향 설계라는 것은 적절한 객체에게 적절한 책임을 할당하는 것에 시작된다. '책임'의 할당이라는 것이 객체지향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며, 얼마나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객체지향 패러다임의 중심, '객체'
객체는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존재하며, 다른 객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능을 구현한다. 이러한 협력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객체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객체가 갖춰야 하는 덕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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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는 충분히 '협력적'이어야 한다.
객체는 일체 외부의 도움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할 수는 없다. 객체들간의 요청과 응답을 통해 기능을 구현시켜야 한다. -
객체는 충분히 '자율적'이어야 한다.
앞서 든 예시에서 캐시어와 바리스타가 각자의 방식으로 주문을 처리하고, 커피를
제조하듯이, 각 객체의 결정과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요청을 처리한다.객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객체의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구분해주어야 한다. 객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객체 스스로가 관리하며 외부에서 일체 간섭할 수 없도록 차단해야 한다. 객체는 다른 객체가 '무엇을' 수행하는 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떻게' 수행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는 객체가 받은 '요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객체는 메시지를 통해 요청을 받는데, 이러한 요청을 처리 하기 위한 방법을 '메소드'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개념, 메시지와 메소드를 구분하는 것이 객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핵심 메커니즘 이다. 이것을 '캡슐화(encapsulation)'라고 한다.
객체지향의 본질
흔히 객체지향에 대해 어느정도 공부한 사람들은 'class'가 객체지향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객체지향을 구현하는 데 있어 클래스를 정의하고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본질은 '객체'이며 언제나 객체가 객체지향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클래스는 객체지향의 중요한 구성요소 일 뿐, 자바스크립트와 같은 언어에서는 객체지향을 구현하는데 있어 클래스가 존재하지 않고 객체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클래스를 객체지향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클래스의 구조와 메소드보다는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에 집중하는 것이 객체지향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