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트캠프 종료 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약 3달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공모전에 나가서 수상도 하고, 보고 싶었던 공연을 관람하고, 쌓아놨던 책들도 읽었다. 또 내가 응원하는 팀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데 이번 글은 글또라는 개발자 글쓰기 모임에 지원하기 위해서 써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글이다. 사실 삶의 지도는 부스트캠프에서 한 번 써본 적이 있었다. 두런두런 시간에 마스터 님의 추천으로 써보게 되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었고 그때부터 부캠 수료 후에 글또에 지원해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드디어 글또 9기 모집 기간이 시작되었고 나는 글또에 9기 모집에 지원하기위해 그때 썼던 삶의 지도를 전체적으로 손도 보고 부캠을 수료한 나의 시선에서 나름대로 업데이트(?)를 해보았다.
제가 걸어온 길을 회상해 보면 거의 항상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중고등 학교 시절에는 그저 게임이 좋아서 공부보다 게임에 훨씬 많은 시간을 쏟았었습니다. 또 부모님께서 재수를 권하실 때는 공부가 하기 싫다는 이유로 컴퓨터공학과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는 상태로 적당히 성적만 맞춰서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했었습니다. 이후에도 수많은 선택에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선택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선택 중에는 후회가 되는 선택도 있지만 앞으로는 후회하지 않을만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작가가 돼보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책은 자신의 생각을 글에 담아낸 결과물이라고 저만의 정의를 하였고 저도 저의 생각을 통해 만든 저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가라는 직업에 도전을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제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몇 번 정도 글을 쓰려는 도전 비슷한 걸 시도해 봤었지만 결국 글을 완성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글을 쓰는 법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그때는 그게 제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 생각하고 그대로 포기해 버렸었습니다.
현재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개발자입니다. 저는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기는 했었지만 사실 2학년 때까지는 학교 공부에 흥미가 전혀 없었습니다. 학점은 3점이 채 안 됐었고 제대로 된 프로젝트 한번 진행해 본 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컴퓨터공학과 학생이면서 컴퓨터공학에 제대로 도전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컴퓨터공학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3학년이 되어서야 컴퓨터공학에 도전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저에게는 말 그대로 도전이었습니다. 뒤늦게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려니 어려운 점이 많았었고 수업을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되고 과제를 할 때도 무엇 하나 쉽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뭔가를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나름의 노력을 해보기로 했다. 그 노력의 하나로 그동안 하던 게임의 계정들을 삭제하고 친구와의 만남은 주말에만 가지기로 저와 약속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집중도 못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새로운 생활 패턴이 익숙해졌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매일 같이 자격증이나 개발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저는 진짜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공부를 하며 개발을 하는 일이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었습니다. 개발과 글쓰기는 단지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 머릿속 생각을 문자로 나타내는 일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발을 하며 과거의 제가 꾸었던 꿈을 어느 정도는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별생각 없이 컴퓨터공학과에 왔었는데 운이 좋게도 저의 적성이 나름 맞는 곳에 찾아오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찾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심지어는 많은 시간을 쓰고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운이 꽤나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미래에도 하고 싶은 일로 남아있을지는 모르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길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올해 초 대학교를 졸업하고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부스트캠프에 입과 했었습니다. 부스트캠프는 소문대로 들어가는 것부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여러 강의와 자료들을 공부해야 했고 코딩테스트를 위해 수많은 알고리즘 문제를 풀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저는 부스트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부스트캠프에 들어간 뒤에도 매주 많은 강의와 과제들, 거기에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는 생활이 때때로 힘들게 느껴졌었습니다. 종종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이 길을 가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알면서도 선택을 한 것은 저이고 또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힘들다는 느낌은 많이 받았어도 괴롭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저의 부캠에서의 성과를 나름대로 평가하자면 부분적인 성공인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모든 과제와 프로젝트를 우수하게 수행하지는 못했지만, 배운 내용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과제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대학생 때와는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정신없었던 5개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사람을 만났었고 이때의 경험은 이후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 인생에서 방향을 정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살면서 해온 수많은 선택의 결과가 저의 현재이고 제가 살면서 해나갈 수많은 선택의 결과가 저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제가 개발자가 되기로 결정한 것도, 그중에서도 AI를 선택한 것도, 또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한 것도 모두 저의 선택으로 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주어질 여러 개의 선택지 중에서 저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최선의 선택하는 것 대신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갈 것이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글의 내용이 좀 뒤죽박죽이지만 오랜만에 글을 써보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비록 글또에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격을 하게 된다면 그동안 관리하지 않았던 블로그도 다시 관리하고 또 여러 개발자분들을 만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p.s. 오랜만에 예전에 썼던 삶의 지도를 보는 김에 두런두런 관련 자료를 찾다가 그때의 내가 설정한 올해 목표를 봤는데 거기에 있는 5개의 목표 중에 벌써 3개를 완수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