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개발자여야 하는가

zayn_noh·2026년 5월 27일

IT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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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발자를 지망하냐는 질문에 나는 늘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았다.

  •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 문제 해결 과정이 재밌어서

  • 단순 코드를 작성하는게 즐거워서

모두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개발하며 코드를 작성하는 순간엔

어떤 생각도 안들고 온전히 코딩에 집중하기도 하였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막혔던 부분이 풀렸을 때 오는 성취감은 행복이란 감정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돈은 당연히 모두가 많이 벌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것들 때문에 나는 개발자를 꿈꾸고 목표로 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초등학교 5학년쯤, 친구가 널리 퍼져있던 해킹툴을 사용해 내 컴퓨터를 해킹한 적이 있다.

단순히 친구가 만든 프로그램을 내가 실행하면 내 컴퓨터가 서버가 되고,
친구는 클라이언트로 내 컴퓨터에 접속해 여러 기능을 실행하는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기술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정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충격은 해킹을 당했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게 가능하다고?”라는 신기함에 가까웠다.

내 컴퓨터가 다른 사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 화면 밖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프로그램을 통해 내 컴퓨터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그때 처음으로 컴퓨터가 단순히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보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이해하고 다룰 수 있다면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세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코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당시에는 그것을 코딩이라고 부르는지도 잘 몰랐다.
그냥 무언가를 작성하면 프로그램이 동작하고,
내가 쓴 내용에 따라 기능이 실행된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Visual Basic으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게임메이커 스튜디오 8.0으로 직접 게임도 만들어보았다.

버튼을 누르면 창이 뜨고, 캐릭터가 움직이고, 점수가 올라가고, 내가 정한 규칙대로 프로그램이 반응했다.
지금 보면 조잡하고 단순한 결과물이었겠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분명히 내가 만든 작은 세계였다.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스펙을 쌓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궁금했고, 재미있었고, 만들고 싶었다. 코드를 쓰고, 실행해보고, 안 되면 다시 고치고, 결국 내가 생각한 대로 무언가가 움직이는 순간이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 선명하게 남아 있는 순간들,
별것 아닌 장면인데도 다시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는 기억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타임머신은 없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아무리 그리워해도 그 시절의 방, 그때의 컴퓨터, 그때의 나 자신을 완전히 다시 만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내 어린 시절의 행복 중 하나는 분명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시간이었다.

윈도우 XP 화면을 켜두고 Visual Basic으로 코드를 작성하던 시간,
게임메이커 스튜디오로 직접 게임을 만들며 혼자 신나 하던 시간,
그 순간의 기억들이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 있다.

어쩌면 내가 아직도 개발자를 꿈꾸는 이유는,

그저 이런 과거의 향수일 뿐인 추억의 결과가 허상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개발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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