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쉬어감에 대해

JSK·2026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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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운 것들

어린 시절, 나는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어렸을 때만 해도 남들보다 노력을 덜 해도 그럭저럭 성과가 나왔고, 남들만큼 노력하면 원하는 것 이상의 성과가 나왔었다. 나는 그게 내 재능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결국 한계가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뒤처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나를 과신한 채, 노력 없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나는 10대 끝자락에서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20대 중반 시절, 나는 10대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 어느새 내가 비슷하게조차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함께했고, 심지어 그런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노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결국 한계가 있었다.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점점 내가 이루지 못하는 것들이 다시금 늘어갔다. 나는 20대 끝자락에서 노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과연 앞으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배울까? 나는 알 수 없다. 당장 내년이면 30대에 접어들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고 배울 것도 많다. 30대에는 어떤 한계를 만나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저 지금의 내 생각대로 살아갈 뿐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배워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배워갈 것이다.

나의 기준

나의 기준은 꽤(라고 하지만 주변에서는 "너무"라고 한다) 엄격한 편이다. 이는 내 주변 사람들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다. 어쩌면 어린 시절 나에게 너무나 느슨한 기준을 세웠다가 후회를 했던 경험이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이렇게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통과해 오며 천천히(누군가는 빠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 기준이 너무나 높아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알고리즘 문제 풀이 사이트에서 상위 1%를 달성했으면서 상위 0.5%들을 보며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도, 전 세계 인구의 상위 4% 수준의 지능 지수를 가지고도 상위 0.4%를 보며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도, 나는 내가 실제로 부족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말을 듣고 이 숫자들을 다시 보니 내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 대한 기만이고 나 자신을 괴롭히는 행위였던 것 같다.

내 친구들은 항상 나에게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본다고 한다. 그런 것이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겠지만, 이미 충분히 높이 올라가고 나서는 자신을 괴롭힐 뿐이라고 했다.

나는 충분히 높이 올라온 것일까? 답은 모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으로 떨던 시절의 내가 생각했던 곳에 비하면 훨씬 높이 올라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이제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도 가져봐야겠다.

내려놓자

요즘 나는 점점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밀었던 것도,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도 어느새 점점 줄어들어 가는 것 같다. 항상 더 잘하고 싶어 하며 발버둥 치던 내가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내가 최근에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알고리즘 문제를 풀다가 벽을 느꼈을 때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벽을 만나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그런 문제(라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조차 풀지 못하는 내가 싫어 화가 났지만, 최근에는 별 감정이 없다. 내 열정이 식은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달라진 것일 수도 있다.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마음이 편하면 일단은 이 상태로 있어보자.

남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나는 항상 남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괴리 사이에서 많이 헤맸던 것 같다. 누군가가 좋은 말을 해줘도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에 나는 그렇게 대단하고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최근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 있다. "네가 널 안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이 널 좋아할 수 있겠냐"라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들이 나를 위한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나를 괴롭히는 짓으로 보였고, 그런 내가 위태로워 보였나 보다.

앞으로는 나만을 생각하지 않고, 나를 생각해 주는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도 해보아야겠다.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그들이 해주는 칭찬에 우쭐해하고, 기분 좋아해야겠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굳이 굳이 부정하지 말자.

쉬어가자

요즘 들어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다. 물론 쉬어간다고 해서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만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의 생활에서 조금 변주를 주고 더 많은 시간을 커리어가 아닌 삶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와의 약속을 했다.

대학교 3학년 이후 현재까지 약 6년간, 그동안 내가 나와 했던 약속은 대부분이 좀 더 공부하기, 좀 더 노력하기 같은 식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약속은 달랐다. 한 달에 영화 한 편씩은 보기, 평일 하루는 퇴근 후 좋아하는 일하며 쉬기,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 해보기 같은 약속들을 했다.

나는 지난 6년간 충분히 열심히 달려왔고, 그 이전에 놓쳤던 것들은 이미 충분히를 넘어 차고 넘치게 얻었고, 예상보다 더 많은 것들을 쌓아 올렸다. 그러니 이젠 나에게 좀 더 휴식 시간을 주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이 여정은 너무 길고, 숨 고를 시간 정도는 가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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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지만 AI하고 싶어요...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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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일

헉 전 세계 인구의 상위 4% 수준의 지능 지수를 가지셨군요?!
휴식 중요 중요 중요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