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글이라고 굳이 의미 부여 하지 않는 내가 프로 같다. 훗!
2022년 2학기는 몇 글자로 축약하자면 '언리얼과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름방학 때 유니티 조금 깔짝였던 게 자신감 기폭제가 됐는지, 3학년(편입러라 사실상 1학년) 주제에 4학년 과목인 게임프로그래밍 강의를 신청했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1학기 동안 구르기도 구르고, 민폐도 몇 번 끼쳐 보고, 수습도 해 보면서 언리얼에 대한 지식을 정말x9999 많이 쌓았다. 원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어떤 환경에 내던져져도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심지어 나는 적응력과 힘든 내색 안 하는 것(아마 자존심 때문인 듯)에 특화된 생명체인지라... 이겨내 버렸다.
물론 학부 수준의 딱 1학기짜리 단기 게임 프로젝트이긴 했다. 하지만 우리 조는 나를 제외한 세 명 모두 언리얼 개발 경험이 있기도 했고, 심지어 한 명은 게임 포트폴리오가 6개나 있을 정도의 고수여서 어느 정도 퀄리티가 올라간 것 같다. 아니면 말고. 그래도 교수님이 S/A/S/S 평가를 주셨으니 상위권일지도?
CUBE MINE은 기존 2차원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클릭밖에 없었던 지뢰찾기를 3차원 형태로 변형해, 그 안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키를 모으고, 지뢰를 피하고, 무기를 습득하는 액션 퍼즐 rpg 어쩌고저쩌고 짬뽕 장르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맡은 부분은 맵의 전체적인 구성과 지뢰 알고리즘과 레벨의 연결이었는데, 다른 조원이 내 부분이 제일 어려워 보인다며 안쓰러워했다. 사실 나도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지,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튼 도서관 들락날락거리고, VR 연구실 들락날락거리며 언리얼 관련 서적 수집하고, 유튜브 영상 찾고, 천고의 노력 끝에 프로젝트 마감쯤에는 나도 구글링 노하우도 익혀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니까.
힘든 점 중 가장 컸던 건 역시, 언리얼이라는 생면부지의 엔진과 조우했는데 세 달 만에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 팀에 민폐를 주면 안 된다는 강박. 그래도 우리 팀은 여자가 셋에 다른 남자분도 조용조용 할 일 하시는 성격이셔서 그런지 분위기가 좋았어서,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질문할 때 많이 눈치가 보이지는 않았다. (아... 이런 나, 조금 강약약강일지도? 씁.) 거친 4학년 수업에 낙오된 3학년이 불쌍했는지 조원들이 잘 도와줘서 너무 좋았다.
두 번째로 힘들었던 건, 지뢰 알고리즘을 맡으셨던 분이 정말 지독하게 하드코딩을 하는 스타일이신데, 하필 내가 지뢰 알고리즘이랑 레벨을 연결하는 역할이어서 그 하드코딩을 고스란히 넘겨받았다는 거다. 처음에 보자마자 코드를 보고 경악했다. 심지어 함수 형태가 click00(), click01(), click02()... 이런 식으로 64개가 있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함수명도 string처럼 붙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이미 나한테 온 코드고, 바꿔 달라고 하기에는 개발 일정이 밀려 있어서 그냥 수긍했다. ctrl+c와 ctrl+v의 향연이었지만 어려운 부분 하다가 이런 걸 하니까 또 괜히 웃겨서 힐링되기는 했다.
그래도 조원들 모두 빼지 않고 본인이 맡은 일은 모두 잘해 줘서 조별 과제 희망편을 어느 정도 맛보기로 본 것 같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여기서 조금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 가며 포트폴리오에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