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 남자 향이 좋더라..

김영구·2020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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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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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하게 여유있는 오버핏을 추구하는 스타일에
컬러는 과하지 않고 미니멀리즘 얌전하게..

그리고 신발은 뉴발란스 클래식 스타일을 즐겨신고
심심하지 않게 비니 색깔로 포인트를 주는..

깔끔하고 비니가 잘 어울리는 그 남자를 처음봤을 때
내 입가의 팔자주름이 옅게 패였다..

'옷 매무새가 나쁘지 않군..'

그의 초창기 행동거지는
사람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배가 고프다며 점심시간 때
울면서 빈 뱃속을 채우려 갈 때..

의문의 그 남자는 배가 안고프다며,
괜찮다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분명 꼬르륵 소리가 너 나 할거없이..
모두에게 들렸는데..

이 악물고 태연한 척..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그를 보며
꽤 귀여운 인간이구나를 느꼈다..

보통 진짜배기들은..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무게감..
중압감이 있다..

하지만 김영구가 느낀 그는..

난 너희들과 다르다. 를 추구하면서
친해지기는 친해져야 되긴 하지만
뭔가 나서서 액션을 취하기엔 부끄러운..
꼬르륵 소리가 들리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는..

되도 않게..
홍대에서 방황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그의 마스크 안 속에 숨겨진
구수한 청국장과도 같은 향을 맡아버렸기 때문..

'이 사람.. 나와 같은 향이다..'

청국장 향을 가진 사람들은
친해지면 닫혀있던 아구가 한 없이 열린다는 특징이 있다.

이야기 보따리가 굉장한 아구의 소유자들이다.

본인은
청국장 향이 아니라 머스크 향과 가깝다.
주장하고

김영구 당신의
비쥬얼과 엮지마라
부정하지만..




어림없지..

난 그 향을 분명 맡아버렸고,

참을 수 없는 구수함을 더 느끼고 싶어서..
매일매일 찾아갔다.

이 남자..
얼마나 케케묵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친해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12기의 수료식 때 남은 케이크를 먹었을 때인 것 같다..

원래 살살 친해질랑 말랑 했었는데
종지부를 찍은 날이랄까..

케이크를 먹기 위해 그는 마스크를 벗었고..





그와 동시에..






이 사람.. 내 사람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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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영구시점

1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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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재밌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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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그날을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날은 유난히도 배가 고팠다
빈말이라도 종종 같이 먹자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도 나한테 다가오지 않았다, 오늘은 같이 먹어줄 수 있는데..
내 마음도 몰라주는지 꼬르륵 소리는 오늘따라 더욱 시끄러웠다
나는 초조하게 헤드셋을 더 눌러쓰고 어서 하루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코딩에 집중하여 배고픔이 희미해질때 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웠다
선배기수의 수료식 이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어느새 즐거워하는 그들 너머로 커다란 3단 케이크와 샴페인에 고정되어 있었다

차례가 되어 샴페인 한잔과 케이크 한조각을 받고 자리로 돌아갔다
평소 같으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정상인데 돌아오고 나니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이 내 자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중에는 유난히 비릿함을 물씬 풍기는 사내가 한명 있었다
연신 눈을 굴리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빛에 그 사내가 나는 불편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굳게 닫혀있던 마스크를 내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그 생선 눈을 한 사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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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ㅋㅋㅋㅋㅋㅋ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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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내 입가의 팔자주름이 옅게 패였다.." 문학 천재 영구님 청국장 필력 아름답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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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1일

ㅋ_ㅋ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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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9일

아 진짜 너무 즐겁네요 지속적인 연재 부탁드립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