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것과 생각이 드는 것의 차이(Feat. ChatGPT)

황재원·2023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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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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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과 생각이 드는 것의 차이. 지금 같이 동거하고 있는 친구와 얘기할 때마다 구설에 올랐던 주제였다. 더 논리적이고, 근거가 탄탄한, 반박할 수 없는 의견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뭘까? 그게 바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생각이 든다. 오늘 점심 뭐 먹지, 저 사람 너무 마음에 든다, 피곤해...., 과제하기 귀찮아. 하지만 이렇게 떠오른 것들은 딱히 근거 있는 생각이 아니다. 그냥 머릿속에 생긴 생각일 뿐.

이것보다 더 복잡한 생각도 떠올린다. 중요한 회의에서 누군가 반박을 하거나 질문을 할 때도 우리는 경험에 근간해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내뱉는다. '이 아이템이 더 좋은 거 같은데요?', '그렇게 하시죠'. 근거를 생각한 다음 말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직감적인 의견이 먼저 떠오르고, 그 이후에 그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들을 찾아내기에 급급하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해보자. 한때 종교처럼 빠져 있었던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 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대뇌변연계의 힘은 놀랍다. 변연계는 감각적인 결정을 주관할 뿐 아니라 비논리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일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뇌에서 신뢰감을 담당하는 부위는 변연계이다.

정리하자면, 의사결정을 할 때 사용하는 대뇌변연계는 감각적인 결정을 주관하고 비논리적인 일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즉, 인간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감각적인 결정이고, 비논리적이다.

인간이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감각적으로 드는 생각을 뽑아내어 의견으로 만드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생각이 드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물론 생각이 드는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주장도 그닥 논리적인 생각이 아니었을 수 있다. 직감적인 의견을 먼저 내뱉고, 그 이후에 의견을 덧붙이는 것일 수도 있다. 이건 그냥 인간의 본성일 뿐. 그럼 '생각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성대로 든 생각을 정리하고, 여기에 의견과 근거를 더 쌓아보는 게 '생각을 하는 것' 아닐까? 추가적인 의견과 근거를 떠올리는 과정마저 비논리적이고 감각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의견과 부합하는 지, 뭐가 더 합당한 근거인지 의견인지 생각하며 쌓아올리는 게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뻔한 얘기다. 깊게 생각해야 더 탄탄한 의견이 된다는 거. 하지만 이게 근본적인 중요한 얘기가 아닐까?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뒷받침 할만한 근거가 얼마 전에 떠올랐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ChatGPT. 이제 주변엔 써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거 같다. 성능도 우수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많은 일자리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말엔 동의한다.

하지만, ChatGPT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ChatGPT는 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다. 즉 다양한 데이터들을 학습하여 글을 대화하듯이 뽑아내는 친구이다. 성능이 너무 좋아서 얼핏 보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관도 있는 거 같구. 하지만, 내 짧은 ai 지식을 활용해 생각해보면, gpt 모델은 그냥 방대한 양의 DB에서 적절한 말을 뽑아 내는 친구일 뿐이다.

인간이 경험에 근간하여 감각적인 생각들을 뽑아내듯, 즉, 드는 생각을 말하듯이, 이 친구도 본인 DB에 근간하여 드는 생각을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는 못한다. 본인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근거들을 쌓아 올려 더 논리적인 생각을 만들고, 뒷받침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럼, 이제 우리는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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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개발자, 황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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