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가서 쉴 때 완독한 책, 번역을 너무 어렵게 해놔서 개념도 어려운데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내용 자체는 유익했던 책. 경제심리학을 중점으로 서술된 책이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생각 체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사고는 자유로운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이 책에서 설명되는 모든 개념아래에 사용되는 용어로는 시스템1과 시스템2가 있다. 시스템1은 노력이 거의 필요치 않는 정신체계, 시스템2는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 복잡하고 전문적인 행위, 선택, 집중)
예를 들면 어떤 소리가 났을 때 방향을 알아보고 그 곳을 쳐다본 행위는 시스템1이다. 북적대고 시끄러운 술자리에서 특정인의 모습과 목소리에 집중한다면 이는 시스템2이다.
시스템2가 가동될 때, 상당한 노력과 집중을 통해 생각이 이뤄지는 것으로 시스템 2가 개입되는 순간은 많은 에너지가 소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일상 생활 속에서 시스템 2가 많이 개입되면 될 수록 피곤해지고 힘들어하기 때문에 시스템 2는 본질적으로 게으름의 속성을 갖게 된다. 이렇듯 저자는 인간의 판단과 생각을 지배하는 2가지 속성(시스템 1과 시스템 2)을 정의하고 이에 대한 특징을 밝히고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모두 당연한 것이, 모든 적응기간에 우리는 시스템2를 더 많이 가동하게 된다. 낯선 환경에서 우리는 새로운 인물들과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들에도 긴장감을 가지고 집중하게 되며, 집에 돌아와서는 체력이 더욱 빠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곳이 익숙해지고 여러번 인물들을 만나고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점점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아도 쉽게 대처하게 된다.
몇 가지 재밌었던 챕터를 언급할까 한다.
"몰입"을 다루는 부분에서 언급되었는데 몰입상태에서 우리는 엄청난 집중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스템2의 작용이 아닌 시스템1의 작용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시스템2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와 비례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시계를 자주 쳐다보게 된다. 책에서 몰입을 “너무 깊게 애쓰지 않고 집중하다가 시간이나 자신이나 문제에 대한 감각을 잃는 상태” 라고 정의했듯 몰입은 오히려 애쓰지 않고 높은 집중과 높은 능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집중이라는 심리적 상태에 완전히 적응한 것이다. 몰입을 경험하고나면 쾌락과 즐거움이 따른다. 칙센트미하이는 이를 두고 "최상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힘들이지 않는 주의집중은 최고의 효율이자 최고의 행복이다. 보통 몰입을 경험할 정도의 대상이라면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해 성공도 경험하기 쉬울 것이다. 수험시절이나 투자시스템을 만들때를 생각해보면 몰입의 시점때는 오히려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정말 편안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려움에 스트레스받지 않았던 것 같다.
친숙함은 단순 명료한 ‘과거성(pastness)’의 특성을 갖는다. 낯익음이란 인상은 시스템1로부터 기인하며, 시스템2는 이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믿게끔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습관이 된 행동으로 계속 회귀하는 내 자신은 그 길이 편안하기 때문이 전부다. 질나쁜 인간과 자주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질나쁜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시스템2를 가동하여 저런 사람은 곁에 두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 그러한 사람들과 다시 교류하게 된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은 강력하다. 반복에 의해 친밀감이 형성되고 이것은 시스템1이다. 시스템2는 이 시스템1이 옳은가?를 피드백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스템1은 시스템2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만약 시스템1이 제시하는 무언가가 시스템2로 인해 옳지 않다고 인식되어도 시스템2는 여러 시나리오를 쓰며 시스템1이 원하는 방향으로 합리화시도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세계에 과몰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누군가가 옳지 않은 소리를 했음에도 논리가 빈약한 이유를 찾아서 합리화하며 본인 지지를 강화한다.
폴 슬로빅은 affect heuristic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 따라 그 일을 믿을지 말지 결정한다고 하였다. 현재의 보건 정책이 마음에 들면(해당 정책을 발의한 정치세력이 마음에 들거나) 그 정책은 이점이 크고 그에 따른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이유를 찾는다. 어떤 정책이든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정책은 없기에 우리는 좋아함을 기반으로 좋아함의 대상에 대해 장점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시스템2의 새로운 성격을 알 수 있다. 분명히 앞서 시스템2는 시스템1을 피드백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하였지만 시스템2는 시스템1의 감정을 비판하기보다 옹호하며, 강제 집행자의 역할이 아닌 승인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시스템2는 기존 믿음과 일맥상통하는 정보를 찾을 뿐 그 믿음을 조사하겠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투자서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렙은 "서사 오류"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추상적이기보다 구체적이며, 운보다는 실력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이야기에 끌린다는 것이다. 즉 우리 인간은 과거를 설명하는 조잡한 이야기를 꾸며놓고 그것을 진짜라 믿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속인다. 메가 코퍼레이션들의 성공 서사에서 교훈을 얻는 많은 이들이 있다. 구글 창립자들의 행동요령을 따라한다면 우리도 비슷한 성공이 가능할까? 책에서는 부정적이다. 장애물을 하나씩 피하면서 급류를 타는 노련한 래프팅 선수에게 스릴을 느끼듯 구글의 신화에서도 재앙의 위험이 끝 없이 나타나는 탓에 스릴이 있다. 하지만 두가지는 매우 다르다고 언급한다. 래프팅 선수는 해당 급류를 수천 번씩 타며, 물살을 읽어 장애물을 예측하여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즉 같은 사건을 여러번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젊은이가 거대 기업을 세우는 법은 익힐 기회가 많지 않다. 구글이 걸어온 스토리에 익숙해질 때까지의 같은 사건의 반복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사건들이 새로운 사건일 확률이 높고 모든 일이 그러하듯 처음 겪는 사건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은 운의 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이 많이 작용했을 수록 신화에서 배울 점은 적어진다. 슈퍼 개미들의 성공사례, 그들의 마인드, 그들의 거래방식을 배우는 것이 중요할까? 같은 방법을 사용한 다른 슈퍼개미의 후보군 9999명은 모두 슈퍼개미가 되지 못했다. 즉 살아남은 한명이 영웅담을 적는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9999명과 1명의 스토리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운의 작용이 매우 커서 의미있는 교훈을 얻지 못하고 본인이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의문점이 들기는 한다. 새로운 사건들 마다 잘 처리했던 모든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의 공통되거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특징은 존재하지 않을까? 하지만 래프팅 선수가 전하는 노하우에 비해 분명 운의 작용이 컸던 결과에 대한 신화는 배울 점이 더 적다고 생각하긴 한다.