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그 다음의 반년을 위하여

유키미아우·2024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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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통을 자주 앓으며 고통 받고 있다.
어제는 먹은 것을 게워내는 증상까지 겪으면서, 최근 드는 여러 고민이 신체 증상으로 발현이 된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달리고 싶기에, 개발자가 되고 반년이 지난 현 시점을 잘 정리하고, 해로운 생각은 단호히 끊어내고자 한다.

나는 2023년 어느 날 4년 넘게 동거동락한 일본 회사와 작별한 후 개발자 전직 준비에 착수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고민했던 것을 2023년이 되서야 실행에 옮겼는데 이미 업계는 코로나 버블 붕괴로 찬 바람이 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사람들과 소통을 거의 단절한 채로 공부에만 집중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운 좋게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 직장에서는 루틴 업무 후 남는 시간에 사이드로 조금씩 했던 개발을 이제는 종일 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새 업계, 새 직장에 들어서며 목표를 수립해보려 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1년 후 나는 뭐뭐가 되겠어, 이러한 것들. 전직인들이 그렇듯 나 역시 결이 다른 일을 하며 살아왔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으로써 경제활동을 하는 새 삶이 이제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도메인 설계, 레거시 코드, 코드 리뷰 문화 이러한 것들을 사실 책 위의 활자와 짤막한 리허설을 통해 접해봤을 뿐이었기에.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을 어느 정도 갖춘 것과는 별개로 직업인으로써의 목표를 떠올리기엔 현장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래서 현 조직이 해결하려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체화하는 시기를 보내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스프린트를 마감치고 온갖 버그를 때려잡는데 오롯이 집중하자 반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피부로 느꼈다고 할 만한 것들을 조금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면 아래 항목들의 실제 효용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 프레젠터와 비즈니스 로직을 분리하여 가독성을 높인다.
  • 테스트코드를 작성하는 편이 좋다.

같이 널리 알려진 방법론들이 실제로 왜 좋은지에 대해서, 현업을 겪으며 충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더불어 선배들의 코멘트와 스터디를 통해 아래와 같은 새로운 관점도 배워 적용하고 있다.

  • 액션과 계산의 분리를 통해 유지보수성을 향상시키자.
  • 함수의 평탄화에 신경쓰자.
  • HOW 보다 WHAT이 드러나도록 선언적 프로그래밍을 하자.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치를 통해 변화한 코드에 긍정적 코멘트가 달리는 것을 볼 때면 무척 기분이 좋다. 또 팀원과 비슷한 패턴과 관점을 공유하기 시작하니, 내가 다른 동료분의 코드를 읽을 때도 파악하는데 드는 시간이 단축되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 구 디자인 시스템을 신 디자인 시스템으로 완전히 이관시켜보고 싶어. 같은 1주년 목표 후보도 생겨났다.

그런데,잘 달려가던 나는 왜 이렇게 갑자기 파김치가 되었나?

곰곰히 생각해보자 자꾸만 외부 세계와 자꾸 비교하는 마음에 원인이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이 성장은 빠른가? 느린가?
옳은 방향인가? 아닌가?
다른 회사에서는 이런 것들을 하는 것 같던데 너는?
실은... 팀이 너 때문에 힘든 것은 아닐까?

위 중 그 무엇 하나 직접 들은 이야기도 아닌데, 점점 마음에 걱정이 고이고 썩으면서 그것이 컨디션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쓸데없는 해로운 생각들로 인해 마음이 더 병들기 전에 평정심을 잘 유지하면서 7개월째, 8개월째를 잘 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조언하고 싶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조급하지 말자.

당장 내일도 출근하면 유저의 경험 개선을 위해서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혹시 내가 잘못된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곁눈질해가며 매번 동요하기엔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현재 해야할 일에 뜨겁게 집중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고,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식하자.
충분한 시간을 통해 스스로 얻은 깨달음은 미래의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단단한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현재 1년차인 내게 주어진 과제를 온전히 경험하고, 훌륭한 분들의 지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며 하나씩 하나씩 다음 사다리를 잡고 오르자.

언어능력으로 인해 조급하지 말자.

성인되고 사회생활을 한국에서 해 본 적이 없었던 탓일까, 고차원적인 생각을 구두로 잘 전달하는데 은근히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말하면서도 스스로의 말투와 어휘 선택에 당혹하고는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일상대화 속에서도 내가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개발 경험이 쌓여나감과 동시에 나의 어휘 구사나 톤에 점점 확신이 묻어나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외국인들과 하나 되어 즐겁고 보람되게 일했던 지난 날들이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의식하면서 노력하고 있는 이상, 언젠가 편해지는 시기는 분명 온다.

회사에 건강한 거리감을 가지자.

근무와 내부 인간관계에 과몰입하다 보면, 회사와 나는 좋은 동반자 관계임을 자꾸 잊게 된다. 현재 속한 조직 내에서 얼마나 밥값하는지 따위로 내 가치 전체를 재단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공감하는 비젼을 가진 회사, 그리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자신 사이에 좋은 상생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정한 거리감은 꼭 필요하다. 조직원과 한 개인의로써 나, 이 두 페르소나가 모두 다 양립 가능하도록 에너지를 잘 안배하자. 질 좋은 휴식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뿜고,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한다.

뭐니뭐니 해도 나의 장점은 기여하기를 무척 즐기고, 일에 진심으로 임하는 점이다. 다음 반년도 서비스와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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