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글쓰기 모임, 글또

Youngjun Jang·2023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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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를 뜻하는 글또 8기 활동을 시작합니다.

먼저 글또의 비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글을 작성하는 개발 직군분들이 모여서, 좋은 영향을 주고 서로 같이 자랄 수 있는 커뮤니티
  • 개발자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 각자의 직군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을 토대로 글쓰기 진행

그리고 글또 Notion 에서는 글의 소재를 이렇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 Tutorial / 시리즈
  • 번역
  • Error/Bug/이슈 해결 방안
  • 행사 참여 후기
  • 학습 정리용 글
  • 정보 전달 글
  • 프로젝트 글
  • 책/논문 리뷰
  • 회고/일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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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는 중학생 시절 소설 동아리 활동 때의 릴레이 소설 쓰기, 그리고 최근 복원되어 버린(!) 군 제대 때까지 싸이월드에 쓴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새벽 감성의 일기와 영화 리뷰들이 글쓰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대기업 특유의 '하지 않은, 잘되지 않은 것으로 ㅡ 우리가 했고, 잘 된 것처럼 보고서 소설 쓰기'를 7년간 했으니 펜을 마냥 놓은 건 아니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대학원 수업 과제로 '앞으로 집필할 책 목차 완성''아무 신문이나 칼럼 제출하기'를 수행하면서 정말 근 10년 만에 대기업 보고서 소설이 아닌 각 잡고 머리를 쥐어짜는 가치 있는 글쓰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비록 지도 교수님 말씀처럼 남은 인생에 아무도 확인해 주지 않을 의미 없는 석사 학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잘 놀았던 과거 대학 생활 속죄의 의미이자 인생에 마지막 남은 최종 학점 세탁의 기회이기에 바쁜 일상 속에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학점을 위해 신문 칼럼은 25개 신문사에 제출하였고, 긴장감을 갖고자 집필하고 싶은 책 첫 부분을 작성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됩니다.

다행히 살면서 처음 듣는 경상일보라는 신문사에 칼럼이 게재되었고, 이 칼럼의 힘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도 성공하여 2개의 글도 올리고 집필할 책의 목차도 간신히 완성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오랜만에 좋은 동기를 통해 글쓰기를 경험했다는 정도였고, 언젠가 계획한 목차대로 책을 완성해 봐야겠다는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 주가 흐르니, 브런치에 올린 2개의 글을 보고 캐치라는 플랫폼의 한 기획자분께 멘토링 강연을 제안하는 메일을 받게 됩니다. 제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개발자로 살아남고 있는 제 이야기로 작은 강연을 기획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첫 퇴사를 하면서부터 강박증처럼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습니다.

'할까 말까 조금이라도 고민될 때는 일단 하고 후회하고, 선착순은 손부터 들고, 모르는 건 바로 질문하자'

제안 메일을 보자마자, 승낙하면 굉장히 피곤해질 미래가 그려졌지만 그런 기특한 촉과 다르게 저의 강박증은 곧바로 일정을 묻는 답장을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일정이 잡힌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가진 콘텐츠라고는 겨우 완성한 브런치 글 2개 외에는 엉성한 책 목차뿐이었습니다. 1명이라도 오실지는 몰랐지만, 귀한 시간에 간절한 마음으로 오실 청중들을 생각하니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드려야겠다는 조바심이 들었고 소제목뿐인 목차를 바탕으로 1달간 틈틈이 자료 조사를 하며 발표 자료를 만들게 됩니다.
강연 당일에는 40명 가까이 참석해 주셨는데, 멘탈은 이미 나가고 준비한 스크립트는 잊은 채 무아지경의 상태로 80분이 지나갔습니다. 기억도 희미한 강연을 마친 후, 다행히 마음이 굉장히 따뜻하신 분들께서 5개 정도의 무난한 후기를 남겨 주셔서 무사히 마무리하게 됩니다.
. . .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글또를 참가하게 된 동기도 온전히 이러한 제 강박증 탓인 것 같습니다. 8퍼센트 CTO이신 호성님께서 글또를 소개하시며 참석해 볼 사람을 묻는 스레드를 '가볍게' 올리셨고, 저는 바빠서 우는 제가 상상이 되어 고개를 흔들며 저항하면서 동시에 참가하겠다는 글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지르고는 다시 울다가 보증금 입금도 가까스로 했습니다.

그래도.. 망각을 쉽게 하고 미화하게 되는 인간으로서 돌이켜보면 퇴사 후 제가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던 것들은 이미 저지른 것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습하는 집착의 에너지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글또는 다른 분들께 피해를 주는 것은 없으니, 좋은 분들과 선한 영향을 주고받고자 다시 집착해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글또 Notion 에서 추천해 주는 여러 소재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자 합니다.

언젠가 이 활동 자체가 다시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길 기도하면서 첫 글을 줄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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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ware Engineer@8per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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